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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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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과 오늘]갈라치기
    갈라치기

    ‘갈라치기’는 본래 바둑 용어로 “상대의 세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변의 중앙에 돌을 두는 전술”을 말한다. 갈라치기를 하면 상대의 포석이 한 집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혼자서 생각해봤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바둑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제 갈라치기 전술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바둑인들은 다소 불쾌할 수도 있겠다. 갈라치기는 이제 사회나 특정 집단을 둘 혹은 그 이상으로 나누어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를 뜻하는 말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숱한 갈라치기가 횡행하는 통에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세대와 지역, 정치 지향 등 별별 것들로 사람들은 갈라치기를 한다. 그중 갈라치기의 원조는 아무래도 여와 남, 남과 여를 차별한 역사일 것이다. 여성은 역사 이래, 사정이 나아졌다고 하는 지금도 다양한 형태의 차별을 경험한다. 유리천장을 뚫고 고위직에 오르는 여성들이 흔해졌다. 자기만의 길을 뚜벅뚜벅 가는 젊은 여성도 많다. 차별이 일종의 시대정신일 때에도 어떤 여성은 자기만...

    2026.05.13 20:06

  • [예술과 오늘]슬픔을 토로하라
    슬픔을 토로하라

    닉 케이브는 호주 출신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30장이 넘는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호주와 영국 차트에 수많은 곡을 올려놨다. 그중 대표곡을 하나만 꼽자면 동향 가수 카일리 미노그와 함께 발표한 ‘Where the Wild Roses Grow’다. 이 곡은 영국과 호주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만약 닉 케이브가 아직 낯설다면 ‘Into My Arms’부터 들어보길 추천한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주인공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장면에 흐르던 바로 그 곡이다.내가 가장 좋아하는 닉 케이브의 노래는 따로 있다. 2019년 발표한 ‘Bright Horses’다. 사실 이 곡을 발표하기 전, 닉 케이브는 감당하기 힘든 비극을 겪었다. 막내아들 아서가 15세의 나이에 추락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서가 세상을 떠난 지 불과 3년 뒤인 2022년 둘째 아들마저 예기치 못한 사고로 떠나보내야 했다.‘Bright Horses’를 처음 들었을 때 울컥하는...

    2026.05.06 19:58

  • [예술과 오늘]이순신 동상
    이순신 동상

    중학교 시절, 이순신의 탄생일이 되면 오전 수업만 하고 오후에는 ‘임진왜란’이나 ‘성웅 이순신’ 같은 제목의 영화를 단체관람했다. 1960~1970년대는 이순신 우상화 작업이 유난했다. 박정희는 유년 시절 이광수가 쓴 <이순신>을 탐독하며 그를 숭배하기 시작했다. 춘원의 이순신 전기는 식민사관이 내재돼 그 사관이 무의식적으로 박정희의 사고를 지배했다고 여겨진다.박 정권은 1960년대 이순신의 애국·애족 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난중일기>와 <충무공 전기> 등 관련 서적의 출판을 장려하고 이를 학생들의 필독서로 지정했다. 이순신 우상화 작업의 백미는 단연 기념 동상의 건립이다. ‘애국선열조상건립위원회’는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상을 필두로 모두 15점의 동상을 세운 뒤 해체됐다. 이순신, 세종대왕, 을지문덕, 김유신, 강감찬, 계백 등이 그 대상이다. 군사정권의 정서에 부합되는 동시에 정권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인물들을 선별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

