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수의 일생의 일상]함안 말이산 고분군에서 하룻밤](https://img.khan.co.kr/news/c/300x200/2024/05/30/l_2024053101000937200093031.jpg)
속도란 이럴 때 쓰라고 공중이 내주는 것, 내 고향과도 연결된 경남의 산수를 휘감아 등에 업고 함안읍으로 천천히 들어섰다. 이제 육안으로도 포착이 가능하니 어디에서 불쑥 나타날까 은근 기대하면서 전방을 주시했다. 이윽고 시내로 들어와 두리번거리는데 복잡한 전선, 가로등과 표지판 사이에서, 아연, 아라가야의 푸르스름한 무덤들이 공중에 떠올랐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말이산 고분군. 무슨 말이 필요하랴, 이 신비와 경이 앞에서.숙소를 정하고 해가 넘어가기 전에 얼른 서둘렀다. 아파트와 무덤이 이리도 서로 잘 어울릴 줄이야. 세상 어디든 바깥과의 접면은 있는 법이다. 늦은 오후와 저녁이 교차하는 해 질 녘, 여름 낮은 길어서 사물의 분간은 아직 뚜렷하고, 햇살도 옆으로 낮게 비춰 키 작은 풀들의 그림자도 길게 만든다. “현실이란 외투의 구멍”(<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니체)을 통해 옛 가야의 정취를 탐험하기에 너무 좋은 시간.제4호 무덤 앞에...
2024.05.30 2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