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아의 조각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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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경아의 조각보 세상]법조 엘리트의 재생산 구조

    법조 엘리트의 재생산 구조

    공정, 상식, 카르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탄핵소추로 직무를 중단할 때까지 가장 많이 썼던 말이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됐지만 스스로 그것을 부정하고 군대를 동원한 그는 자신의 이 말을 송두리째 뒤집었다. 판사 지귀연, 검찰총장 심우정은 그의 구치소 탈출을 도와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지만 한국의 사법체계가 얼마나 불공정하며 비상식적인지, 그들의 카르텔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도 보여주었다.윤석열과 조력자들의 행태를 보면서 2016년 경향신문 보도로 알려진 교육부 정책기획관 나향욱의 ‘민중은 개돼지’ 발언이 떠올랐다. 법의 틈새를 악용한 속임수와 그것을 눈감아주고 항의를 뭉개는 법원·검찰 최고위 공직자들의 의식도 같았으리라는 생각에서다. 그들에게 민주주의를 돌려달라고 외치는 시민의 목소리는 언어적 의미도 가치도 없을 것이다.‘우리는 사법시험을 통과한 능력 있는 법률가이고 최고의 이력을 가진 성공한 사람들이야. 그냥 우리 말을 들어.’ 지난 7일 윤석열의...
  • [신경아의 조각보 세상]윤석열의 청년팔이

    윤석열의 청년팔이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재인식하게 되고 열정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지금은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누구의 말인지 맞혀보라는 퀴즈를 낸다면 당신의 답변은 어떤 것일까? 우리에게 익숙한 객관식 선택지(가나다순)까지 제시한다면? ①김대중 ②김영삼 ③노무현 ④윤석열. 꼼꼼하게 기사를 읽는 독자라면 ④번을 선택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될 때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의 일부다. 그러나 논리적으로만 따지면 네 명의 대통령이 언젠가 한 번쯤은 했을 법한 말이다. 당연하고 상식적인 이 말이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한국 사회에서 헌법질서를 유린하고 정치적 갈등을 부추기는 선동의 언어가 되고 있다.서울구치소에 수감된 후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연거푸 쏟아낸 메시지의 중심에는 ‘청년’이 있다. 자신의 지지세력이 60대 이상 고령층에 한정됐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던 걸까...
  • [신경아의 조각보 세상]선동은 어떻게 폭동이 되었나

    선동은 어떻게 폭동이 되었나

    일요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되던 시간 서울서부지방법원의 유리창이 깨졌다. 폭도로 변한 지지자들 중 일부가 쇠막대기와 소화기를 들고 법원 곳곳을 부수며 무법지대를 만들었다. 경찰은 물론 기자와 시민까지 폭행을 당한 후 86명이 체포됐다. 보수 결집. 지난 주말 언론에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이런 해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대통령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 감행과 실패, 공조본 출석 요구 거부, 체포와 구속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광장이 넓어졌지만, 아스팔트 위 윤석열 옹호세력도 커졌다. 선동 목적의 여론조사 결과가 마구 뿌려졌고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넘는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리고 일요일 새벽, 선동이 폭동으로 점화됐다. 쿠데타 이후 여진(餘震)은 예상 가능한 것이지만, 그 충격이 헌정 질서에 심각한 균열을 내기까지는 여러 주역들이 있었다. 대통령 윤석열은 검사로 27년 동안 국가의 봉급을 받으며 법을 집행해왔지만, 지금 억지와 ...
  • [신경아의 조각보 세상]그날 밤을 새운 소녀들

