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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오늘
  • 전체 기사 78
  • [예술과 오늘]남 탓일까, 내 탓일까
    남 탓일까, 내 탓일까

    TV를 켜도, OTT를 열어도 ‘연애’ 관련 프로그램이 부지기수다. 솔로로는 변별력이 없는지 엄마가 함께 참여하는 맞선 형식의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방송이 나간 다음날, 어떤 대화 자리에서는 출연자들의 말과 행동이 한참 이어진단다. 연애 못지않게 최근에는 ‘이혼’ 관련 프로그램도 적잖다. 이혼한 연예인들이 신변잡기를 늘어놓는 프로그램도 여럿이다. 이혼을 쉬쉬하던 세상은 저 멀리 사라졌고, 이혼이 그만큼 흔해진 세상이라는 방증이겠다. 연애든 이혼이든 프로그램을 찾아보지는 않지만, 대략의 내용은 짐작한다. 연애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더 좋은 상대를 찾기 위해 애쓰면서, 안성맞춤인 상대를 찾았을 때는 ‘별도 달도 따줄 듯’할 것이다. 반면 이혼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백이면 백, 상대방 탓만 할 게 분명하다. 물론 상대편이 100% 잘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그런가. 자기 탓이 ‘1’도 없는 일은 세상에 없다.아일랜드 출신 작가 사뮈엘 베케트가 1952년 발표한 <...

    2026.01.21 19:48

  • [예술과 오늘]실수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실수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재즈의 전설을 꼽으라면 마일스 데이비스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재즈가 타성에 빠질 때마다 새로운 흐름을 제시한 전위적인 혁신가였다. 쿨 재즈, 모달 재즈, 재즈 퓨전 등. 장르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해도 괜찮다. 마일스 데이비스는 끊임없이 진화하길 원한 음악가였다. 그가 없었다면 재즈의 역사책은 꽤 진부해졌을 것이다. 만약 진보적인 예술의 첫 번째 의무가 새로운 대중을 창조하는 것이라면, 그는 당대에 가장 진보적인 예술가였다.그렇다면 조건이 따라붙는다. 실수는 필연이라는 것이다. 과학자 아인슈타인 역시 실수에 대해 이런 명언을 남겼다. “그것이 가치 있는 문제라면 최초로 구상한 수준에서 해결되지 않는다.” 이 말은 아인슈타인이 한 것으로 널리 알려졌는데 근거는 없다. 유사한 주장을 펼친 적은 있다. 아인슈타인은 1946년 뉴욕타임스와의 원자력 관련 인터뷰에서 “새로운 사고방식은 필수”라고 말했다. 실제 발언은 인류 생존에 대한 경고였지만 문장에 살이 붙으면서 문제 해결에 실...

    2026.01.14 20:07

  • [예술과 오늘]읽히지 않는 미술책
    읽히지 않는 미술책

    노트북 자판 하나가 떨어진 지 오래되었다. 사용할 수가 없어서 별도의 키보드를 연결해서 사용하고 있다. 불편함은 없지만 조금 번거롭다는 생각은 든다. 그렇다고 사방 1㎝ 크기의 작은 조각 하나 때문에 노트북을 새로 살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하여간 불구가 된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있다.언제부터 이 노트북을 사용했는지 기억이 없다. 흡사 나는 지난 시간에 대한 기억이 서서히 소멸되고 있는 질병을 앓고 있는 것도 같다. 기억이 없는 자는 현재만을 사는 유령과도 같은 존재다. 하여간 이전에 비해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고 쇠약해지는 것만은 사실이다. 내 몸은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차가운, 낯선 기계와도 같다. 그러나 그 몸의 변화에 순응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몸을 이길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하여간 나는 이 노트북으로 여러 권의 책을 썼다. 미술책은 초판으로 대략 2000권을 찍는다. 그런데 초판이 팔리기란 쉬운 일은 아니어서 책을 출간하고 나면 이내 허망함이 든다. 자...

