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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오늘
  • [예술과 오늘]보이그룹의 시대는 돌아올까?
    보이그룹의 시대는 돌아올까?

    원래 아이돌의 본령은 보이그룹이다. 서구에서 보이밴드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남자 아이돌은 사실 현대 팝 산업의 초창기부터 존재해왔다. 비틀스는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파격적인 무대 매너와 귀여운 머리 모양 덕에 수많은 ‘오빠부대’를 거느리고 다닌 아이돌의 전형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흑인 비틀스라고까지 불렸던 잭슨 파이브를 통해 마이클 잭슨이라는 20세기 최고의 팝스타가 탄생했고, 왬·뉴키즈온더블록·엔싱크·조너스 브러더스·원디렉션 그리고 방탄소년단에 이르기까지 팝 아이콘의 계보는 보이그룹의 계보와도 사실상 일치한다.이는 K팝의 역사만을 따로 떼어놓고 살펴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로지 댄서 출신들만으로 구성된 최초의 그룹 소방차를 필두로 서태지와 아이들, H.O.T., 동방신기, 빅뱅, 엑소 등등… K팝 시대의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보이그룹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산업적으로 봤을 때 보이그룹의 장점은 너무도 명확하다. 가장 적극적인 소비자, 요즘 말로...

    2025.04.16 20:09

  • [예술과 오늘]하지 말 일을 ‘하지 않는’ 것
    하지 말 일을 ‘하지 않는’ 것

    스스로를 ‘보통 사람’으로 칭하며 “나 이 사람 믿어주세요”라는 말을 달고 산 대통령이 있었다. 5년 동안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 도통 기억이 없지만, 보통 사람 입장에서 확실한 것은, 그가 ‘보통 사람’이라고 ‘믿을’ 만한 어떠한 일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보통 사람은 침대 밑이나 책갈피 사이에 몇만원 정도 숨겨놓지, 그토록 큰 비자금을 만들 수 없다. 또 하나, 보통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은 ‘누가 보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그는 보통 사람 기준에 한참 미달이다. 욕망을 향해 달렸을 뿐 삶의 지향, 즉 기본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제네바 출신 명문 귀족인 과학자가 있었다. ‘생명의 발생과 원인’을 탐구하던 그는, 끝내 “세상이 창조된 이후 가장 현명하다는 사람들이 바라고 연구하던” 비밀 하나를 발견한다. 바로 무생물에 생명을 입히는 일이었다. 우주의 신비를 풀어낸 과학자는 시체 조각들을 덧대어 “어두운 세상에 폭포처럼 빛이 쏟...

    2025.04.09 21:29

  • [예술과 오늘]소멸하는 우리 문화의 거리
    소멸하는 우리 문화의 거리

    얼마 전 대구에 다녀왔다. 기차 좌석에 앉아 책을 읽었다. 최근 출간된 김영복 선생의 <옛것에 혹하다>라는 책이다. 선생은 고서적과 서화에 대한 감식안이 빼어난 분이다. 오랫동안 인사동 현장에서 실물을 접하면서 감정과 상인의 일을 병행해온 경험의 시간 또한 유장하다. 별명이 인사동의 터줏대감이다.그러나 이제 인사동은 좋은 고미술품 가게나 전시장이 많이 사라지고 뛰어난 안목의 상인들도, 대단한 소장가들도 소멸해 가는지라 더없이 삭막하고 쓸쓸해졌다. 골목에 숨은 듯이 자리한 몇개의 고미술 가게들은 적요한 풍경을 배경으로 주저앉아 있다. 그 허망해진 거리에 음식점, 화장품과 옷 가게, 조악한 중국제 물건이 판을 친다. 인사동은 더 이상 한국 현대미술과 고미술의 본향이 되지 못하고 쇠퇴했다. 오래전 이 거리에서 천상병 시인과 중광 스님, 유양옥 선생과 사진작가 김영수, 화가 이대원·권옥연·송수남 등 많은 이들을 자주 접하곤 했는데 이제 그들은 모두 고인이 됐다. 그런 세월...

