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수의 일생의 일상]차마 어찌할 수 없는 것들](https://img.khan.co.kr/news/c/300x200/2024/12/05/l_2024120601000181300021461.jpg)
“지옥으로 가는 길은 부사로 뒤덮여 있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 나오는 말이다. 글 쓸 때 부사로 멋내려다 오히려 문장이 엉망이 되는 걸 경계하는 뜻이다. 많은 이들이 글쓰기에서 부사와 형용사를 장식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문제가 있다고 안 쓰는 건 쉬운 일이긴 하겠으나,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닐 것이다. 잘 쓴 부사 하나 사람의 마음을 몽땅 훔치며 글의 격을 높이기도 한다.얼마 전 발표된 가톨릭 사제들의 시국선언을 또 꺼내 읽는다. 성경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붙인 제목부터가 참으로 쩌릿하게 마음을 울린다.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 이어지는 본문이 모두 명문장이다.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민심의 아우성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천주교 사제들도 시국선언의 대열에 동참하고자 합니다.”차마 외면할 수 없는 것. 이는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낙동강 파수꾼으로 불리며 민족문학의 한 봉우리로 우뚝한 요산 김정한(1908~1996). 일제의 발악...
2024.12.05 2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