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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백의 사연史淵
  • [신주백의 사연史淵] 불가항력의 분단과 갑갑한 자화상
    불가항력의 분단과 갑갑한 자화상

    반탁·신탁의 대립 즈음부터38도선 이남은 민족 대 반민족 구도서 친공 대 반공이란 이념 대결 사회로 급변했다그로 인해 누군가 초당파적 단결을 호소해도 신국가 건설 움직임은 소그룹별 각자도생이었다 우리는 여전히 이 구도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정전협정 체제가 70년간 지속되는 이유를 자성적 성찰 하지 않는 자화상이 재현되고 있다한국 근현대사 150여년 역사에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 경험이 두 차례 있었다. 열강이 1904~1905년 러·일 전쟁을 거치는 동안 우리도 모르게 한반도가 일본의 세력권임을 인정한 적이 있었다. 통감부는 그 결과일 뿐이었다. 또 연합국이 한반도를 분할점령하고 국제 공동 관리를 하다 독립시키겠다고 자기들끼리 결정했다. 이후 한반도 역사는 그때마다 열강이 깔아놓은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와도 같았다. 두 차례의 역사적 경험에 관여한 열강은 지금도 한반도 미래를 좌우할 국가들이다. 더구나...

    2023.07.25 03:00

  • [신주백의 사연史淵] 갈등 구도에만 기대는 지도자 군상
    갈등 구도에만 기대는 지도자 군상

    한국 근현대사는 지도자들이 자신의 정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갈등 구도에 기대어 거리낌 없이 이데올로기의 포로가 된 경우가 많았다그들은 이를 무기로 내부의 경쟁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고 내쳐 왔으며, 스스로 강대국 정치의 대변자가 되었다오염수 방류 둘러싼 여야 공방도 딱 여기까지다. 결국 문제해결 지향적 설전이 아닌 정서적 양극화 촉진하는 말다툼에 머물 수밖에 없다사람이 누군가를 비판하면 이를 들은 사람은 비판하는 사람이 적절하게 알고 있거나 깊이 있게 파악하고 있다는 선입견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프레임 씌우기, 특히 이념의 포로가 되어 내용의 깊이를 불문하고 주저하지 않고 선동하며 허위로 선전하는 경우에 그렇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둘러싸고 지금 진행 중인 여야 간 논쟁이 그 단적인 보기이다. ■‘굴욕 외교’ 공방이 보여준 것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올해 들어 급속히 사회적 갈등 요인으...

    2023.06.20 03:00

  • [신주백의 사연史淵] 밀정, 지배체제의 모세혈관이자 기획하는 파괴자
    밀정, 지배체제의 모세혈관이자 기획하는 파괴자

    밀정은 항상 저항과 지배가 부딪치는 최전선에 있었다파괴 전문 기획자 중에는 공동체 공동선을 내세우며 사리사욕을 채우고자신을 정당화하는 확신범이 많았다 그때와 비슷한 모습은 오늘날도 흔히 볼 수 있다그래서 밀정에 관한 전문 논문도 없는 현실서 더더욱 기억해야 할 역사에 대한 기록은 파괴 전문 기획자에 대한 분석에서 시작해야 한다사람이 누군가와 경쟁을 시작한 이래 스파이는 존재해 왔다. 스파이는 간첩, 밀정, 세작(細作)의 다른 말이다. 한국 사회에서 간첩은 북한이 남파한 비밀공작원을 지칭하며 익숙해진 말이다. 세작이란 말은 개항 이후 사라지고 대신 밀정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사극 드라마나 영화의 대사 속에서 세작이란 표현이 간간이 등장하지만, 21세기 들어 스파이를 다룬 영화나 다큐의 제목은 ‘밀정’이 대세다. 이 여파였을까. 작년에 큰 이목을 끌었던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의 학원 및 노동현장에서의 프락치 혐...