    2026.01.07 20:00

  • [예술과 오늘]‘곁’을 내어주는 사람
    ‘곁’을 내어주는 사람

    성탄의 아침이 밝았다. 의사 누가는 예수의 태어남을 일러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라고 했다. 예수의 사명은 인류 구원이었으니, 그가 이 땅에 온 사건은 말 그대로 ‘복음’(福音)이었다. 아주 잠깐 이런 생각을 했다. 인류 구원이 사명이라면, 좀 더 드라마틱하게 세상에 현현(顯現)했으면 어땠을까. 하늘을 가르고, 온갖 광채가 쏟아지고, 구름을 타고 왔더라면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를 구원자로 믿었을 일 아닌가. 그럼에도 예수는 신생아의 모습으로 작은 구유에 누워 세상에 왔다.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예수 곁에는 부모인 요셉과 마리아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방박사 세 사람이 한동안 곁을 지켰다.한 소녀가 있었다. 가난한 엄마와 아빠는 방학 동안 다소 여유가 있는 친척인 킨셀라 부부에게 소녀를 맡겼다. 소녀에게는 언니들과 동생들, 곧 태어날 동생도 있었다. 아빠는 “애가 말썽을 안 피워야 할 텐데요”라는 말을 남기고 횅 하니 가버렸다. 첫날 밤 소녀는 말썽 아닌 말썽...

    2025.12.24 19:45

  • [예술과 오늘]가짜 체험, 가짜 미술
    가짜 체험, 가짜 미술

    길가 벽면 쪽으로 낙엽이 수북하게 쌓였다. 어떤 것들은 가루가 되어 부서진다. 아스팔트 위에, 보도블록 위에 흩어지고 쌓이는 낙엽은 안쓰럽다. 산속이나 대지에 떨어졌다면 자연스레 흙으로 스며들고 곤죽이 되어 그 무엇으로 환생할 텐데 도시의 낙엽은 그럴 기회를 갖지 못하고 사라진다. 이 낙엽을 밟는 것은 나름 운치가 있어 쌓인 낙엽 더미를 일부러 밟으며 걸어간다. 그 많은 마른 낙엽 중에 제법 잘생긴 놈들을 애써 찾는다. 바닷가나 강가에서도 멋진 돌들을 찾곤 했다. 그렇게 골라온 돌들은 일상의 공간에 고완품이거나 미술작품처럼 품위 있게 자리한다. 길에서 주운 저 마른 낙엽 하나만으로도 어딘가가 환하게 밝아오는 느낌이다.나는 그 순간 스스로 부드럽고 따스한, 감동을 주는 작은 불빛을 내 안에 켠다. 나 자신을 동력 삼아 어둡고 삭막한 삶을 조금 밀어내고, 그 자리에 조명을 밝히는 셈이다. 그렇게 삶을 견딜 만하게 해주는 그 무엇을 도모하는 일이 예술일 것이다. 예술은 스스로 거창...

    2025.12.10 20:06

  • [예술과 오늘]발라드
    발라드

    얼마 전 SBS의 새 음악 예능 <우리들의 발라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10~20대가 부르는 1990년대 발라드라는 참신한 기획이 성공적으로 작동한 덕분이다. 경연이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명곡의 향연과 추억 여행의 성격이 강했던 이 프로그램은 젊은 K팝 세대에게는 보석 같은 우리 가요를 재발견할 기회를, 그 시대를 살아온 이들에게는 완벽한 기억 소환의 장을 제공했다. 무려 30~40년에 걸친 세월을 아우르는 이런 세대 통합은 지상파 TV가 아니었다면 가능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뛰어난 기획도 한몫했지만, 결국 이를 가능하게 한 건 음악의 힘이었다. 1990년대 발라드는 음악 전문가들이 그 시기를 ‘황금기’로 부르는 이유 중 가장 핵심적인 요소였고, 젊은 신인 가수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 매력이 다시금 확인된 셈이다.현재 우리가 ‘발라드’라고 부르는 가요의 실질적 원년은 1985년, 놀랍게도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40년 전이다. 유재하가 작곡한 조용필의 ‘사랑하기 때...

    2025.12.03 22:08

  • [예술과 오늘]선의
    선의

    아파트 입구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빨간불이 선명한데도 한 어르신이 건널목을 건너기 시작했다. 통행량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서 쌩쌩 다니는 차들이 적잖은 길이었다. 경적을 살짝 울려 조심하시라, 신호를 보냈다. 돌아온 반응은 싸늘했다. 삿대질은 없었지만, 입으로는 분명 ‘XX놈’이라고 욕을 하고 있었다. 어르신은 ‘걱정마라, 내가 다 알아서 한다’는 의도였겠지만,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순간 다시 깨달았다. 선한 의도가 모두 선한 결과로 돌아오지는 않는다는 것을.1905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출신 작곡가 프란츠 레하르의 ‘유쾌한 미망인’은 오페레타 열풍의 한 축을 담당한 작품이다. 오페라보다는 가벼운, 뮤지컬보다는 클래식한 오페레타는 19세기 중반부터 유럽에서 인기였는데, 프란츠 레하르는 이 작품으로 부와 명성을 얻었다. 한나는 가상의 나라 폰테베드로의 부유한 은행가와 결혼했지만, 남편은 일찍 세상을 떠났다. 파리에 거...

