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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수천년간 지식을 축적하며 발전해 온 학문?
    수천년간 지식을 축적하며 발전해 온 학문?

    얼마 전에 출간한 책에서 “수학은 수천년간 지식을 축적하며 발전해 온 유일한 학문이다”라는 말을 썼다. 어떤 분이 이 책에 대한 리뷰를 SNS에 올렸는데, 이 책 내용이 아주 좋지만 흠이 한 가지 있다며 내가 쓴 이 말을 지적했다. 인문학과 철학의 역사를 너무 무시한 것 같다고 한다. ‘이 말’은 과연 좀 지나친 말일까?내가 한 이 말을 처음 듣는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오래된 학문들도 많은데 오직 수학만이 오래된 것처럼 말하는 건 좀 이상하다고 느낀다. 실은 나는 약 30년간 수학사 강의를 해 오면서 강의 첫 시간에 반드시 이 말을 강조한다. 수학이라는 학문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낸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이 말에 대한 사람들 반응의 예를 들자면 “철학도 수천년간 발전해 왔다” “건축학, 천문학 등도 오래된 학문이 아니냐” “다른 학문을 무시하는 것 같다”는 것들이 있다. 심지어는 “수학은 수라는 개념이 생긴 이후에 발전한 것이지만 물리학은 그 이전부터...

    2025.04.21 20:14

  •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합리적 사고는 인정할 건 인정하는 태도로부터
    합리적 사고는 인정할 건 인정하는 태도로부터

    우리나라 대학 입학생들의 평균적인 수학 실력은 아마도 세계 최고 수준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한쪽으로 편중돼 있다. 계산을 하고 답을 구하는 것은 잘하지만, 정작 수학교육의 근본 목표인 논리적 사고력 부분에서는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집합론’과 ‘수학논리 및 논술’이란 과목을 강의하면서 내용의 수준을 파격적으로 낮추어도 학생들은 힘겨워한다. 학생들은 아주 간단한 것조차도 논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무엇인가를 서술하거나 답을 찾는 것을 어려워한다. 오랫동안 관찰한 결과 어려워한다기보다는 논리를 만나면 뇌가 작동을 멈추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럼 왜 논리를 만날 때 뇌정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에 대한 답은 우리 사회의 문화와 교육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어려서부터 정확하게 말하고 서술하는 것을 중시하지 않는 문화에서 자라다 보니 그런 것을 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결국 논리적 사고가 낯설고 어려운 것이다. 중고등학교 수학에서는 ...

    2025.03.24 21:11

  •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계몽령’이 되기를 바란다
    ‘계몽령’이 되기를 바란다

    요즘에는 세상이 시끄러워서 도대체 연구와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 그동안 수학자로서 일에 집중하면서 즐겁게 살아왔는데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평온했던 나의 가슴에 풍랑을 일으킨다. 뉴스를 볼 때마다 기분이 상해서 요즘에는 잘 보지 않는다.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심화되는 것도 걱정이지만 일부 국민들의 극우화가 더 걱정이다.정치에는 건전한 보수 정당과 세력이 꼭 필요하다. 법과 원칙을 우선적 가치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어야 한다. 좌우의 균형이 잘 맞아야 좋은 나라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 나 자신도 그동안 좌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그런데 일부 극우화된 사람들은 정상적인 좌우 간의 대립을 넘어서 가짜뉴스와 잘못된 믿음을 바탕으로 가상의 적들을 만들어내고 그 대상에 대해 분노한다.파시즘은 증오를 바탕으로 성장한다. 근간의 우리 상황은 예전에 이탈리아와 독일이 파시즘으로 치닫던 상황과 유사하다. 역사가 거꾸로 흐르는지 세계적으로 극우화가 확대되는 ...

    2025.02.24 21:00

  •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성과에 집착하는 교육부 장관
    성과에 집착하는 교육부 장관

    얼마 전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올해 고교학점제가 전면 실시되고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해 학생 개개인 맞춤형 교육을 실현한다”고 발표하였다. 국회가 AI 교과서의 ‘교과서 지위’를 박탈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그분은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 현장에 도입해야 한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도입을 반대하는 교사들이 많은 상황인 데다, 교과서 개발에 이미 수십억원씩을 쓴 출판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혼란스러운 사태가 벌어진 근본적인 원인은 교육부 장관이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충분한 연구와 준비 없이 속전속결로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학 교사 중 90% 가까이가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교육은 도식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냐이 교과서는 일견 장점이 많아 보이지만 아이들이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와 지나치게 친해지는 것을 경계하는 부모와 선생님들이 많은 데다가 교육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교육 효과에 대한 의문...

    2025.01.20 21:18

  •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판단력과 분별력이 중요하다
    판단력과 분별력이 중요하다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판단력과 분별력은 우리의 행복지수, 건강(수명), 경제 상황 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우리 사회 전체의 안녕과 발전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나는 판단력과 분별력의 신장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주장해 왔다. 작금의 국가 위기 상황도 국가 지도자급인 사람들의 판단력과 분별력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것 아닌가? 이번 사태에서 보듯 대통령의 판단력과 분별력은 아주 형편없는 수준이다. 우리는 그를 보면서 학벌이 좋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 중에 그런 수준의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것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특히 자신들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벌 줄 사람들을 선택하며 무소불위의 사회적, 정치적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검사들 가운데 대통령과 비슷한 수준의 판단력을 가진 이들이 많을 것이라는 것을 상상해 보면 끔찍하기 짝이 없다. 개인이나 단체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중요한 판결을...

