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앉는다말뚝에 매인 염소처럼 도망치지 않는 돌계단은주저앉기에 좋지무엇을 잃어버릴 때마다염소의 등짝 같은 돌계단에 앉아 생각한다내려가는 중인지 올라가는 중인지귀를 세워 듣는다저 높은 곳에서 굴러 내려오는 불안한 숨소리저 낮은 곳에서 걸어 올라오는 고단한 발소리그사이돌계단은 천천히 식어가고곧어떤 결심이 근육을 팽팽하게 한다돌계단이 구부리고 있던 무릎을 펴고 일어서면나는 그 엉덩이를 때리며 말한다가자고까마득한 계단 저 높은 곳으로 아니면 저 낮은 곳으로나를 태우고 가라고결심을 경멸하면서돌계단의 목덜미를 붙잡은 두 손은 놓지도 못하면서- 시, ‘염소 계단’, 유병록 시집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대한민국 시민으로 산다는 것은 염소 같은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늘 상상을 뛰어넘는 몰상식과 무례함과 불공정을 일삼는 비인들에 맞서는 데에는 초인의 극기가 필...
2025.03.20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