    2026.04.29 20:15

  • [예술과 오늘]변한 듯 변하지 않은 여성 캐릭터
    변한 듯 변하지 않은 여성 캐릭터

    가상의 입헌군주제를 배경으로 삼은 국내 최초의 드라마는 2006년 방영된 MBC <궁>이다. 박소희 작가의 동명만화를 영상화한 이 작품은 낯선 소재와 장르를 향한 우려에도,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성취했다. <궁>의 성공 이후 속편 격인 <궁s>(MBC·2007)를 비롯해 <더킹 투하츠>(MBC·2012), <황후의 품격>(SBS·2018), <더킹: 영원의 군주>(SBS·2020) 등 여러 편의 입헌군주제 배경 드라마가 등장했지만, 이 장르의 대표작은 변함없이 <궁>으로 기억될 정도로 그 첫 기억은 강렬하다.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방영을 시작한 또 한 편의 입헌군주제 소재 드라마가 있다. <21세기 대군부인>은, 이 장르의 역사를 처음 쓴 MBC가 극본공모전을 통해 발굴한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점에서 <궁>의 영광을 재현할 만한 작품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아왔다. 드라마는 방영 4...

    2026.04.22 20:04

  • [예술과 오늘]당면한 일
    당면한 일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김훈의 <칼의 노래> 첫 문장이다. 본래 “꽃이” 아니라 “꽃은”이었다고 한다. 작가는 담배 한 갑을 태우며 고민했고, 끝내 “꽃이” 되었다. 문장 하나, 아니 조사 하나에도 작가는 애달아한다. 저 첫 문장도 아름답지만, 내가 작가의 문장 중 가장 사랑하는 대목은 <남한산성>의 “다만 당면한 일을 당면할 뿐이다”이다. 예조판서 김상헌은 형 김상용이 보낸 서신을 통해 임금의 파천을 알게 되었고, 이내 남한산성으로 길을 잡는다. 관직에서 물러났음에도 김상용은 “빈궁과 대군을 받들어 강화”로 간다. 그리고 예조판서인 동생에게는 “스스로 몸 둘 곳”을 알 것이라 일러준다. “다만 당면한 일을 당면할 뿐이다”는 형제의 앞날에 대한 예견일 뿐 아니라 ‘지금 여기서’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메타포다.그레이스가 눈을 뜬 곳은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선 안. 동행한 두 사람은 무슨 이유에선지 이미 세상을 떠났다. 그레이스는 처음에는 자기...

    2026.04.15 19:55

  • [예술과 오늘]문화에 낙수효과는 없다
    문화에 낙수효과는 없다

    지난해 말, 페이커가 롤드컵 3연패를 완성했다. 페이커와 롤드컵이 낯선 독자도 있을 것이다. 페이커는 프로게이머 이상혁이다. 롤드컵은 게임 ‘리그 오브 레전즈’의 세계 챔피언십, 일종의 월드컵 결승전이다.‘게임 따위’라고 여길 독자를 위해 덧붙인다. 지난 10년간 한국 게임산업의 수출액은 영화의 약 150배에 달한다. 전체 콘텐츠 산업의 60~70%를 차지하는, 압도적 1위다. 게임은 현대 문화의 첨병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부정이 아니라 관리와 육성이다. 그래야 미래를 말할 수 있다.롤드컵은 음악 종사자에게도 중요하다. 유명 음악가가 주제가를 불렀기 때문이다. 전자음악 뮤지션 제드를 비롯해 힙합 가수 릴 나스 엑스, 록그룹 린킨 파크, 한국의 뉴진스 등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밴드 이매진 드래건스가 발표한 ‘워리어스’도 있다. 게임 음악으로 쓰인 덕에 어린 세대에게도 인기를 얻었다.스트리밍 시대, 영화와 영상 콘텐츠가 대중예술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음악의 미...

