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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오늘
  • 전체 기사 103
  • [예술과 오늘]생존과 이야기
    생존과 이야기

    2038년, 지구의 인류는 절반만 살아남는다. 폭염과 가뭄으로 수많은 난민이 발생하고, 동시다발적 산불로 숲이 사라지며,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 도시들이 잠기는 등 극단적 기후변화가 빚어낸 결과였다. 그해, 미국 애리조나의 한 기밀 실험기지 앞에는 7인의 생존자가 모여든다. 생존 의지 하나로 광활한 사막을 건너온 자들이었다. 그들은 굳게 닫힌 실험기지의 문을 열고 생존을 위한 임무를 완수해야만 한다.EBS ‘과학 생존 리얼리티’ <최후의 인류>는 이 같은 설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SF 세계관으로 출발하지만, 7인의 생존 실험은 매우 현실적으로 진행된다. 기밀 기지는 실제로 애리조나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생태계 실험 시설이고, 7인이 수행하는 미션 역시 무너진 생태계를 복원하고 생존을 지속하기 위한 과학적 프로젝트였다. <최후의 인류>는 그렇게 다큐멘터리, SF, 리얼리티 서바이벌을 결합한 독특한 형식으로 눈길을 끈다. 지난달 4일 넷플...

    2026.07.15 19:59

  • [예술과 오늘]헛된 욕망의 시대
    헛된 욕망의 시대

    주가가 연일 요동친다. 하루는 기뻐할 새도 없이 오르다가 어떤 날은 속절없이 곤두박질친다. 스마트폰에 얼굴을 파묻은 개미들은 실시간 일희일비한다. ‘영끌’ ‘빚투’ 같은 말들이 부동산과 주식 사이를 오가며 열일한다. 그런 와중에 주식의 ‘주’ 자도 모르면서 욕심은 많은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무대책이다. 주식 관련한 일이 업(業)인 사람들도 (무대책은 아니리라 믿으면서) 연일 널을 뛰는 시장 탓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수밖에 없을 것이다.‘마지막 잎새’로 유명한 미국 작가 오 헨리는 수많은 단편을 통해 19세기 말 20세기 초 대도시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포착해냈다. 그중 ‘바쁜 주식 중개인의 로맨스’는 바쁜 현대인의 애환을 그려내면서도 작가 특유의 반전이 잘 묻어나는 작품이다. 하비 맥스웰은 뉴욕 증권가에서 꽤 잘나가는 주식 중개인이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으로 주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절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전화통을 붙잡고 살아야 했...

    2026.07.08 19:59

  • [예술과 오늘]숨겨진 가능성의 씨앗
    숨겨진 가능성의 씨앗

    2001년과 2002년 영국과 미국에서 <팝 아이돌>과 <아메리칸 아이돌>을 시작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은 세계적 열풍이 됐다. 수많은 무명 가수에게 등용문의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비판 또한 적지 않았다. 밴드 푸 파이터스의 리더 데이브 그롤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디션 프로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느냐고? 잘 봐. 수백 명이 줄을 서서 8시간을 기다리다가 자기 차례가 오면 겨우 노래를 할 수 있지. 그런데 노래 중간에 누군가 말해. ‘X나 별로야.’ 이게 요즘 애들이 뮤지션이 되는 방식이야. 이건 다음 세대를 망치는 거라고. 음악 하고 싶으면, 낡은 드럼을 하나 사서 창고 같은 곳으로 가야 해. 근데 보니까 참 허접하다 싶거든. 그래서 친구들을 불러. 그런데 얘들도 허접한 거야. 어쨌든 모였으니까 X나게 합주하는데 이건 평생 두 번 다시 경험 못할 행복한 시간이거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음악가가 되는 거야.”그럼에도, 국내든 해...

