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수의 일생의 일상] 당나귀 ‘이오’한테 배운다](https://img.khan.co.kr/news/c/300x200/2023/10/26/l_2023102701000899400088791.jpg)
늦은 밤 지하철이 시끌벅적해졌다. 먼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 신나게 떠드는 것을 보며 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람의 언어란 무엇인가. 소리가 말이 되는 건 직립하고 관계가 있다고 한다. 직립이란 몸통에서 나온 가지를 발과 손으로 인수분해한 것. 네 발 중 두 개를 떼내어 손으로 재분류한 것. 그 덕분에 하늘을 발견하였고 내 것을 챙긴다는 소유개념도 생겨났다. 그리고 목구멍에 변화가 일어나 소리를 정교한 말로 만드는 것.영화 <당나귀 EO>의 주인공 ‘이오’는 겨우 당나귀이다. 딸랑딸랑 폐철 싣고 왔다가 고물상의 사나운 경비견한테도 주눅이 든다. 제 이름 적듯 앞발로 흙이나 긁을 뿐이다. 영화는 사람의 시선, 환상, 당나귀의 시선이 교묘하게 뒤섞인다. 곡마단에서 우정을 나눈 소녀와의 이별과 재회를 다루었다면 영화는 그야말로 신파로 흘렀을 것이다. 영화는 당나귀를 홀로 존재하는 단독자로 대접한다. 당나귀의 눈에 비친 각종 찌질한 인간 군상들. 종류가 가...
2023.10.26 2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