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김새는 물론 한번 이름을 들으면 쉬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송곳도 그런 것 중의 하나다. 일상에서 접하기 퍽 힘든 사물이지만 이런 말은 일찍이 들었다. 가령, 송곳 하나 꽂을 데가 없을 만큼 해운대에 구름 인파로 붐볐다는 표현.내가 나온 고등학교의 상징은 벌이다. 부지런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는 말은 그때부터 머리에 꽉 박힌 경구다. 일생을 통틀어 하고 싶은 일 하나는 분명히 가지자는 말은 이웃사촌이다. 어쩌면 우리가 산다는 건 그것에 바쳐져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망외의 그 어떤 성취를 이루더라도 그게 없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그것.이런 경우도 있다. 어느 청년이 ‘문학, 목매달고 죽어도 좋은 나무’에 한번 씌고 나면 설령 그리로부터 멀어진다 하더라도 호주머니 속에 송곳 하나를 평생 간직하게 된다. 하여 그 송곳이 삐죽이 솟아나서 걸을 때마다 허벅지를 찌른다. 그러다가 종내에는 그곳이 피로 붉게 젖는 느낌.색다른 송곳도 있...
2025.08.28 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