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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칼럼
  • [장덕진 칼럼] 아마겟돈의 가능성
    아마겟돈의 가능성

    푸틴이 더 이상 수세에 몰릴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현실이다. 아직은 큰 가능성은 아니지만 침공 초기에 비하면 훨씬 커졌다. 도네츠크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4개 지역을 병합하고 투표를 통해 합병 찬성을 받은 것은 언젠가 있을지 모를 핵무기 사용을 위한 사전 포석의 성격을 가진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러시아에 대한 직접 공격이고 자위권 차원에서 핵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강변할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의 김정은에게 핵 개발을 지속할 기회와 이유를 동시에 제공했다. 온통 우크라이나에 시선이 쏠린 사이 북한에 대한 감시의 눈길은 느슨해졌고, 복수의 서방 언론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팔고 있을 뿐 아니라 5만명 수준의 북한인을 러시아군에 참전시킬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것이 기회라면 핵 개발을 지속할 이유도 한층 더 분명해졌다. 1994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는 핵탄두 1700개를 보유한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다. 소련 붕괴 이후 ...

    2022.10.11 03:00

  • [장덕진 칼럼]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드러낸 한국의 정책역량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드러낸 한국의 정책역량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한 국내 반응은 ‘배신’이라는 한 단어로 모아지는 듯하다. 때로는 동맹의 등에 칼을 꽂았다는 살벌한 표현도 들린다. 친환경 전기차에 주어지는 7500달러 보조금에서 당장 한국산 차가 배제되게 생겼고, 이것은 결국 한국산 전기차의 가격이 1000만원이나 비싸지는 셈이 될 것이라서 미국 내 전기차 판매 2위인 현대차·기아는 물론이고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 전체에도 커다란 부담인 것이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미·중 대립에서 한국은 분명하게 미국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조 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전후해 현대차 100억달러와 삼성전자 170억달러 등 한국 기업들의 대대적인 미국 내 투자 약속까지 이어진 직후임을 감안하면 배신당했다고 느끼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야당은 정부의 무능을 조롱하고 나섰고, 영국을 거쳐 미국을 방문 예정인 윤 대통령으로서는 빈손으로 귀국할 경우 또 한 번의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그런데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한 ...

    2022.09.20 03:00

  • [장덕진 칼럼] 당헌 수난시대
    당헌 수난시대

    87년 체제가 문제인 줄 알았다. 선거법이 문제인 줄 알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개헌과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들 흔히 말하지만, 디테일 속에는 악마도 천사도 함께 있다. 개헌 없이 지금의 법률하에서 정당만 제대로 운영해도 한국 정치를 훨씬 나아지게 할 수 있다. 미국 민주당의 경우를 보면, 대선 후보를 선출할 때 포퓰리즘 같은 일시적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지나간 세 번의 대선에서 주별 득표율을 합산해 대의원 수를 할당하고 지역적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선거인단은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 중 적어도 한 명은 자신의 지역 출신이 아닌 사람에게만 투표할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은 법률로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정당의 당헌이다. 공화당도 비슷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정당이 사적 이익집단이 아닌 공적 기구임을 스스로 인식하고 모든 시민의 이익에 봉사하도록 당헌 자체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한국도 법률 개정 없이 얼마든지 비...

    2022.08.30 03:00

  • [장덕진 칼럼] 조각보 권력을 직시해야 한다
    조각보 권력을 직시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휴가에서 돌아와 13일 만에 가진 출근길 문답에서 대통령이 내놓은 발언들이 원론에 그친 것을 보면 휴가 기간 동안 또렷한 답을 찾지는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나치게 당황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쪽이었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꼭 좋기만 한 것도 아니고,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의 그것보다 원래부터 좀 낮았었기에 그리 깜짝 놀랄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 낮은 지지율의 협곡에서 어느 방향을 쳐다보고 있는지는 중요한 문제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당연히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율은 최고 80%를 찍었고 퇴임 시에도 40%였지만, 그렇다고 국민들이 행복했던가. 대선 결과는 적어도 절반 이상의 국민들이 행복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오히려 그는 임기 내내 강성 지지층 뒤에 숨어 있었다는 평가로부터 자유...

    2022.08.09 03:00

  • [장덕진 칼럼] 지정학의 힘
    지정학의 힘

    문재인 전 대통령이 현 정부 인사들에게 <지정학의 힘>이라는 책의 일독을 권했다고 한다. 이 보도를 접하면서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했다. 하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이 불거진 상황이어서 여러 해석이 따라붙는다. 지금 문 전 대통령의 의도가 무엇이든, 나는 그가 재임 시절 지정학을 진지하게 고민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가 세계에서 가장 예측 불가능한 두 명의 정치지도자인 트럼프와 김정은을 한자리에 모으고 평양 능라도 5·1종합경기장에 모인 15만 군중 앞에서 연설했을 때, 국민의 3분의 2가 그를 지지했고 과반수가 북한의 약속 이행을 믿는다고 여론조사에서 답했다. 불과 4년 전의 일이다. 그러니 그 후에 벌어진 일의 책임을 전적으로 그에게만 돌리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하지만 허무하게 끝난 하노이 회담 이후 그의 임기 말까지 한국의 선택은 적어도 지정학이라는 관점에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국도 북한도 동의하지 않는 상태에서 ...

