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비워둔 집엉거주춤 남의 집인 양 들어서는데 마실 다녀오던아랫집 어머니가 당신 집처럼 마당으로 성큼 들어와꼬옥 안아주신다 괜찮을 거라고아파서 먼 길 다녀온 걸 어찌 아시고 걱정마라고,우덜이 다 뽑아 김치 담았다고 얼까 봐남은 무는 항아리 속에 넣었다고가리키는 손길 따라 평상을 살펴보니, 알타리 김치통 옆에 늙은 호박들 펑퍼짐하게 서로 기대어 앉아있고, 항아리 속엔 희푸른 무가 가득, 키 낮은 줄엔 무청이 나란히 매달려 있다. 삐이이 짹짹, 참새떼가 몇 번 나뭇가지 옮겨 앉는 사이, 앞집 어머니와 옆집 어머니도 기웃하더니 우리 집 마당이 금세 방앗간이 되었다. 둥근 스뎅 그릇 속 하얗고 푸른 동치미와 살얼음 든 연시와 아랫집 메주가 같이 숨 쉬는 평상, 이웃들 손길 닿은 자리마다 흥성스러운 지금은, 입동 지나 소설로 가는 길목나 이곳 떠나 다른 세상 도착할 때도지금은 잊어버린,먹고사느라 잊고 ...
2022.11.25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