    2026.07.01 20:01

  • [예술과 오늘]이미지 과잉 시대의 역설
    이미지 과잉 시대의 역설

    디지털 이미지가 범람하고 인터넷과 인공지능(AI)이 생성한 이미지가 주도하는 시대에 미술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뉴스 피드와 소셜미디어, 섬네일과 속보 이미지가 끊임없이 스크롤되고, 우리는 원치 않는 정보에 노출된 채 자신도 모르는 사이 데이터화되는 알고리즘 환경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세계와 사물로부터 분리된 작가들은 사진과 영상을 통해 접한 과잉의 정보를 수집하고 조합하는 수준으로 작업이 제한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이 인간의 감각을 잠식하고 있는 동시대의 시각 조건 속에서 사진의 자리가 애매해졌다. 사진과 영상이 과잉된 시대의 역설이다. 누구나 간편하게 사진을 촬영하고 제작, 유포하는 일이 일상이 되면서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는 무의미해졌다.1990년대 말 이후 사진 작업에선 개념적, 담론 위주 사진을 활발하게 보여주었다. 사진의 힘과 질에 대한 논의보다는 그럴듯한 주제가 앞서고 현학적인 개념을 연출하는 시늉이 앞서다 보니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고...

    2026.06.24 20:25

  • [예술과 오늘]사이비 헌터
    사이비 헌터

    국내 사이비 종교 연구의 개척자였던 고 탁명환 소장은 영화 <사바하>의 모티브가 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영생교, 천부교, 아가동산, 통일교, 신천지, JMS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온 신흥종교들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던 그에게는 늘 위협의 그림자가 따라다녔다. 그중에는 1985년의 사제폭탄 테러, 1992년의 흉기 테러 등 치명적인 사건도 여럿 있었고, 대개는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1994년 2월18일, 탁 소장은 또 한 번의 흉기 테러를 당하고 끝내 목숨을 잃는다. 이번엔 범인이 붙잡혔다. 하지만 정말 그의 단독범행이었을까?MBC 특집 다큐멘터리 <사이비 헌터>는 탁명환 국제종교문제연구소장 피살사건의 가려진 진실을 추적하는 작품이다. MBC <PD수첩> 진행자 출신 서정문 PD가 총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지난달 19일과 26일 양일간 2부작으로 방영됐고,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는 5부작 확장판이 상영되고 있다. 이미 범인이 ...

    2026.06.17 20:02

  • [예술과 오늘]급할수록 돌아가기
    급할수록 돌아가기

    뭐든 심사숙고하는 사람처럼 보이려 애쓴다.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는 ‘한 번 더 생각해보자’고 말할 때가 많은데, 부러 조금 느리게 말하곤 한다. 급하게 줄을 서야 할 때도 뛰는 법이 없다. 허술한 사람이라 완벽할 리 만무한데, 운전대만 잡으면 사람들에게 급한 성질을 들킨다. 앞선 차가 조금이라도 늦을라치면 좌우 깜빡이가 요동친다. 성질 급한 사람이 아닌 척하며 살기에는, 세상은 넓고 감춰야 할 일도 많다.<삼국지>에서 성질 급한 사람을 찾자면 단연 ‘장비’가 제일이다. 장비는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었다. 황건적을 제압한 공으로 유비가 알량한 현위 자리를 겨우 얻었을 때였다. 황제의 명이라며 감찰을 나온 관리 독우가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했다. 독우는 ‘유비는 탐관오리라고 실토하라’며 아전과 백성들을 겁박했다. 처음부터 독우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장비는 그를 결박하고는 버들가지로 수차례 내리쳤다. 10여개의 가지가 일시에 부러질 정도로 강도가 셌다. 이후 상황...

    2026.06.10 20:10

  • [예술과 오늘]지금 바로 여기
    지금 바로 여기

    비틀스가 주목받던 1960년대 중반, 드러머 링고 스타는 비틀스를 이렇게 표현했다. “지금 바로 여기(Be Here Now).” 또 다른 설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존 레넌에게 “로큰롤이란 뭔가”라고 물었더니 같은 대답을 했다는 자료도 있다. 조지 해리슨 역시 1973년 ‘Be Here Now’라는 곡을 써서 발표했다. 누가 먼저 이 말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바로 여기’가 그들의 정신세계를 관류하는 문장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사실, 조지 해리슨의 ‘Be Here Now’는 미국의 영적 지도자 람 다스가 쓴 동명의 책에 감명받아 차용한 것이었다. 그는 비틀스라는 거대한 명성에서 벗어나 오직 현재에만 집중해 내면의 평화를 찾아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지금 바로 여기’는 다양하게 해석됐다. 조지 해리슨처럼 정신세계와 연관 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부 록 비평가는 대중음악의 현재성을 상징하는 문구로 활용했다.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하루에 최소 10만곡 이...