    2025.03.26 21:01

  • [예술과 오늘]한국형 R&B 보컬의 혁명 ‘휘성’
    한국형 R&B 보컬의 혁명 ‘휘성’

    휘성을 처음 본 건 2000년 즈음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PC통신 ‘나우누리’에는 SNP라는 전설적인 흑인음악 동호회가 있었고, 그는 지금은 음악 및 연예계에서 유명인이 된 데프콘, 정인, 버벌진트 등과 함께 온·오프 모임에 종종 모습을 보이며 가수의 꿈을 꾸던, 아직은 재능보다는 열정이 더 빛나던 청년이었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RealSlow’라는 아이디로 불렸던 휘성이 가요계의 트렌드를 바꾸는 엄청난 가수로 성장할 줄을.휘성은 원래 노래보다는 춤에 더 소질이 있던 소년이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는 자신의 진정한 꿈이 가수에 있다는 걸 깨달았고, 그를 미치게 했던 흑인 가수들의 음색과 기교를 연마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감행한다. 한국인의 목소리나 발음은 흑인들의 전유물로 느껴졌던 R&B나 솔 음악에는 맞지 않는다고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1990년대에 한국에 흑인음악을 소개했던 김조한이나 박정현의 믿을 수 없는 절창은 오로지 미국에서 나고 자란 이들만이 ...

    2025.03.19 21:23

  • [예술과 오늘]어설픈 환경주의자의 하루
    어설픈 환경주의자의 하루

    환경을 생각하는 척, 하는 일이 하나 있다. 테이크아웃 커피컵을 종일 물컵으로 사용하는 일이다. 여러 번 사용하면 환경 호르몬이 검출될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 내 몸보다 소중한 것이 나와, 내 후손이 살아갈 지구 아니던가! 문제는 커피가 하루 한 잔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상은 오전부터 서너 개의 커피컵으로 비좁다. 환경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 편하자고, 머그컵이나 텀블러를 씻는 게 귀찮아서 그렇게 할 뿐이다. 어설픈 환경주의자는 앞으로도 어설프게 환경을 생각할 게 뻔하다.영화와 시리즈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차지만, OTT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은 세상 온갖 문제에 앵글을 들이댄 각종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는 일이다. 그렇게 눈에 들어온 작품은 2017년 선댄스영화제 관객상과 2018년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국제경쟁 관객상 등을 받은 <산호초를 따라서>(Chasing Coral)이다. 바다는 늘 푸른색으로 그곳에 있지만, 이 다큐멘터리...

    2025.03.12 20:42

  • [예술과 오늘]책으로 들어가야 하는 이유
    책으로 들어가야 하는 이유

    책을 읽으려 하지 않는 학생들과의 수업은 힘들다. 그들은 두꺼운 종이책 자체를 꺼린다. 대부분의 대학 수업이 요약·정리하는 PPT로 진행되기에 그런가 싶기도 하다. 학생들의 발표도 PPT로 이루어진다. 대개 인터넷에서 건져 올린 정보들을 나열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학생들은 이제 책이 아니라 인터넷에 흘러 다니는 정보를 복사해서 짜깁기로 이룬 것들을 공부라고 생각한다. 책의 갈피 속으로 파고 들어가 사유를 톺아보는 게 아닌, 지극히 상식적인 정보들을 그대로 옮겨와 읽어대는 학생들의 발표를 듣는 일은 곤혹스럽다. 힘겨운 독서와 고단한 사유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들의 과제는 마냥 건조하고 형식적인 차원에서 종료된다.아울러 책을 소개하고 해당 책으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공지하면 아이들의 원성이 크다. 책을 살 돈이 없다거나 부담이 된다는 불만이다. 새로운 학기를 앞두고 이른바 해당 수업의 진도 내용과 참고문헌을 적어나가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한 학기 동안 아이들은 이 책들...

    2025.02.26 20:55

  • [예술과 오늘]K팝 세계화 ‘남은 과제’
    K팝 세계화 ‘남은 과제’

    몇주 전 세계 대중음악계 최대 축제 중 하나인 제67회 그래미 어워드가 열렸다. 올해 그래미 어워드의 주인공은 무려 여섯 번째 도전 만에 ‘올해의 앨범’ 트로피를 거머쥔 비욘세와 그래미 역사상 최초로 ‘디스(diss) 트랙’으로 주요 부문 두 개를 휩쓴 켄드릭 라마였다. 엄밀히 따지면 미국이라는 나라의 로컬 음악상에 불과한 그래미를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이 1940년대 이래 대중음악 트렌드의 본거지이자 산업의 중심으로서 여전히 독보적인 위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년간 그래미 어워드에 쏟아진 다양한 불만, 시상식의 주체인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의 보수성과 경직성에 대한 비판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매년 전문가와 대중들이 이 결과를 기다리고 주목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국내에서 영미권 팝음악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는 않은 상황에서도 최근 몇년간 그래미 어워드에 대한 관심은 예외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특히 세계적인 산업으로 거듭난 K팝의 ‘그래...

