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수의 일생의 일상]이런 여름날의 산보](https://img.khan.co.kr/news/c/300x200/2024/08/08/l_2024080901000242200025161.jpg)
아주아주 오래전 시골 큰집에서 농사일을 도우며 지낸 적이 있다. 저물 무렵 큰아버지와 함께 논에서 피를 뽑고 있으면 지게에 꼴을 지고 지나던 구장이 한마디 했다. 매동어른, 여름 해가 참 기네요. 그러면 농으로 받아넘기는 말씀. 이 사람아, 해는 늘 동글동글하다네!큰아버지 둥근 해 뒤로 숨으시고 나는 고향을 떠나 파주에 산다. 지게 대신 겨우 모니터나 끌어안고 뒹굴다 보면 여전히 여름 해는 참 길다. 이런 날은 사무실이 텅 비기 무섭게 심학산으로 간다. 그리 높진 않지만 깔딱 고개가 있어 한 바가지의 땀을 쏟아야 한다.산은 도립한 포물선이다. 산에 오른다는 건 일정한 기울기로 그 포물선에 접근하는 것. 등산화 뒤축이 일직선이 아니라 말발굽처럼 비스듬히 닳는 건 지구에 부대낀다는 고달픈 증거일까. 나뭇잎이나 열매, 산의 능선, 구름의 난해한 곡선과 수학적 궁합을 맞추며 나도 이 우주의 엄연한 일원이라는 갸륵한 표시일까.시원했다. 심학산 정상에서 겨드랑이를 ...
2024.08.08 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