    2026.06.03 22:45

  • [예술과 오늘]스타벅스 로고의 의미
    스타벅스 로고의 의미

    스타벅스를 처음 알게 된 뒤 나는 그 로고가 마음에 들어 자주 매장을 찾았다. 커피 맛 때문이라기보다 매혹적인 로고가 새겨진 사물들을 보러 간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다양한 곳에 박힌 로고를 바라보는 일을 즐겼고 그것들을 수집했다. 견고한 흰색 도자기 컵 위에 초록색 로고가 그려진 모습도 좋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작은 초콜릿 통이다. 짙은 초록색 바탕 위에 흰색과 검은색이 들어간 스타벅스 로고가 박힌 둥근 금속성 통인데, 빛을 받으면 펄이 들어간 것처럼 표면이 반짝인다. 통 안에는 금색 포장지에 싸인 커다란 초콜릿 세 개가 들어 있다. 도넛처럼 둥글고 얇은 초콜릿도 맛이 좋지만, 이 금속성 통만으로도 충분히 제값을 한다는 생각이다. 둥근 통의 표면에는 스타벅스 로고만이 가득한데 나는 그 인어가 귀엽다.스타벅스 로고의 원 안에 그려진 웃는 여인은 인어에서 유래한다. 그녀는 사이렌(Siren)으로, 달콤하고 매혹적인 노랫소리로 지나가는 배의 선원들을 유혹하는 바다의 요정이다...

    2026.05.27 20:10

  • [예술과 오늘]청춘 호러의 새 얼굴
    청춘 호러의 새 얼굴

    1998년, 영화 <여고괴담>이 처음 관객을 만났다. 겉으로는 지극히 안전해 보이는 ‘학교’라는 공간, 그 이면에 감춰진 부조리한 폭력과 10대들의 불안을 호러의 새 동력으로 삼은 이 작품은 한국 공포영화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봉 이후 30년 동안, 많은 호러물이 <여고괴담>의 후예를 자처했으나 세대교체라고 할 만한 혁신작은 아직 크게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독보적인 작품이다.이런 가운데 <여고괴담>의 성취를 새로운 시대의 감각에 접목한 청춘 호러 한 편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지난 4월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리고> 이야기다. 소원의 대가로 죽음을 요구하는 저주의 앱을 둘러싼 이 이야기는 <여고괴담>의 근원적 공포를 이어가면서도, 2020년대 변화한 현실에 맞춰 한층 강화된 불안을 선보인다.먼저 <여고괴담>의 DNA는 30년 전과 다름없는 학교 현실의 공포에서 발...

    2026.05.20 20:10

  • [예술과 오늘]갈라치기
    갈라치기

    ‘갈라치기’는 본래 바둑 용어로 “상대의 세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변의 중앙에 돌을 두는 전술”을 말한다. 갈라치기를 하면 상대의 포석이 한 집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혼자서 생각해봤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바둑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제 갈라치기 전술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바둑인들은 다소 불쾌할 수도 있겠다. 갈라치기는 이제 사회나 특정 집단을 둘 혹은 그 이상으로 나누어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를 뜻하는 말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숱한 갈라치기가 횡행하는 통에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세대와 지역, 정치 지향 등 별별 것들로 사람들은 갈라치기를 한다. 그중 갈라치기의 원조는 아무래도 여와 남, 남과 여를 차별한 역사일 것이다. 여성은 역사 이래, 사정이 나아졌다고 하는 지금도 다양한 형태의 차별을 경험한다. 유리천장을 뚫고 고위직에 오르는 여성들이 흔해졌다. 자기만의 길을 뚜벅뚜벅 가는 젊은 여성도 많다. 차별이 일종의 시대정신일 때에도 어떤 여성은 자기만...

    2026.05.1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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