    2024.12.16 20:41

  •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AI의 수학 정복
    AI의 수학 정복

    최근에 오픈AI가 출시한 인공지능(AI) 모델인 챗GPT-o1은 그 이전 모델인 챗GPT-4o에 비해 수학과 언어에 대한 이해에서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모델은 그 전 모델과 달리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전 모델들은 수학 문제가 주어졌을 때 어딘가에 그것과 유사한 문제가 있거나, 기하 문제와 같이 어떤 패턴이 있을 경우에만 풀 수 있었던 반면에 이 새로운 모델은 어느 정도는 스스로 생각하며 문제를 풀 수 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학적 사고를 할 수 있는 AI의 개발에는 구글의 딥마인드가 오픈AI보다 한발 앞서 있었다. 구글의 알파프루프(AlphaProof)는 지난 7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와 동시에 거행된 AI수학올림피아드(AIMO)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나온 챗GPT-o1은 알파프루프보다 수행 능력이 더 앞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지난번 본 칼럼에서 AI가 수학을 완전히 정복하는 날이 언...

    2024.11.18 21:38

  •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AI의 침공
    AI의 침공

    인공지능(AI)에 대한 최근 소식 중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노벨 과학상 소식이다. 올해는 물리학상과 화학상 모두 노벨 인공지능상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정통 물리학자와 화학자가 아니라 AI 개발에 혁신적인 역할을 했거나 AI를 이용하여 연구한 과학자들이 수상했기 때문이다. 노벨위원회의 파격적인 결정에 이제 노벨상도 미래지향적이 되었다고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과학의 전통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이 결정을 공개 비판하기도 한다. 비판하는 사람들은 “머신러닝이나 인공신경망은 컴퓨터 과학이지 물리학은 아니다”라거나 “AI 기술은 아직은 과학의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조차 불분명하다”고 말한다. AI 기술은 그 결과가 나오는 과정이 충분히 예견되거나 설명되지 못하는 데다, 보편적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하는 체계적 지식이라는 과학의 정의와도 잘 맞지 않는다. 하지만 AI는 이미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인류는 AI에 의해 발생할 아주 크고 빠른 변...

    2024.10.21 21:10

  •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인공지능과 수학
    인공지능과 수학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에서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 개발의 필요성이 점점 커져 가는 상황에서 수학의 중요성도 같이 커지고 있다. 몇년 전에 일본에서 경제산업성과 문부과학성이 공동으로 펴낸 ‘수리자본주의의 시대: 수학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매우 획기적이다. 그 내용도 획기적이고 정부의 두 부처가 공동으로 학문의 어느 한 분야를 키워야 한다는 보고서를 낸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이 보고서에는 “AI, 빅데이터 등을 중심으로 일어날 4차 산업혁명의 승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첫째도 수학, 둘째도 수학, 셋째도 수학”이라고 하는 대목이 나온다.수학이 AI와 연관성이 높고 AI를 개발하는 데에도 수학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사람들은 쉽게 ‘수학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교육부는 발 빠르게 움직여 2022년 고등학교 개정교육과정에 이미 ‘인공지능 수학’이라는 수학 과목을 미적분II, 기하 등과 함께 선택과목으로 편성해 ...

    2024.09.23 20:40

  •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AI, 수학문제를 풀다
    AI, 수학문제를 풀다

    매년 7월에 열리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는 전 세계 약 110개국에서 온 600여명의 수학 천재들이 실력을 겨룬다. 올해는 영국에서 열렸는데 이 대회의 메인 스폰서는 XTX Markets라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내년에 호주에서 열리는 IMO도 후원하기로 약속했다. 올해 대회에만 200만파운드(약 34억6894만원) 이상을 후원한 이 회사는 알고리즘을 통해 투자하는 금융회사이며 다양한 영역에서 공익적인 사업을 하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일을 하는 이 회사는 유난히 수학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올해 이 회사가 주관하는 AI 수학올림피아드(AIMO)라는 대회가 IMO와 함께 열렸다. AIMO는 AI끼리 겨루는 수학올림피아드로, IMO에 출제되는 문제를 AI들도 참가해서 푸는 대회이다. 문제 수(하루에 3문제, 2일간)도 IMO와 똑같고 시간(하루에 4시간30분)도 같다. 이 회사는 IMO에서 금메달을 수상할 수준의 성적을 거두는 AI에 500만달러(약 66억89...

    2024.08.19 20:27

  •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만족하다’와 ‘만족시키다’
    ‘만족하다’와 ‘만족시키다’

    우리말 중에 주로 수학에서만 쓰는 동사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만족하다’ 또는 ‘만족시키다’라는 동사다. 수학에서 “다음 조건을 만족하는 (또는 만족시키는) 함수 f(x)를 구하시오”와 같은 문장이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문법적으로 만족하다가 맞느냐 아니면 만족시키다가 맞느냐에 대한 논란이 예전부터 있었다. 그래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한국수학올림피아드 등 중요 시험에서 수학문제 출제진은 늘 만족하다파와 만족시키다파로 나뉘어 왔다.국립국어원은 ‘만족시키다’로 결론수학 교과서에서는 어느 쪽을 택해 쓰고 있을까? 교과서 집필진에게도 이것은 어려운 문제인지라 논란을 피하고자 만족에 대한 동사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고 “~인 함수 f(x)를 구하시오”와 같은 문장을 주로 쓰고 있다. 그런데 참고서나 문제집에서는 만족하다파가 만족시키다파보다 좀 더 우세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수업시간에 대학생들에게 만족하다와 만족시키다 중 어느 쪽이 옳다고 생각하는지 손을 들어보라고 하면 만족...

    2024.07.22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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