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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의동 칼럼]미국이 우리 편이 아니게 될 때
    미국이 우리 편이 아니게 될 때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담당자들이 최근 내놓는 발언들은 ‘북한 비핵화’ 목표를 폐기하려고 마음먹은 것처럼 들린다. 대북협상을 총괄하는 정 박 국무부 차관보는 “오판이나 우발적 확전 위험을 줄이기 위한 위험 감소를 포함해 제재(완화)나 신뢰 구축, 인도주의적 협력”에 대해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3월18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팟캐스트). 미라 랩 후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선임보좌관도 “역내 및 전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면 비핵화를 향한 ‘중간 조치’도 고려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3월5일자 중앙일보). 후퍼가 말하는 ‘중간 조치(interim steps)’는 핵 동결과 군축이다. 북한의 핵무력을 동결시킨 뒤 핵무기 감축을 협상 목표로 삼겠다는 뜻이다.그렇다면 앞으로 열릴 북·미 협상은 ‘비핵화’가 아니라 ‘핵군축’으로 성격이 바뀌게 된다. ‘행동 대 행동’ 방식으로 북한은 핵동결, 미국은 제재 해제를 주고받을 것이다. 이것은 2019년 실패로...

    2024.03.20 20:09

  • [서의동 칼럼] 어떤 다큐의 ‘역사 거꾸로 세우기’
    어떤 다큐의 ‘역사 거꾸로 세우기’

    일제강점기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낸 이승만은 미·일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한 한국의 독립은 불가능하므로 무력투쟁은 쓸모없다고 여겼다. 그는 안중근 의사가 “서구에서 많은 존경을 받는”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것이 미국 여론을 악화시켰다고 비판했고, 윤봉길·이봉창 의거가 일본의 탄압만 초래할 것이라는 항의서한을 임시정부에 보냈다. 일본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안온한 미국 땅에 줄곧 머물렀던 이승만은 전 가산을 처분한 뒤 간도 땅에서 독립운동에 매진한 이회영이나 홍범도·김좌진, 의열단의 시련을 알 턱이 없었다. 상하이 임시정부 대통령이 돼 독립운동에 합류할 기회가 있었지만 현지에 잠깐 체류했을 뿐, ‘나는 외교를 할 테니 독립투쟁은 알아서들 하라’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이승만이 미국에서 주로 해온 것은 청원 외교였다. 1920년 미국 사회에서 아일랜드 독립투쟁에 관심이 커지자 이승만은 아일랜드 독립 결의안에 편승해 한국도 독립시켜달라고 미 의회에 청원했으나 부결됐다. 생소한 아시아...

    2024.02.21 20:15

  • [서의동 칼럼] 전쟁이 ‘빌드업’되고 있는 한반도
    전쟁이 ‘빌드업’되고 있는 한반도

    1949년, 남북한은 ‘작은 전쟁’으로 불릴 정도로 격화된 38선 충돌을 통해 전쟁 에너지를 축적해 갔다. 김일성은 1949년 신년사에서 “모든 것을 국토완정(完整)을 위해 바치자”면서 ‘국토완정’을 13차례 언급했다. 신년사를 기점으로 국토완정론은 북한의 최대 슬로건이자 주민을 총동원하는 이데올로기가 됐다. 1948년 10월 여순사건을 계기로 반공국가 체제를 확립한 이승만 정권은 1949년 내내 ‘실지회복’ ‘북벌’ 구호를 내걸었다. 반민특위 해산, 국회 프락치 사건, 김구 암살 등 정권 도전세력을 진압하던 시기와 겹친다. 대통령과 군 지도자들의 언행은 일선 지휘관들의 공격 성향을 강화했다.미·소 양군의 38선 철수는 충돌의 방아쇠였다. 1949년 1월19일 대북 특수공작기관이 주도한 ‘해주 의거’를 기점으로, 남북은 많게는 수천명을 동원한 전투를 1년 가까이 전개했다. 1949년 5월 연대급 병력이 동원된 개성 전투는 전면전 직전까지 갔다. 충돌이 발생한 옹진반도, 개성,...