    2025.02.19 21:16

  • [예술과 오늘]사적 인간의 공적 역할
    사적 인간의 공적 역할

    서울에서 일을 마치면 종종 광역버스를 타고 경기도 모처 집으로 향한다. 광화문이나 신촌이 회차 지점인 광역버스의 자리는 늘 넉넉하다. 대개의 사람들은 창가 좌석에 먼저 자리 잡고, 어떤 이들은 복도 좌석에 앉는다. 두어 정거장 지나 승차한 사람들이 앉을 자리를 찾을 때, 복도 좌석 사람들은 창가로 들어가거나 상대가 들어갈 수 있도록 일어난다. 하지만 아주 가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발생한다. 가방 등을 주섬주섬 챙기면서도 ‘여기도 내 자리인데 왜 비켜달라는 거야’라는 듯한 얼굴로 상대방을 쏘아보는 이가 없지 않다. 언젠가는 자는 척하며 나 몰라라 하는 사람도 있었다. 공공의 것을 개인의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 우리 주변에 여전히 많다.절대왕정 시대를 살면서도 ‘공화국’이라는 이상사회를 꿈꾼 토머스 모어는 1516년 <유토피아>를 발표했는데,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는 그곳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네몰리우스라는 나라의 대사들이 유토피아를 방문했는데, 온갖...

    2025.02.12 20:16

  • [예술과 오늘]풍요로운 미술과 메마른 작업
    풍요로운 미술과 메마른 작업

    매년 1월은 다양한 작가 지원금 심사가 있는 달이다. 각 지자체의 문화재단을 비롯한 여러 작가 지원사업의 심의에 간혹 참여하면서 드는 우선적인 생각은 대한민국에 미술인들이 무척 많다는 사실이다. 곧바로 이들은 과연 어떻게 먹고사는지에 대한 의문과 걱정, 동시에 대다수 작업들이 어째서 이토록 진부하고 변변치 못한 것인지에 대한 안타까움, 이런 작업으로는 도저히 먹고살기 어려울뿐더러 미술계에서 인정받거나 선택받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해서 많은 작가들이 과연 자기 작업으로 먹고살려는 이들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도 밀려든다.사실 그런 것까지 고민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자연스레 도태되고 걸러지겠지만 그럼에도 이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미술이 과잉되고 있으며 그 내실은 누추하고 빈약하다는 점을 거울처럼 비춰준다. 작가 수가 많다고, 전시가 늘어나고 온갖 아트페어가 줄지어 이어지고 미술시장이 커진다고 해서 미술이 질적으로 풍요로워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시대에...

    2025.01.22 21:08

  • [예술과 오늘]가요에서 K팝으로
    가요에서 K팝으로

    1985년 6월, 미국으로 떠났던 이수만이 수년간 유학생활을 끝내고 귀국했다. 그런데 정작 그가 갖고 돌아온 것은 학위가 아니라 새로운 음악산업에 대한 비전이었다. 그가 미국으로 떠나기 불과 1년 전인 1980년, 미국은 MTV의 등장과 함께 대중음악의 혁명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제 음악을 ‘보기’ 시작했고, 마이클 잭슨, 프린스, 마돈나와 같은 퍼포머형 가수들이 새로운 팝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듀란듀란과 조지 마이클로 대표되는 영국 팝음악의 뉴웨이브가 뒤따랐고, 흑인들의 강렬한 비트와 춤사위로 상징되는 솔과 힙합이 포크와 컨트리를 밀어냈다. 그리고 보이밴드 열풍의 주역인 뉴키즈온더블록이 데뷔했다. 이수만은 이 새로운 흐름을 현지에서 관찰하고 그것이 한국 대중음악에 미칠 변화에 대해서도 정확히 포착했다.88올림픽 전후로 한국에 불어닥친 댄스음악의 유행 속에서 ‘춤’과 ‘흑인음악’이 중심이 될 가요의 미래를 비교적 정확히 읽고 있었던 그는 이태원을 찾아가 현진영을 발...

    2025.01.15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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