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능소화보다 더 진한 노을이 그대 뒤에 있었다그대가 기진맥진해 있을 때감빛 노을에 어둠의 먹물이 흘러들고 있었다그대의 한쪽 무릎이 주저앉을 때노을은 한쪽 가슴이 까맣게 타고 있었다포기하지 마라재가 된 하늘 위에 사리 같은 별이 뜬다그 별이 더 많은 별을 불러올 것이다땀방울에 섞인 눈물 닦고 허리를 펴라어둠 속에 어둠만 있는 게 아니다저녁 바람도 초승달도 모두 그대 편이다-시, ‘노을’, 도종환 시집,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며칠째 땡볕이 이어진다. 하지가 열흘 남았는데 7월인가 싶게 뜨겁다. 상춧잎도 헐떡거리고 여린 고춧잎도 기진맥진해 보인다. 붉은 꽃 수없이 피워내던 양귀비도 시들해지고 감자잎이 눕고 마늘대도 노리끼리해졌다. 하지 무렵 땅과 이별해야 할 감자와 마늘 너머 옥수수밭만 청청하다. 사춘기 아이들처럼 날마다 다르게 커간다. 귀촌해 사는 동안 땅이 공짜...
2024.06.13 2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