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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미국의 4B 운동, 한국의 페미니즘
미 여성 사이 관심 커진 ‘4비 운동’ 비혼·비출산 등 선언, 한국이 시초최근 ‘탈코르셋’ 등 4T 개념도 등장사회적 결핍에 대한 청년들의 저항한국에서 시작돼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것은 K팝이나 K드라마만은 아닌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에서는 한국의 4B 운동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CNN이나 NBC 등 미국 언론뿐 아니라 영국의 가디언 등에서도 관련 기사를 싣고 있다. 영어로는 ‘4B 무브먼트(movement)’라고 쓰지만, 정확한 한국어명은 ‘4비(4非) 운동’이다. 비혼·비출산·비연애·비섹스, 즉 결혼과 출산, 연애와 섹스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젊은 여성들 사이의 메시지 교환으로 전파되고 있다.미국 여성들의 4B 운동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저항하는 여성들의 액티비즘이다. 성적 학대 혐의를 받는 트럼프는 이미 1기 집권 당시부터 여성혐오와 성차별로 유명했고 3명의 보수주의 대법... -
‘영부인’의 품격 보여줄 수 있는 길
‘내조만 하겠다’는 약속 어기고 국정 삼킨 용산의 숨은 권력자 돌 맞아도 지키겠다는 대통령 마음속에 국민이 있기는 한가2024년 10월 대한민국 국회의 의제는 단연코 ‘김건희 국감’인 듯하다. 국정감사, 한 해 동안 중앙정부의 살림살이를 꼼꼼히 살피고 위법이나 부정의 소지는 없었는지, 더 해야 하거나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은 무엇인지 국민의 편에서 매의 눈으로 찾고 따지는 시간, 대통령 배우자의 의혹이 모든 국정을 삼켜버렸다. 10월21일 낮 한남동 대통령 관저 부근에서 벌어진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의 동행명령장 전달 요구와 이를 막아선 경찰의 바리케이드를 영상으로 지켜본 국민들의 마음은 참담했다.한밤중 울리는 ‘북한 오물 풍선 경보’ 문자에 잠이 깨고, 아침 출근길엔 한반도 전쟁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는 미국발 기사를 읽는다. 저녁 퇴근길엔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북한군을 공격해 대북 심리전으로 활용하자는 국회의원과 국가안보실장의 문자메시... -
대통령의 만찬
크게 흔들리는 국민의 의식주정부 신뢰도 바닥으로 치달아대통령의 만찬은 협력의 자리야당·시민단체 만나 들으시라초대 안 하면 국민이 부를 것처음엔 신선했다. 대통령 후보로 나선 60대 남성의 특기가 스테인리스팬에 계란말이라니. 얼치기지만 주부 경력 30년이 넘은 나도 스테인리스팬은 쓰기 쉽지 않은데. 잠깐이었지만, 20대 대선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프라이팬을 든 윤석열 후보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9월24일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렸다는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인 듯하다. 한동훈 대표가 여전히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밥 먹는 데 너무 충실한 나머지 대화를 잊어버린 탓일까. 술 마시지 않는 한 대표를 고려해 오미자차로 건배를 하고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 씀씀이가 돋보였지만, 딱 거기까지만이었던 것 같다. 체코 순방 성과에 대한 설명과 국정감사에 대한 걱정이 전부였다... -
누군가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누군가 ‘스톱(STOP)’을 외쳐야 한다많은 이들이 걱정하고 있지만 드러내놓고 말하기를 꺼리는 것들이 있다. 여러 사람들이 불안해하지만 사회적 토론의 테이블에 쉽게 올려놓지 못하는 일들이 있다. 폭력과 범죄임이 분명하지만, 사건의 원인 규명과 행위자 처벌, 그리고 유사 범죄의 예방에 관해 공권력의 통제가 최소한에 그치는 사건들이 있다.젠더폭력의 몇몇 사건들은 전형적 사례다. 헤어지기를 원하는 연인을 살해하거나,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 이성에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위협한다. 강의실이나 캠퍼스에서 만나는 동료들의 신체를 딥페이크로 합성해 조롱하고,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후배들을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문자들로 희롱하는 단톡방을 들락거린다. 교제살인, 스토킹, 사이버 성폭력, 위계 성폭력이다.성범죄가 아닌 일반적 폭력 범죄도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고 발생의 맥락을 이해하려면 젠더라는 요인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진주 편의점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 -
아리셀 화재 그 후, 우리는 달라지고 있나
적나라하게 드러난 노동 최말단참사 피해 상당수가 이주 여성이제 그들 없이 살 수 없는 한국아직, 들려오는 건 씁쓸한 소식들2024년 6월24일 10시30분 경기 화성시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1분도 되지 않는 순간 불꽃과 연기가 작업장을 뒤덮었고 22시간이 지나서야 진압되었다. 23명의 사망자와 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중 5명은 한국인, 18명은 외국인이었다. 그중 17명이 여성이었고(한국 2명, 중국 14명, 라오스 1명),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였다.한 달 남짓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유가족이 모이고 장례를 치르고 정부 조사가 시작되었다. 경기도는 사건 백서를 만들겠다고 했고, 고용노동부에서는 리튬 취급 사업장 점검을,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종 소방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발표까지 했다.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의 ‘대국민 보고들’이다.그런데 정작 희생자와 부상자, 그리고 유가족을 위한 예우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언론보... -
