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멀리서 왔다. 누구나 멀리서 온다. 멀리서 와서, 잠시 잠깐 ‘착지’했다 멀리 떠난다. 아무도 서 있지 않는 텅 빈 정류장에 버스가 머무는 시간보다 잠시 잠깐이다. 그 잠시 잠깐 사이엔 무수한 ‘때’가 있다. 크게는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긴 것을 뽑을 때가 있다.”(코헬렛 3장 2절). 태어날 때와 죽을 때 사이엔 눈금자의 눈금처럼 헤아릴 수 없는 때가 있다. 울 때와 웃을 때, 노래할 때와 노래하지 않을 때, 떠날 때와 머물 때…. 심을 때와 심긴 것을 뽑을 때 사이엔 때와 함께 우리가 아는 계절과 알지 못하는 계절이 있다.이곳엔 오래된 정류장이 있다. 그리고 정류장만큼이나 오래된 슈퍼가 있다. 그 슈퍼에는 백발의 여인이 있다. 슈퍼에서는 정류장을 지나가는 몇개 안 되는 버스들의 버스표를 판다. 여인은 첫 버스가 정류장을 지나가기 전에 슈퍼 문을 열고, 마지막 버스가 지나가고 나서야 슈퍼 문을 닫는다. 밤이 꽤 깊어서야 정류장을 지나가...
2024.05.01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