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수의 일생의 일상]파이의 날, 3월14일의 몽상](https://img.khan.co.kr/news/c/300x200/2024/03/14/l_2024031501000408300040091.jpg)
‘가다’와 ‘내려가다’는 뉘앙스가 다르다.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 “가다=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장소를 이동하다/내려가다=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또는 위에서 아래로 가다.” 두 단어를 살피면, ‘가다’는 수평으로 나아가는 동작을 포착하고 ‘내려가다’는 수직으로 구르는 모양을 그린다고 할 수 있겠다. 왕자웨이의 영화 <일대종사>는 인상적인 문장들로 시작한다. “쿵후는 두 단어로 말할 수 있다. 수평과 수직! 지는 자는 수평이 된다. 최후에 수직으로 서 있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다.” 어디 쿵후만 그렇겠는가. 나날의 삶도 낮에 막대기처럼 서서 돌아다니다가 밤에 누워 자는 것. 그러다가 꿈속에라도 나무 곁으로 내려가 꼿꼿이 직립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니 이 범주에 속한다 하겠다.플라톤의 <국가>는 소크라테스의 말로 시작한다. “어제 나는 아리스톤의 아들 글라우콘과 함께 페이라이에우스 항에 내려갔었네.” 이 문장의 그리스어 원문엔 ‘내려갔었네’가 첫 ...
2024.03.14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