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의 지평 너머] 금융시장의 약장수들](https://img.khan.co.kr/news/c/300x200/2024/01/31/l_2024020101000016500098291.jpg)
요즘은 볼 수 없지만 옛날엔 동네에 약장수가 가끔 찾아왔다. 마을 공터에 자리를 잡은 약장수는 사람들이 모여들면 “애들은 가라”고 외치면서 차력쇼를 선보인다. 건장한 장정들이 나와 맨손으로 철근을 구부리고 머리로 벽돌을 깨고, 입에서 불을 뿜기도 한다. 쇼의 열기가 고조될 때쯤 “이 약 한 번 잡숴봐”라며 약을 돌린다. “앉은뱅이가 일어나고 소경이 눈을 뜨고 칠순 할배가 늦둥이를 본다”는 식의 대충 만병통치약이다. 약을 산 이들이 몇이나 됐는지는 기억에 없다. 약의 효험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없다. 수려한 말로 허풍을 떨거나 사기를 치는 사람에게 “어디서 약을 팔아”라며 면박 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현대 자본주의 시장에서 대중이 이런 ‘약’을 살 가능성이 높은 곳이 금융시장이다. 금융기관들은 난해한 금융공학으로 파생상품을 만들어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며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파생금융상품은 당초 상품 가격이나 환율, 주가 등의 급변동 위험(리스크)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
2024.01.31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