    2024.01.17 19:57

  • [서의동 칼럼] 윤 대통령 자체가 외교의 리스크다
    윤 대통령 자체가 외교의 리스크다

    윤석열 외교를 평가하기에 앞서 호주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움직임을 보자.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지난달 방중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국관계 개선에 합의했다. 2018년 이후 ‘친미반중’ 노선을 걷던 호주 외교의 극적 전환이다. 호주는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자 미국·영국과 안보 삼각동맹인 ‘오커스’에 참가하며 인도·태평양에서 대중 견제의 선두에 섰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노동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빙무드가 조성됐다. 중국은 전력난 해소를 위해 호주산 석탄이 필요했고, 호주는 거대한 중국 시장을 놓칠 수 없는 경제적 이해관계도 작용했다. 미국과의 동맹 강화로 핵잠수함 기술을 확보한 뒤 대중관계에서 자율성을 확대하는 호주판 ‘균형 외교’가 돋보인다.중동의 대표적 친미국가였던 사우디는 ‘인권 외교’를 내세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관계가 악화되자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독자 외교에 나섰다. 미국의 러시아 제재에 불참한 채 러시아·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했다. 중...

    2023.12.19 20:16

  • [서의동 칼럼] 메가시티보다 지역정당이 우선이다
    메가시티보다 지역정당이 우선이다

    일본 지배하의 한국 경제를 ‘식민지 근대화론’으로 포장하는 논의는 사회 인프라를 깔고 공장을 세우는 정도로는 경제의 내생적 발전이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한다. 자본과 기술이 일본에서 오고 기업 상층부나 고급 기술이 필요한 자리는 일본인이 독차지하는 구조에서 대부분의 조선인들은 미숙련 노동에 종사하거나 영세 하청업체를 꾸리는 게 고작이었다. 조선인들의 정치적 의사결정권은 물론 없었다. 일제강점기의 조선은 유감스럽게도 ‘소멸’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비수도권의 현실과 닮은 데가 많다.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수도권 쏠림은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에서 불균등 발전이 수십년간 누적돼온 탓이다. 2010년대 산업구조 재편으로 이런 흐름이 가속화됐다. 수출 비중이 높은 내구소비재나 자본재 생산공장들이 고임금·정규직 일자리와 협력업체들의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고전적인 지방 산업구조는 무너졌다. 역대 정부는 입으론 균형발전을 외치면서 기업규제를 풀어 알짜 산업을 수도권에 몰아넣었다. ‘...

    2023.11.21 20:37

  • [서의동 칼럼] ‘투 코리아’ 방안, 공론화할 만하다
    ‘투 코리아’ 방안, 공론화할 만하다

    윤석열 정부가 내년에 30주년을 맞는 정부 공식 통일방안(민족공동체 통일방안) 개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일간지가 보도하자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일단 부인했으나 어떤 형태로든 손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화해·협력을 거쳐 남북연합을 구성한 뒤 최종 통일로 가자는 3단계 통일방안이 대북압박을 선호하는 윤석열 정부 성에 찰 리도 없다. 윤 정부는 집권 이후 한·일관계 복원을 서둘러 한·미·일 군사 준동맹화 기틀을 다졌다. 한반도에서 한·미·일과 북·중·러의 전선을 구축하는 ‘외교 새틀짜기’가 일단락되자 남북관계 재규정 작업에 손대려는 듯 보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때 거의 사라진 ‘통일’이 ‘평화’를 대체하고 있는 것은 불안하다. 윤 정부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은 포장을 뜯어내면 ‘흡수통일’이기 때문이다. 윤 정부의 외교·통일 새틀짜기에 더불어민주당과 진보세력은 어떤 입장인지 분명치 않다.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과 그 후 전개된 ...

    2023.10.24 20:23

  • [서의동 칼럼] ‘역사의 외투’가 아득히 멀어져갔다
    ‘역사의 외투’가 아득히 멀어져갔다

    소련은 한국전쟁의 지도와 지원을 담당했지만, 정작 전쟁기간 내내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전투병의 북한 파병은 물론 군사고문단의 전투 참가를 금지했고, 북한의 공군력 지원 요청도 외면했다. 북한의 남침 직후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소련이 출석하지 않은 것은 전쟁의 최대 미스터리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소련의 불참으로, 유엔군 창설이 결의되면서 전쟁 판도가 바뀌었다. 후일 발굴된 서한에서 스탈린은 체코슬로바키아 고트발트 대통령에게 “중국의 참전으로 미국을 아시아에 묶어놓으면 유럽 사회주의를 강화시킬 시간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전쟁의 승패보다 유럽에서의 사회주의 강화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지만 사후 합리화에 가깝다. 스탈린의 본심이 한국전 개입을 국제사회에 드러내기를 꺼렸기 때문이라고 연구자들은 본다.소련이 북한에 지원한 무기는 공짜가 아니라 차관, 교역 등 대부분 유상거래였다. 최신 무기 대신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면서 북한의 금과 납, 쌀 등 현물을 챙겨갔다. 북한 지도...

