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동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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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의동 칼럼] 윤 대통령 자체가 외교의 리스크다

    윤 대통령 자체가 외교의 리스크다

    윤석열 외교를 평가하기에 앞서 호주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움직임을 보자.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지난달 방중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국관계 개선에 합의했다. 2018년 이후 ‘친미반중’ 노선을 걷던 호주 외교의 극적 전환이다. 호주는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자 미국·영국과 안보 삼각동맹인 ‘오커스’에 참가하며 인도·태평양에서 대중 견제의 선두에 섰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노동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빙무드가 조성됐다. 중국은 전력난 해소를 위해 호주산 석탄이 필요했고, 호주는 거대한 중국 시장을 놓칠 수 없는 경제적 이해관계도 작용했다. 미국과의 동맹 강화로 핵잠수함 기술을 확보한 뒤 대중관계에서 자율성을 확대하는 호주판 ‘균형 외교’가 돋보인다.중동의 대표적 친미국가였던 사우디는 ‘인권 외교’를 내세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관계가 악화되자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독자 외교에 나섰다. 미국의 러시아 제재에 불참한 채 러시아·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했다. 중...
  • [서의동 칼럼] 메가시티보다 지역정당이 우선이다

    메가시티보다 지역정당이 우선이다

    일본 지배하의 한국 경제를 ‘식민지 근대화론’으로 포장하는 논의는 사회 인프라를 깔고 공장을 세우는 정도로는 경제의 내생적 발전이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한다. 자본과 기술이 일본에서 오고 기업 상층부나 고급 기술이 필요한 자리는 일본인이 독차지하는 구조에서 대부분의 조선인들은 미숙련 노동에 종사하거나 영세 하청업체를 꾸리는 게 고작이었다. 조선인들의 정치적 의사결정권은 물론 없었다. 일제강점기의 조선은 유감스럽게도 ‘소멸’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비수도권의 현실과 닮은 데가 많다.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수도권 쏠림은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에서 불균등 발전이 수십년간 누적돼온 탓이다. 2010년대 산업구조 재편으로 이런 흐름이 가속화됐다. 수출 비중이 높은 내구소비재나 자본재 생산공장들이 고임금·정규직 일자리와 협력업체들의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고전적인 지방 산업구조는 무너졌다. 역대 정부는 입으론 균형발전을 외치면서 기업규제를 풀어 알짜 산업을 수도권에 몰아넣었다. ‘...
  • [서의동 칼럼] ‘투 코리아’ 방안, 공론화할 만하다

    ‘투 코리아’ 방안, 공론화할 만하다

    윤석열 정부가 내년에 30주년을 맞는 정부 공식 통일방안(민족공동체 통일방안) 개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일간지가 보도하자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일단 부인했으나 어떤 형태로든 손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화해·협력을 거쳐 남북연합을 구성한 뒤 최종 통일로 가자는 3단계 통일방안이 대북압박을 선호하는 윤석열 정부 성에 찰 리도 없다. 윤 정부는 집권 이후 한·일관계 복원을 서둘러 한·미·일 군사 준동맹화 기틀을 다졌다. 한반도에서 한·미·일과 북·중·러의 전선을 구축하는 ‘외교 새틀짜기’가 일단락되자 남북관계 재규정 작업에 손대려는 듯 보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때 거의 사라진 ‘통일’이 ‘평화’를 대체하고 있는 것은 불안하다. 윤 정부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은 포장을 뜯어내면 ‘흡수통일’이기 때문이다. 윤 정부의 외교·통일 새틀짜기에 더불어민주당과 진보세력은 어떤 입장인지 분명치 않다.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과 그 후 전개된 ...
  • [서의동 칼럼] ‘역사의 외투’가 아득히 멀어져갔다

