남해안 어느 섬의 꽃산행은 해가 웬만큼 떠올라 저 멀리 누구네 집 엉덩이를 걷어찰 때쯤 나도 비슷하게 산으로 출발하여 서로 모른 척 하루를 보낸 뒤, 저녁 어스름 각자 헤어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해는 서해에서 씻고 나는 집에서 먼지 묻은 몸을 씻고, 배를 채운 뒤 사진도 정리하다 보면 아주 늦은 밤일 때가 많다. 그럴 때면 텔레비전은 시끄럽고 떠들썩한 건 곶감처럼 다 빼먹은 뒤, 심야방송으로 장중한 선율이 흐르는 클래식 공연실황을 내보내는데 더러 막 연주를 마친 피아니스트가 아주 훤칠한 피아노를 배경으로 인터뷰를 하기도 하였다.클래식에 관한 한 그냥 막 듣기만 하는 수준의 나는 단지 피아니스트가 조금 전까지 뛰논 피아노에 눈길이 가다가 몇 시간 전 희미한 햇살을 따라 하산하다가 만난 어느 반반한 바위를 떠올리기도 하였다. 바위는 급히 심부름을 가다가 잠시 쉬는 듯하기도 하고, 무슨 큰 뜻을 실어나르느라 산을 납치하여 짊어지고 가다가 너무 무거워 그만 주저앉은 것 같기...
2024.02.22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