    2023.05.16 03:00

  • [신주백의 사연史淵] 진실 마주하기서 역사화해까지 먼 길 돌아가기
    진실 마주하기서 역사화해까지 먼 길 돌아가기

    정권에 따라 골대를 옮기지 않고 우리의 역사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과거사와 경제·안보, 곧 역사문제와 한·미·일 협력을 분리하고 한·미·일 협력과 한·일관계를 구분하는 투트랙 접근이 필요하다이렇게 하면 역사갈등을 관리하고 선택적 안보전략에 따른 경제부담을 줄일 수 있고, 국제현실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죄하고 용서하기란?지난 3월31일 MZ세대인 1996년생 한 젊은이 때문에 한국 사회의 시선이 광주에 쏠렸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광주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피해자와 유족을 만나 “할아버지 전두환씨는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고, 학살자임을 가족 구성원으로서 인정하고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립5·18민주묘지의 방명록에 “저라는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는 여기에 묻혀계신 모든 분들이십니다”...

    2023.04.11 03:00

  • [신주백의 사연史淵] 3·1 독립정신
    3·1 독립정신

    지난주에 104번째 3·1절을 맞았다. 그날은 광복절과 더불어 한국의 근현대사에 커다란 전환점을 남긴 의미를 되새기는 기념일이다. 국내외에서 3개월가량 전개된 독립 만세 시위는 일본 제국주의의 지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집합적 열망을 서로가 직접 확인한 순간이었다. 한반도의 남쪽 끝과 북쪽 끝에 거주하는 사람이 서로 생면부지(生面不知)였음에도 같은 요구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3·1운동은 한반도에 거주하는 구성원이 문자로 자기 역사를 기록한 이래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다 같이 들고 일어난 최초의 역사적 사건이었다.압록강과 두만강 건너에서도 조선 독립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만주지역에서 조선인의 외침은 예외적인 경우였다.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 거의 대부분은 조선의 실정과 관계없었기 때문이다. 3·1운동은 대륙과 한반도를 가르는 지리적 구분만이 아니라 정치적 경계선까지도 명확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제헌헌법의 기본 정신은 전쟁과 독재 시기를 지나 ...

    2023.03.07 03:00

  • [신주백의 사연史淵] 한반도, 지정학의 족쇄?
    한반도, 지정학의 족쇄?

    구한말 한반도를 둘러싼 역동적 변화 속 대한제국은 지정학의 족쇄에 걸려 소멸당했다지금 다시 문명사적 전환이 진행 중인데, 지난날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과거를 탐구하는 자성은 필요하다 분단이란 현실과 접목해 한반도를 지정학의 힘으로 바꿀 수 있게 전략적 목표와 방안을 찾는 상상력의 원천을 마련해야 한다지금으로부터 146년 전, 조선은 일본과 강화도조약을 체결하였다. 이때부터 조선은 세계 자본주의 질서에 급속히 편입되었다. 새로운 질서는 지금까지 없었던 가치, 제도, 국제관계를 필요로 했다. 하지만 새로운 문명의 표준에 강하게 반발하는 세력이 있었다. 이들은 시대의 흐름을 거부하며 자본주의 열강의 외압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때마침 일어난 임오군란을 계기로 조선은 위정척사파의 반외세론과 정반대인 개화의 길로 조금씩 들어갔다. 하지만 개화의 길은 이때부터 청일전쟁 때까지 큰 장애물에 막혀 있었다. 청군이 조선에 주둔하며 국정을 좌우했기 때문이다. 1...

    2023.01.31 03:00

  • [신주백의 사연史淵] 군사유산으로서 일본군 시설의 역사성과 장소성
    군사유산으로서 일본군 시설의 역사성과 장소성

    장소는 과거의 경험과 그에 따른 의미가 누적된 공간이 놓이게 된 터로 맥락과 이야기가 있는 곳개발을 정당화하기 위해그 공간의 역사·장소성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저런 논란과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문화재청은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우리의 시선은 역사 속서 그 공간과 관련된 사람과 자연을치유하고 회복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사천에는 경남 서남권의 항공운송을 책임지는 사천공항이 있다. 이 비행장은 1940년 문을 열었다. 일본군은 2년 후에 변변한 장비도 없이 몸으로 때우는 확장 공사에 주민과 학생을 동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작업장에서 통영중학교의 일본인 학생과 조선인 학생 사이에 사소한 시비로 싸움이 붙어 조선인 학생이 무기정학을 당했다. 그 학생이 훗날 대한민국 제14대 대통령 김영삼이다. 1995년 장쩌민 주석과의 대화 도중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2022.12.20 03:00