    그날 밤을 새운 소녀들

    경찰버스로 막힌 남태령 고개서윤석열 파면 외친 청년여성들살인적 추위에도 서로 돌본 그들정작 괴로워해야 할 이는 누군가엄마딸 오늘 집에 못 들어가. 지난 토요일 밤 남태령 고개에 모인 청년여성들이 보냈다는 문자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농민들이 트랙터를 몰고 서울로 들어가려다 경찰의 저지로 멈춰 섰다. 낮 동안 광화문과 종로 집회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남태령으로 와 달라는 메시지를 받고 귀갓길 발걸음을 돌렸다. 경찰버스로 막힌 길목에서 사람들은 “차 빼라” “윤석열 파면”을 외치며 밤을 새웠다.얼마나 추웠을까. 새벽에는 영하 6도까지 내려가리라는 예보와 함께 12월 동짓날의 긴 밤이 기다리고 있었다. 편의점 하나 없는, 텅 빈 벌판에서 어떤 이는 마이크를 잡고 어떤 이는 응원봉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소녀들이었다. 유튜브 생중계 영상 속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10대와 20대로 보였다. 아직 학생이거나 직장 초년생이거나 누군가의 딸들일...
  • [신경아의 조각보 세상]트럼프와 미국의 4B 운동, 한국의 페미니즘

    트럼프와 미국의 4B 운동, 한국의 페미니즘

    미 여성 사이 관심 커진 ‘4비 운동’ 비혼·비출산 등 선언, 한국이 시초최근 ‘탈코르셋’ 등 4T 개념도 등장사회적 결핍에 대한 청년들의 저항한국에서 시작돼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것은 K팝이나 K드라마만은 아닌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에서는 한국의 4B 운동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CNN이나 NBC 등 미국 언론뿐 아니라 영국의 가디언 등에서도 관련 기사를 싣고 있다. 영어로는 ‘4B 무브먼트(movement)’라고 쓰지만, 정확한 한국어명은 ‘4비(4非) 운동’이다. 비혼·비출산·비연애·비섹스, 즉 결혼과 출산, 연애와 섹스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젊은 여성들 사이의 메시지 교환으로 전파되고 있다.미국 여성들의 4B 운동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저항하는 여성들의 액티비즘이다. 성적 학대 혐의를 받는 트럼프는 이미 1기 집권 당시부터 여성혐오와 성차별로 유명했고 3명의 보수주의 대법...
  • [신경아의 조각보 세상]‘영부인’의 품격 보여줄 수 있는 길

    ‘영부인’의 품격 보여줄 수 있는 길

    ‘내조만 하겠다’는 약속 어기고 국정 삼킨 용산의 숨은 권력자 돌 맞아도 지키겠다는 대통령 마음속에 국민이 있기는 한가2024년 10월 대한민국 국회의 의제는 단연코 ‘김건희 국감’인 듯하다. 국정감사, 한 해 동안 중앙정부의 살림살이를 꼼꼼히 살피고 위법이나 부정의 소지는 없었는지, 더 해야 하거나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은 무엇인지 국민의 편에서 매의 눈으로 찾고 따지는 시간, 대통령 배우자의 의혹이 모든 국정을 삼켜버렸다. 10월21일 낮 한남동 대통령 관저 부근에서 벌어진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의 동행명령장 전달 요구와 이를 막아선 경찰의 바리케이드를 영상으로 지켜본 국민들의 마음은 참담했다.한밤중 울리는 ‘북한 오물 풍선 경보’ 문자에 잠이 깨고, 아침 출근길엔 한반도 전쟁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는 미국발 기사를 읽는다. 저녁 퇴근길엔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북한군을 공격해 대북 심리전으로 활용하자는 국회의원과 국가안보실장의 문자메시...
  • [신경아의 조각보 세상]대통령의 만찬