    2026.04.08 19:53

  • [예술과 오늘]전통문화 없는 전통문화거리
    전통문화 없는 전통문화거리

    종로2가와 송현동, 안국동 사이를 잇는 인사동길이 있다. 우리나라 전통문화와 전시를 접할 수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거리다. 갑오개혁 당시 행정개편으로 ‘인사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이 일대는 관가이자 중인들의 주거지였다. 나는 그곳의 작은 표지석을 지날 때마다 조선시대 화원들의 자취를 떠올린다. 어디선가 김홍도가 홀연히 나타날 것만 같다.인사동에 고미술 가게와 헌책방이 들어선 것은 일제강점기였다. 조선이 일제의 식민지가 되면서 조선시대를 지탱하던 사대부 계급은 몰락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양반들은 도자기와 고서화, 고가구 등 자신들이 소유한 골동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를 매입해 장사를 하던 일본인들이 북촌 인근 인사동으로 몰려들면서 이곳에 상점들이 형성됐다.해방 이후 1960~1970년대는 인사동이 성시를 이룬 시기였다. 그러나 위작 판매 논란이 이어지면서 대다수 가게들이 장안동으로 이주했다. 그 자리에 화랑과 표구점, 서화 도구 상점, 전통음식...

    2026.04.01 19:55

  • [예술과 오늘]K컬처팬의 새로운 시선
    K컬처팬의 새로운 시선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드라마월드>라는 흥미로운 작품 하나가 세상에 공개됐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라쿠텐 비키가 공개한 이 한·중·미 합작 시리즈는 출생의 비밀, 불치병, 기억상실 등 이른바 K드라마의 단골 소재와 관련 클리셰를 재치있게 비틀면서 해외 한류팬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작품은, K드라마 시청이 유일한 낙인 주인공 클레어(리브 휴슨)가 우연히 신비한 힘에 이끌려 ‘드라마월드’라는 판타지 세계로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평소 즐겨보던 K드라마의 세계관을 그대로 옮겨놓은 ‘드라마월드’가 위기에 빠진 것을 깨달은 클레어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주요 줄거리다.<드라마월드>는 그 과정에서 K드라마의 진부한 관습들을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하면서 비평적 효과까지 거둔다. 급작스러운 교통사고, 뜬금없는 복근 노출 등 개연성 부족한 장면들의 뻔뻔한 재연이 웃음을 이끌어내고, 수동적 여성과 구원자 남성 등 시대착오적 요...

    2026.03.25 20:00

  • [예술과 오늘]‘작은 나’부터 깨닫기
    ‘작은 나’부터 깨닫기

    트럼프의 이란 침공이 길어지고 있다. 그는 연일 호언장담을 늘어놓지만, 이란의 항전 의지만 돋울 뿐이다. 중동 전역으로 확대된 전선,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이 이란의 명징한 대답인 셈이다. 이란뿐 아니라 러시아에 대항하는 우크라이나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세계 곳곳이 화염에 휩싸이고 있는데, 기실 ‘전쟁이구나’ 실감하는 건 기름값이다. 최고가격제 덕에 그나마 주춤하지만, 주유소에 들어서며 욕 아닌 욕을 내뱉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언감생심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김수영 시인은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로 시작하는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에서 소시민들의 마음을 대변해준다.“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파울 보이머는 꿈 많은 고등학생이었다. 하지만 그가 선 곳은 전장 한가운데...

    2026.03.18 20:05

  • [예술과 오늘]마이클 잭슨과 오즈의 마법사
    마이클 잭슨과 오즈의 마법사

    최근 특정 음악가와 관련된 일이 부쩍 많아졌다. ‘팝의 왕’ 마이클 잭슨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지난해 연재한 경향신문 칼럼 ‘반복과 누적’에서 언급했듯 그의 전기 영화 <마이클>이 오는 5월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마이클 잭슨을 대표하는 노래를 하나만 꼽기는 쉽지 않다. 그는 인류 음악사에서 히트곡이 가장 많은 뮤지션 중 한 명이다. 인지도 역시 속된 말로 ‘넘사벽’이다. 음악을 잘 모르는 어린 팬이라도 그의 이름은 몰라도 노래를 들려주면 “들어본 곡”이라고 말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이 곡을 빼놓기 어렵다. ‘빌리 진’이다.“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어요.” 인터뷰에서 그는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이 여자친구라고 주장하고,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고 말하는 상황을 보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한두 명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사람들을 총칭해 ‘빌리 진’이라는 이름으로 묘사한 노래가 탄생했다. ‘빌리...

    2026.03.1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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