    2025.11.26 20:12

  • [예술과 오늘]‘화상’의 올바른 역할
    ‘화상’의 올바른 역할

    오래전부터 나는 한국 고미술품의 매력에 깊이 빠져 있었다. 소박하면서도 놀라운 조형미를 두르며 빛나는 그것들에 매료되어 힘껏 수집했다. 이른바 고완품들이다. 이태준은 <무서록>(1941)에서 될 수 있는 대로 ‘골동’ 대신 ‘고완품’이라 쓰고 싶다고 고백했다. 어둡고 죽음의 흔적이 깃든 골동이란 이름보다는 운치 있고 멋이 깃든 고완품이 훨씬 부르기도 듣기도 좋다는 것이다. 내 수준에 맞는 고완품의 수집이란 신라와 가야의 작은 손잡이 잔과 목기, 주로 일상에서 사용되던 소품들이 주를 이룬다. 무명의 장인이 남긴 오래 사용해서 닳고 낡아 버려지려는 것들이 대부분이고 그래서 매혹적인 색감이나 질감, 헤아릴 수 없는 흔적을 남긴 것들이다. 그것은 인간의 얼굴과도 같은 깊고 무수한 사연을 은닉하고 있다. 하여간 나는 아득한 사연을 지닌 고완품을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그것들을 찾아 하염없는 시간을 보내왔다. 그렇게 해서 서재에는 고완품이 가득하다. 이태준은 고완품 수집...

    2025.11.12 20:16

  • [예술과 오늘]K팝, 김명곤으로부터
    K팝, 김명곤으로부터

    처음 들었던 음악이 무엇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으로 ‘주의 깊게’ 들었던 음반만은 또렷이 기억난다. 바로 이문세 4집. ‘사랑이 지나가면’ ‘이별 이야기’ ‘그녀의 웃음소리뿐’이 담긴 그 음반. 초등학교 5학년의 마음에 불을 지른 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 LP 뒷면을 뒤적였던 그때, 노래마다 반복되는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영훈 작사·작곡, 김명곤 편곡.작사는 가사를 쓰는 일이고, 작곡은 멜로디를 만드는 일이라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편곡’이란 말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음악을 좋아한다는 친구나 형들에게 물어봐도 시원한 답을 주는 이는 없었다. 그저 “그게 뭔가 멋진 일일 것 같다”는 막연한 감정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편곡이라는 말의 미스터리에 빠져, 그 뜻을 어렴풋이 알게 될 때까지 음악을 듣고 또 들었다. 곡마다 빠짐없이 적혀 있는 그 이름, 김명곤. 그는 분명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

    2025.11.05 22:24

  • [예술과 오늘]네 이웃을 사랑하라
    네 이웃을 사랑하라

    저마다의 차이만 있을 뿐 세상 모든 사람은 ‘불안’을 안고 산다. 젊은 세대는 젊어서 겪을 수밖에 없고, 노년 세대는 곧 다가올 죽음으로 인해 불안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인에게는 한국에 살고 있어 겪는 불안이 있고, 한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였던 부탄 사람들도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세계 곳곳의 삶을 보며 ‘불안’을 경험하고 있다. 불안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사람에게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오죽하면 “불안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약은 있다”라는 광고 카피로 대대적인 불안 마케팅을 하는 약이 다 있을까.한때 정치가의 사위로 잘나갔던 한 남자가 “이 세상에서 가장 선량한 것, 즉 고래와 나무를 위한 대리인”을 자처하며 “대리인으로서의 본질을 시사하는” 오키 이사나(大木勇魚)라고 이름마저 바꾸고 핵셸터로 스며든 것은 불안 때문이었다. 세상은 핵전쟁의 소문이 날로 기승을 부리던 때였고, 인류 멸망은 기정사실이었다. 지적장애 아들을 지키려면 핵셸터 외에는 ...

    2025.10.2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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