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수의 일생의 일상]비상계엄 관련 공소장 읽는 밤](https://img.khan.co.kr/news/c/300x200/2025/02/06/l_2025020701000172400020861.jpg)
불발탄이다. 그래도 폭탄은 폭탄이다. 낙진의 후과가 만만찮은 계엄 폭탄. 경계할 계(戒), 엄할 엄(嚴). 계엄이라는 다소 괴이쩍은 이름의 이 짐승을 또 만날 줄이야. 그 옛날 막다른 골목에서 된통 물린 기억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갑진 12월3일. 그날 밤의 내란과 이후 전개된 사태에 일상을 온전히 회복하기가 힘든 이웃이 많다. 수괴(首魁), 체포(逮捕), 탄핵(彈劾), 구속(拘束) 등등 육법전서에나 어울리는 말들이 느닷없이 뛰쳐나와 실생활을 휘젓는다. 사전 속에서는 얌전하지만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사납기 그지없는 단어들.법이라는 것은 누구에겐 밧줄, 누군가에겐 기술, 또 누군가에겐 전부겠지만 그 어떤 이에겐 어쩌면 있으나마나한 것. 발길 따라 걷는 대로 걷고, 살아야 하는 대로 사는 이에게 그건 저기 낡은 새끼줄 울타리에 불과한 것. 작위든 부작위든 헛갈리는 말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불혹(不惑)의 삶을 일상으로 여기면서 대부분 그렇게 살고 있다. 굳이 나, 여기에서, ...
2025.02.06 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