    대통령의 만찬

    크게 흔들리는 국민의 의식주정부 신뢰도 바닥으로 치달아대통령의 만찬은 협력의 자리야당·시민단체 만나 들으시라초대 안 하면 국민이 부를 것처음엔 신선했다. 대통령 후보로 나선 60대 남성의 특기가 스테인리스팬에 계란말이라니. 얼치기지만 주부 경력 30년이 넘은 나도 스테인리스팬은 쓰기 쉽지 않은데. 잠깐이었지만, 20대 대선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프라이팬을 든 윤석열 후보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9월24일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렸다는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인 듯하다. 한동훈 대표가 여전히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밥 먹는 데 너무 충실한 나머지 대화를 잊어버린 탓일까. 술 마시지 않는 한 대표를 고려해 오미자차로 건배를 하고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 씀씀이가 돋보였지만, 딱 거기까지만이었던 것 같다. 체코 순방 성과에 대한 설명과 국정감사에 대한 걱정이 전부였다...
  • [신경아의 조각보 세상]누군가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누군가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누군가 ‘스톱(STOP)’을 외쳐야 한다많은 이들이 걱정하고 있지만 드러내놓고 말하기를 꺼리는 것들이 있다. 여러 사람들이 불안해하지만 사회적 토론의 테이블에 쉽게 올려놓지 못하는 일들이 있다. 폭력과 범죄임이 분명하지만, 사건의 원인 규명과 행위자 처벌, 그리고 유사 범죄의 예방에 관해 공권력의 통제가 최소한에 그치는 사건들이 있다.젠더폭력의 몇몇 사건들은 전형적 사례다. 헤어지기를 원하는 연인을 살해하거나,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 이성에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위협한다. 강의실이나 캠퍼스에서 만나는 동료들의 신체를 딥페이크로 합성해 조롱하고,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후배들을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문자들로 희롱하는 단톡방을 들락거린다. 교제살인, 스토킹, 사이버 성폭력, 위계 성폭력이다.성범죄가 아닌 일반적 폭력 범죄도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고 발생의 맥락을 이해하려면 젠더라는 요인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진주 편의점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
  • [신경아의 조각보 세상]아리셀 화재 그 후, 우리는 달라지고 있나

    아리셀 화재 그 후, 우리는 달라지고 있나

    적나라하게 드러난 노동 최말단참사 피해 상당수가 이주 여성이제 그들 없이 살 수 없는 한국아직, 들려오는 건 씁쓸한 소식들2024년 6월24일 10시30분 경기 화성시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1분도 되지 않는 순간 불꽃과 연기가 작업장을 뒤덮었고 22시간이 지나서야 진압되었다. 23명의 사망자와 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중 5명은 한국인, 18명은 외국인이었다. 그중 17명이 여성이었고(한국 2명, 중국 14명, 라오스 1명),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였다.한 달 남짓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유가족이 모이고 장례를 치르고 정부 조사가 시작되었다. 경기도는 사건 백서를 만들겠다고 했고, 고용노동부에서는 리튬 취급 사업장 점검을,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종 소방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발표까지 했다.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의 ‘대국민 보고들’이다.그런데 정작 희생자와 부상자, 그리고 유가족을 위한 예우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언론보...
  • [신경아의 조각보 세상]22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책임

    22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책임

    윤 정부 ‘인구 관련 새 기구’ 불확실예산 심의권 등 부처 간 다툼 예상도행정부·국민 갈등, 국회가 풀어야성평등 관점에서 정책 이끌기를22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이하 여가위)가 구성되었다. 21대 국회에서 여가위의 존치 여부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었고 위원장 선출에도 어려움을 겪었던 데 비해 22대에서는 국회 출범 자체가 늦긴 했지만, 여가위도 제때 진용을 갖췄다. 더불어민주당 10명, 국민의힘 6명, 조국혁신당 1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위원단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이인선 위원장(국민의힘, 대구수성구을)은 재선의원으로 경북대 교수, 경상북도 부지사, 대구경북과학기술원장,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을 지냈다. 이어 국회 여가위 홈페이지에 게시된 순서대로 위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선 경력과 활발한 원 내외 활동으로 국민들의 신망을 받아온 중량감 있는 인사들과, 비례·초선의 젊은 신인 정치인, 그리고 여성가족 분야에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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