    2023.09.26 20:20

  • [서의동 칼럼] 독립영웅 흉상 철거와 ‘캠프 데이비드 정신’
    독립영웅 흉상 철거와 ‘캠프 데이비드 정신’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은 한국이 일본의 안보위기 때 지원해야 하는 근거를 만들어놨다. ‘3국 신속 협의 공약’에 따라 한국은 중·일 간 센카쿠열도, 러·일 간 쿠릴열도 갈등이 벌어질 경우 일본 편에 서야 한다. 그 역의 경우도 성립하는데 남북, 한·중 갈등에 자위대가 개입하는 것이다. 공약에는 ‘협의’라는 표현을 썼지만 미국은 하위 파트너와의 합의문에 ‘의무’를 명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강제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국방부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 교정에서 철거하기로 한 ‘국내적 사건’은 캠프 데이비드 합의 취지와 무관하지 않다. 한·일 군사동맹화로 나아가려면 일본 군사력이 한반도에 출몰하는 데 대한 한국인들의 저항심리를 납작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일 갈등과 저항의 상징물을 치우고 일본에 협력한 인물들을 받드는 ‘환경정비’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를 누구보다도 바라는 이들이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에 포진한 외교 엘리트들이...

    2023.08.29 17:33

  • [서의동 칼럼] 한·미 동맹 70주년에 등장한 트루먼 동상
    한·미 동맹 70주년에 등장한 트루먼 동상

    일본 패전 이후 미국은 일본인들의 저항을 우려해 천황제를 유지하는 대신 그 권위를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한정했다. 일본의 ‘국체(國體)’는 보존됐지만, 그 대가로 대미종속 구조가 확립됐다. 일본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체결로 회복한 주권을, 같은 날 맺은 미·일 안보조약으로 미국에 헌납했다. 이후 70여년간 미국은 신성불가침의 권위였고, 미국이 그어놓은 선을 넘는 이는 누구라도 거세됐다. 미국을 앞질러 중국과 수교한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방침을 미국과 협의 없이 발표한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대표적이다. 정치학자 시라이 사토시의 말대로 일본의 진짜 국체는 상징 천황제가 아니라 미·일동맹이다. 한국전쟁 마지막 해인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로 출범한 한·미 동맹도 처음부터 성역이었다. 미국의 이해는 모든 것에 우선했고, 한국 정부는 보수·진보 구분 없이 미국 뜻을 거의 예외 없이 받들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만 해도 ‘용미(用...

    2023.08.01 20:25

  • [서의동 칼럼] 정권이 바뀌면 우려가 ‘괴담’이 되는 나라
    정권이 바뀌면 우려가 ‘괴담’이 되는 나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한 안전성 우려를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괴담 선동’이라고 공격한다. A신문은 지난주 ‘광기의 시간, 팩트가 협박당했다’ 기사로 15년 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때 분출했던 ‘광우병 우려’를 소환해 괴담으로 몰았다. 오염수 우려를 ‘제2의 광우병 괴담 선동’으로 등식화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런데 이 신문을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만 해도 ‘광우병 우려’ 보도에 적극적이었다. A신문은 2002년 4월22일자 과학면 ‘인간 광우병-병걸린 쇠고기 먹으면 감염…사망률 100%’ 기사에서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에 걸린 사람은 결국 광우병에 감염된 소처럼 뇌에 구멍이 생겨 100% 사망하게 된다”는 국내 의대 교수의 기고를 실었다. 2008년 촛불집회 때 나온 ‘뇌송송 구멍탁’ 구호와 일치하는 주장이다. B신문은 2007년 3월23일자 ‘몹쓸 광우병! 한국인이 만만하니’ 기사에서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

    2023.07.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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