    ‘역사의 외투’가 아득히 멀어져갔다

    소련은 한국전쟁의 지도와 지원을 담당했지만, 정작 전쟁기간 내내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전투병의 북한 파병은 물론 군사고문단의 전투 참가를 금지했고, 북한의 공군력 지원 요청도 외면했다. 북한의 남침 직후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소련이 출석하지 않은 것은 전쟁의 최대 미스터리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소련의 불참으로, 유엔군 창설이 결의되면서 전쟁 판도가 바뀌었다. 후일 발굴된 서한에서 스탈린은 체코슬로바키아 고트발트 대통령에게 “중국의 참전으로 미국을 아시아에 묶어놓으면 유럽 사회주의를 강화시킬 시간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전쟁의 승패보다 유럽에서의 사회주의 강화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지만 사후 합리화에 가깝다. 스탈린의 본심이 한국전 개입을 국제사회에 드러내기를 꺼렸기 때문이라고 연구자들은 본다.소련이 북한에 지원한 무기는 공짜가 아니라 차관, 교역 등 대부분 유상거래였다. 최신 무기 대신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면서 북한의 금과 납, 쌀 등 현물을 챙겨갔다. 북한 지도...
  • [서의동 칼럼] 독립영웅 흉상 철거와 ‘캠프 데이비드 정신’

    독립영웅 흉상 철거와 ‘캠프 데이비드 정신’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은 한국이 일본의 안보위기 때 지원해야 하는 근거를 만들어놨다. ‘3국 신속 협의 공약’에 따라 한국은 중·일 간 센카쿠열도, 러·일 간 쿠릴열도 갈등이 벌어질 경우 일본 편에 서야 한다. 그 역의 경우도 성립하는데 남북, 한·중 갈등에 자위대가 개입하는 것이다. 공약에는 ‘협의’라는 표현을 썼지만 미국은 하위 파트너와의 합의문에 ‘의무’를 명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강제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국방부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 교정에서 철거하기로 한 ‘국내적 사건’은 캠프 데이비드 합의 취지와 무관하지 않다. 한·일 군사동맹화로 나아가려면 일본 군사력이 한반도에 출몰하는 데 대한 한국인들의 저항심리를 납작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일 갈등과 저항의 상징물을 치우고 일본에 협력한 인물들을 받드는 ‘환경정비’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를 누구보다도 바라는 이들이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에 포진한 외교 엘리트들이...
  • [서의동 칼럼] 한·미 동맹 70주년에 등장한 트루먼 동상

    한·미 동맹 70주년에 등장한 트루먼 동상

    일본 패전 이후 미국은 일본인들의 저항을 우려해 천황제를 유지하는 대신 그 권위를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한정했다. 일본의 ‘국체(國體)’는 보존됐지만, 그 대가로 대미종속 구조가 확립됐다. 일본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체결로 회복한 주권을, 같은 날 맺은 미·일 안보조약으로 미국에 헌납했다. 이후 70여년간 미국은 신성불가침의 권위였고, 미국이 그어놓은 선을 넘는 이는 누구라도 거세됐다. 미국을 앞질러 중국과 수교한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방침을 미국과 협의 없이 발표한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대표적이다. 정치학자 시라이 사토시의 말대로 일본의 진짜 국체는 상징 천황제가 아니라 미·일동맹이다. 한국전쟁 마지막 해인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로 출범한 한·미 동맹도 처음부터 성역이었다. 미국의 이해는 모든 것에 우선했고, 한국 정부는 보수·진보 구분 없이 미국 뜻을 거의 예외 없이 받들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만 해도 ‘용미(用...
  • [서의동 칼럼] 정권이 바뀌면 우려가 ‘괴담’이 되는 나라

    정권이 바뀌면 우려가 ‘괴담’이 되는 나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한 안전성 우려를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괴담 선동’이라고 공격한다. A신문은 지난주 ‘광기의 시간, 팩트가 협박당했다’ 기사로 15년 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때 분출했던 ‘광우병 우려’를 소환해 괴담으로 몰았다. 오염수 우려를 ‘제2의 광우병 괴담 선동’으로 등식화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런데 이 신문을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만 해도 ‘광우병 우려’ 보도에 적극적이었다. A신문은 2002년 4월22일자 과학면 ‘인간 광우병-병걸린 쇠고기 먹으면 감염…사망률 100%’ 기사에서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에 걸린 사람은 결국 광우병에 감염된 소처럼 뇌에 구멍이 생겨 100% 사망하게 된다”는 국내 의대 교수의 기고를 실었다. 2008년 촛불집회 때 나온 ‘뇌송송 구멍탁’ 구호와 일치하는 주장이다. B신문은 2007년 3월23일자 ‘몹쓸 광우병! 한국인이 만만하니’ 기사에서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
  • [서의동 칼럼] 일본의 ‘무책임 정치’가 키운 오염수 사태