    2022.07.19 03:00

  • [장덕진 칼럼] 한국인, 마음의 변화를 읽어라
    한국인, 마음의 변화를 읽어라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길게 잡으면 10년, 짧으면 5년? 한국인의 마음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 변화의 내용이 무엇이라고 정확히 특정하기 어렵지만, 그것은 아마도 근원적 가치의 상실과 관련되어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징후들은 이런 것들이다. 예를 들면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혐오 같은 것이다. 정치적 올바름은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초창기부터 논쟁적이었던 반면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생각 있는 사람이라면 따라야 할 규범’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86세대가 ‘타는 목마름으로’ 외쳤던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은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옥죄려고 하는 전체주의적 경향에 맞서 개인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에 ‘자유’가 35번이나 등장하는 배경이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과 개혁 드라이브는 그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틀에 맞춰 사람들을 마음대로 재단하고 처벌하는, 조지 오웰...

    2022.06.28 03:00

  • [장덕진 칼럼] 정당이 주식회사와 다른 이유
    정당이 주식회사와 다른 이유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2연패한 민주당에서는 친문계와 친명계의 책임 공방이 살벌하다. 제도적으로는 당대표 선출 시 현재 대의원 45%, 권리당원 40%로 규정된 반영 비율을 각각 20%와 45%로 조정할 것인가가 뜨거운 쟁점이다. 대의원은 친문계가, 권리당원은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르며 유입된 강성 지지층이 두꺼운 친명계가 더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리당원 반영 비율을 높이자는 쪽의 주장은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이 당의 주인인데 지금의 제도하에서는 이들의 더 많은 지지를 받아도 대의원 지지를 못 받으면 낙선할 수 있어서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생각하고 다른 나라의 제도와 비교해보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금방 알 수 있다. 우선 떠오르는 질문은 이런 것이다. 당비를 낸 권리당원의 뜻대로 결정되어야 한다면 정당과 주식회사의 차이는 무엇인가? 혹은 전당대회와 주주총회의 차이는 무엇인가? 주식회사에서는 지분을 소유한 만큼, 그러니까...

    2022.06.07 03:00

  • [장덕진 칼럼] 대선 되풀이하는 민주당의 지방선거
    대선 되풀이하는 민주당의 지방선거

    대선이 아직 서너 달 남아 있던 지난겨울 어느 날, 서울 시내 한 식당에 네 사람이 모였다. 나야 아직 깜냥이 안 되지만, 일행 중 두 사람은 학계에서도 손에 꼽는 선거 전문가였다. 나머지 한 사람은 민주당 측의 무게감 있는 인사였다. 네 사람은 정치적 지지로 얽힌 관계는 아니지만 인간적 친분은 오래 쌓아온 사이였다. 이 정치인은 나머지 세 사람에게 다가오는 대선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물었는데, 세 사람은 어찌 된 일인지 본격적인 전망은 안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만 했다. 두 시간 가까이 대화가 겉돌자 정치인은 “이야기들을 안 하시는 걸 보니 전망이 밝지 않은 모양이군요”라는 말을 남기고 다음 일정을 향해 자리를 떴다. 그가 떠나자 남은 세 사람이 각자 본인의 전망을 꺼내놓았는데,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여러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아마도 윤석열 후보가 이길 것이고, 그것도 박빙이 아니라 꽤 큰 차이로 이길 것 같다는 데 쉽게 의견 일치를 보았던 것이다. 당시 여론조사는 이...

    2022.05.17 03:00

  • [장덕진 칼럼] 표절 기준? 예전에도 분명했어요
    표절 기준? 예전에도 분명했어요

    표절 논란에 휘말렸던 한 유력 정치인의 석사학위 논문이 해당 대학으로부터 표절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늘 그렇듯이 연구윤리지침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표절에 대한 기준이 모호했고 통상적인 관행이었다는 투의 설명도 따라붙었다. 해당 정치인은 몇년 전부터 이미 논란이 된 학위를 반납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나는 이 특정 정치인만을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가짜 논문과, 그렇게 얻은 가짜 학위와, 표절 시비와, 학위 반납이 이어져 왔다. 정치인도, 고위 관료도, 교수도, 연예인도, 스타 강사도 골고루 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두고 봐야겠지만 곧 있을 인사청문회에서도 단골 메뉴인 표절 논란이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표절 논란이 하도 많다 보니 이제는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가짜 해명도 생겨났고, 논란의 당사자들은 너나없이 이 가짜 해명 뒤에 편안하게 숨어 있다. 여러 거짓말이 섞여 있지만, 대표적인 것 두 가지만 ...

    2022.04.26 03:00

  • [장덕진 칼럼] 새 정부는 닫혀 있는 지식의 문 활짝 열어야
    새 정부는 닫혀 있는 지식의 문 활짝 열어야

    지식이 경제성장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과거의 경험을 보면 알 수 있다. 산업화 시대에는 문자를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 즉 문해력이 가장 필수적인 지식이었다. 국가별 1인당 GDP와 문해율의 통계적 상관관계는 0.9가 넘는다. 국민 다수가 글자를 읽지 못하는데 부자가 된 나라는 없다. 한국인의 교육열은 우리의 경제 기적을 낳는 데에 핵심적인 변수였다. 기술의 변화는 필수적인 지식의 업그레이드를 요구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에 지식이 뒷받침되지 않은 노동은 빠르게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업그레이드된 지식을 모든 국민에게 제공할 의무가 국가에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모든 국민이 세계 최고 수준의 지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의 지식 생산과 유통의 체계를 일반 국민들이 안다면 기가 막힐 것이다. 반드시 해야 할 귀중한 연구 주제들이 쌓여 있다고 하자.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으로부터 인류를 구할 수 있는 그런 연구 말이다. 연구를 하려면...

    2022.04.05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