  • [신주백의 사연史淵] 정말 무능해서 망했을까
    정말 무능해서 망했을까

    무능과 부패만을 강조하는 역사인식은 총칼을 앞세우며 난폭한 침략 행동을 반복한 일본의 특징적인 침략방식에 눈을 감는다 또한 복잡한 국제관계 속에서 난처한 처지에 빠졌던 조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고찰할 기회까지 차단한다그러다보니 반면교사를 통해 한반도 현실을 타개할 상상력을 가로막는다. 식민사관은 국민을 무지하게 하여 무력에 빠뜨린다말을 하거나 글을 쓰다보면 애초 의도와 달리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다. 전체적인 맥락과 이를 뒷받침하는 각론이 잘 어울리지 않을 때 특히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 당사자는 이럴 때 흔히들 오해라고 답한다. 10월11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국회부의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연관된 파동이 그랬다. 정 위원장은 다시는 일본에 역사적 아픔을 당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발언했겠지만, 언급한 내용 가운데 큰 논란을 일으킬 만한 표현이 있었다. 그는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라고 질문을 던지...

    2022.11.15 03:00

  • [신주백의 사연史淵] 우리에게 동아시아는?
    우리에게 동아시아는?

    결국 지금은 일본의 전쟁과 식민지 책임 묻는 방향성 잃지 않으면서협력 가능한 수준에 맞는 다자간 의제를 실행하며 공동경험 축적해 갈 때다그래야 동아시아 주체의경험 자산인 두 기구가 협력 공간으로 바뀐다그러면 남북을 짓누르는북·중·러와 한·미·일 사이의 장벽을 허무는 선순환으로도 이어진다평화·안정 향한 선순환은남북 적대관계 청산하는 촉진제로 작용할 것이다사람은 조금이라도 아는 곳을 상상한다. 그곳의 자연적 실재를 몰라도, 당장 자신이 갈 수 없어도 관계없다. 상상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그곳에 관해 특정한 이미지가 형성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이미지는 더욱 정교해지고 다양해지며 사람들의 내면 속에 공간의 특징으로 자리를 잡아 실재와 관계없이 그곳에 대해 말을 한다. 유럽인이 말하는 오리엔탈(동양)이 그랬다. ■ 동아에서 동북아·동아시아로근대 들어 유럽의 국가들이 자신의 동쪽에 있는 동양에 직접 발을 들...

    2022.10.11 03:00

  • [신주백의 사연史淵] 용산공원 만들기, 서두르지 말고 더 상상하자
    용산공원 만들기, 서두르지 말고 더 상상하자

    용산기지 땅을 한반도의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보여주며, 미래까지 말하는 다기능 복합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한국인에게 식민과 열전은 과거이고, 냉전의 산물인 분단은 현재이며, 민족과 지역의 분단 극복은 미래이기 때문이다대한민국 상징공간으로 거듭날 바탕을 미래 세대에게 주는, 가장 한국다운 공원 만들기의 지름길은 여기에 있다대통령실을 이전할 때 여러 논란이 있었다. 필자는 경향신문 3월24일자 칼럼에서 옮기려면 ‘큰 그림을 그려 국민을 설득하라’고 쓴 적이 있다. 생태공원을 말하며 역사문화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에서 큰 그림을 그려보라고. 그러면서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 있는 내셔널 몰(National Mall)을 예로 들었다. 필자가 내셔널 몰과 연계시켜 용산공원화에 관한 담론과 디자인을 처음 말한 때는 2018년 8월29일자 칼럼에서였다. 그 당시만 해도 용산공원화를 말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모델처럼 언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필자...

    2022.09.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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