    일본의 ‘무책임 정치’가 키운 오염수 사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해양투기 외에 다른 방안이 없었던 걸까. 그렇지 않다. 전문가들도 포함된 일본 원자력시민위원회가 2019년 두 가지 처리 방안을 내놨다. 첫째, 10만㎥급 초대형 탱크를 지어 오염수를 장기 저장하는 방안이다. 핵종(방사성물질)의 독성이 충분히 줄어들도록 수십년 보관한 뒤 방류 여부는 다음 세대 결정에 맡기자는 것이다. 일본의 뛰어난 토목기술이라면 튼튼한 초대형 탱크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원전 북측 토사처분 예정지를 부지로 활용할 수 있다. 둘째, 오염수를 건축재료인 모르타르처럼 굳히는 방안이다. 원전 부지에 반지하 콘크리트 용기를 만들고 그 안에 오염수·시멘트·모래를 개어 굳히면 방사성물질 유출 위험을 반영구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이미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리버 핵시설 오염수 처분에 활용되고 있다. 둘 다 1~2년이면 실행할 수 있다. 경제산업성 자문기관인 알프스소위원회가 제시한 수증기방출, 수소방출, 지하매설, 지층주입, 지하매설보다 현실...
  • [서의동 칼럼] 일본은 외교합의를 잘 지켰나

    일본은 외교합의를 잘 지켰나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 이후의 한·일관계는 ‘한국이 외교합의를 위반했다’는 일본의 프레임에 지배됐다. 문재인 정부는 피해갔지만 윤석열 정부는 딱 걸려들었다. ‘2018년 대법원 판결과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간의 모순’(요미우리신문 인터뷰)을 참을 수 없던 윤석열 대통령은 제3자 변제 해법을 몸소 고안해 여론 반대를 무릅쓰고 관철시켰다. ‘한국은 국제법을 안 지키는 나라’란 주문을 4년 넘도록 외워온 끝에 일본은 승리했다. 일본 기업들은 배상 책임을 면했고, 서울을 찾은 총리는 ‘마음 아프다’는 개인 감상으로 강제동원의 사과·반성을 갈음했다. ‘국제법을 어긴 한국의 심각한 죄에 비하면 80년 전 고릿적 과오가 무슨 대수인가.’ 윤석열의 가치외교가 빚어낸 가장 스펙터클한 ‘가치전도(顚到)’다. 그런데 그런 일본은 외교합의를 잘 지켜왔던가. 국내 보수층은 일본을 ‘국가 간 약속을 한 치 어긋남 없이 지켜온 모범국가’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대단한 착각이다. 군국주의...
  • [서의동 칼럼] 바이든의 미소에 속고 있다

    바이든의 미소에 속고 있다

    “무너진 한·미 동맹을 재건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국의 ‘동맹 중독’은 한층 심각해졌다. 미국 CIA가 대통령실을 도청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미국을 향한 항심(恒心)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다.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울 도심에 걸린 현수막엔 ‘한·미 동맹 완성’ 글귀가 선명하다. 보수층의 맹목 지지라는 고정값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좌초, 대중 여론 악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노회함이 가세한 결과다. 방위비 분담금을 한꺼번에 5배 올리며 한국을 겁박한 트럼프 대통령 때 한국에선 반미감정이 똬리를 틀었다. 대학생들은 미국대사관저 담장을 넘었다. 트럼프의 좌충우돌에 진저리가 난 한국인들은 바이든에 안도했고, 그의 미소에 저항력을 잃었다.미소는 공짜가 아니었다. 바이든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립서비스’로 한국 기업들에서 막대한 대미 투자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발등이 찍혀 있다. 현대차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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