22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책임
윤 정부 ‘인구 관련 새 기구’ 불확실예산 심의권 등 부처 간 다툼 예상도행정부·국민 갈등, 국회가 풀어야성평등 관점에서 정책 이끌기를22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이하 여가위)가 구성되었다. 21대 국회에서 여가위의 존치 여부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었고 위원장 선출에도 어려움을 겪었던 데 비해 22대에서는 국회 출범 자체가 늦긴 했지만, 여가위도 제때 진용을 갖췄다. 더불어민주당 10명, 국민의힘 6명, 조국혁신당 1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위원단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이인선 위원장(국민의힘, 대구수성구을)은 재선의원으로 경북대 교수, 경상북도 부지사, 대구경북과학기술원장,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을 지냈다. 이어 국회 여가위 홈페이지에 게시된 순서대로 위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선 경력과 활발한 원 내외 활동으로 국민들의 신망을 받아온 중량감 있는 인사들과, 비례·초선의 젊은 신인 정치인, 그리고 여성가족 분야에서 이... -
자유주의 사회와 그 적들
윤 대통령 ‘해병대원 특검법’ 거부국가가 개인의 존엄과 가치 부정국책연구원 ‘저출산·고령화’ 대책청년·여성·노인의 자유를 억압1938년 히틀러가 오스트리아를 침공했을 때, 위험에 빠진 조국을 걱정하던 사회학자 칼 포퍼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썼다. 이 책에서 그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열린 사회’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파시즘과 전체주의를 비판했다. 20대 청년이던 대학원 시절 책을 읽은 후 나눈 토론에서 나와 동료들은 이 포퍼의 책에 공감하기보다는 회의적이었다. 전두환 정부의 독재에 저항하며 공동체와 사회운동의 가치를 믿었던 20대 청년들이 서구적인 개인의 자유를 역설하는 포퍼의 주장에 마음이 끌리기는 어려웠던 1980년대다.2024년 20대 청년들과 함께 강의실에서 토론을 주고받는 나는 우리 사회에 더 분명한 자유주의, 더 많은 개인주의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수지만 자유와 평등을 고민하는 청년과 지식인들이 살아 숨쉬는, 민주주의의 ... -
‘1억원’의 매직? ‘1억원’의 비즈니스!
장려금 계속 뛰어 ‘출산 비즈니스’우리 사회환경·문화부터 바꿔야아이가 가진 ‘기본권’ 제도화 필요아동수당 지급 대상·액수 확대를4000만원으로 시작해 5000만원이 되더니, 몇달 사이에 1억원으로 뛰었다. 출산장려금이다.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장이 아이 한 명당 40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발표로 경질된 후 얼마 안 돼 더불어민주당이 자녀 한 명당 5000만원씩 주겠다고 선언했다. 엊그제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1억원을 주면 아이를 낳겠다는 사람이 63%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조금 더 기다리면 2억원쯤으로 오를까?인플레이션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한국에서도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지만, 인플레도 이런 인플레가 없다. 불과 1년 사이에 150%가 뛰었으니. 발표 주체도 다르고 정책화 가능성도 커 보이지 않지만, 가히 ‘출산 비즈니스’라는 이름을 붙여도 무색하지 않을 듯싶다.권익위의 조사를 살펴보면, 이렇게 묻고 있다. “최근 사기업의 ... -
22대 총선, ‘윤석열-조국 대전’에서 빠진 것
법무장관 대 검찰총장 격돌 이어 여당 바람 잠재운 조국의 ‘부활’‘검찰개혁’ 예고편이 된 이번 선거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 열망 확인 소수자·여성 인권 훼손도 자성을‘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선거’라는 말이 있지만, 이번 총선만큼 엎치락뒤치락이 심한 선거가 또 있을까. ‘정권 심판’ 구호로 야당 우위에서 시작됐지만, ‘한동훈’이란 스타 장관의 때이른 등장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 민주당의 공천 파동은 역풍을 태풍으로 만들었고 선거를 한 달 남긴 시점엔 판세가 국민의힘 쪽으로 기울었다. 대통령 부정평가가 60%를 넘나드는데도 여당 압승이란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되었고 ‘국민의힘 170석’이란 예측까지 나왔다. 그때 ‘3년은 너무 길다’는 구호와 함께 조국 전 장관이 ‘짜잔’ 하고 나타났다. 태풍의 방향이 다시 바뀌고 쓰나미로 변했다.22대 총선은 ‘윤석열 대 조국’의 전투가 되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으로 격돌했던 두 사람의 2... -
지금 누가 여성정책을 말하나
다가오는 총선서 거대 양당은남성 표 얻으려 전전긍긍하는데여성 표 없이 승리할 수 있을까? 여성들은 여성정책에 투표할 것3월8일은 ‘세계여성의날’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포용을 고무하라(#InspireInclusion)”라는 구호와 함께 성평등을 가로막는 장애를 제거하고, 성별 고정관념에 도전하며, 모든 여성이 존중받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실렸다. 이 사이트에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여성이 일하기에 가장 좋은 그리고 가장 나쁜 나라들”이란 제목 아래 2016년부터 2023년까지 29개국의 유리천장 지수가 제시됐다. 성별 임금격차, 여성 고용률, 여성 관리직 비율,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 12개 항목으로 산출되는 통계에서 한국은 부동의 29위, 꼴찌를 계속해왔다. 여성이 일하기에 가장 나쁜 나라인 것이다. 손흥민 선수도 여성과 장애 아동을 위한 토트넘 여성의날 기념행사에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