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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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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과 오늘]예술로 품은 304명 이름
    예술로 품은 304명 이름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다. 단원고등학교와 지척인 경기도미술관은 슬픔을 함께 나누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장소가 됐다. 주차장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합동분향소가 세워졌고 미술관 일부는 세월호 유가족 사무실로 쓰였다.10번의 봄을 맞은 지금, 추모의 물결을 따라 전국 각지에서 세월호 비극을 기억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경기도미술관 역시 10주기 추념전을 마련했다. ‘우리가, 바다’(4월12일~7월14일)다. 17명(팀)의 작가 작품 40여점이 출품됐다. 조형매체와 세대는 다르지만 세월호 참사가 남긴 수많은 질문과 여전히 인양되지 못한 4월에 대한 답을 주문한다는 점에선 분모가 같다.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노란색 사각형에 검은색 프레임을 씌운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윤동천 작가의 작품 ‘무제’(2014)다. 무사 생환의 의미에다 조민의 뜻을 덧댔다. 어딘가에서 들리는 말방울 소리(말방울은 네팔 산악지대에서 위험을 알리거나 멀리 있는 말을 찾기 위해 ...

    2024.04.17 21:57

  • [예술과 오늘]K팝을 사랑하는 의원 당선인께
    K팝을 사랑하는 의원 당선인께

    문화산업을 흔히 굴뚝 없는 산업이라 부르지만 K팝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K팝 산업은 굴뚝이 너무 많습니다. 업계 1위인 하이브의 총매출액은 코스피 상장 첫해인 2020년엔 8000억원 수준이었으나 급격하게 덩치를 불려 지난해 2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자산 5조3000억원 규모가 되며 대기업집단 지정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비약적인 성장의 핵심 축은 앨범 판매량입니다. 작년에만 1억장 넘는 K팝 앨범이 팔렸습니다. 그러나 박수 쳐서는 안 됩니다. 환경파괴, 팬이벤트 참여를 미끼로 한 다량 구매 유도, 끊임없는 사재기 논란 속에서 달성한 떳떳하지 못한 성적이기 때문입니다. 음악시장이 스트리밍으로 이동한 지 오래인데 앨범 판매량에 의존한다는 건 K팝이 얼마나 후진적인 산업 기반을 가졌는지 말해줍니다. 어떻게 K팝을 미래산업이라 부를 수 있겠습니까.시대를 거스르는 이 기형적인 성장의 배경은, 국회를 비롯한 기득권에 여전히 팽배한 K팝 장르에 대한 무시와 무지가 논란의 가림막이 된 데...

    2024.04.10 22:15

  • [예술과 오늘]과거의 벽 깨는 ‘문학의 힘’
    과거의 벽 깨는 ‘문학의 힘’

    1692년 1월,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미국 보스턴 인근 한 마을에서 두 소녀가 발작 증세를 보였다. 의사는 한 달이 지나도 호전되지 않자 소녀들이 “악마의 손에 떨어졌다”는 진단(?)을 내렸다. 추궁이 계속되자 소녀들은 노예 출신 하녀와 부랑자들이 자신들을 저주했다고 지목했다.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녔다는 허황된 주장이 난무하는 와중에, 200명 가까운 사람들이 기소되었다. 결과는 끔찍했다. 19명이 교수형에 처해졌고, 1명이 고문 끝에 죽었으며, 옥사한 사람도 여럿이다. 총독이 나서서 마녀재판 법정을 해체하고서야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집단 광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종종 언급되는, 그 유명한 ‘세일럼 마녀재판’의 간략한 전말이다.“종교와 법률이 거의 동일”한 곳이었던 보스턴의 한 마을. ‘헤스터 프린’이라는 이름의 여성이 처형대 위에서 조리돌림당하고 있었다. 헤스터의 웃옷 가슴에는 “화려한 주홍빛 헝겊에 금실로 꼼꼼하게 수를 놓아 환상적으로 멋을 부린 ‘A’자”가 선명했다. ‘...

    2024.04.03 20:27

  • [예술과 오늘]광주정신이 ‘추종’인가
    광주정신이 ‘추종’인가

    2년마다 개최되는 국제미술전인 베니스 비엔날레(La Biennale di Venezia)가 오는 4월20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개막한다. ‘이방인들은 어디에나’(Foreigners Everywhere)를 주제로 11월24일까지 약 7개월간 대장정을 펼친다. 본전시와 국가관 전시는 해당 비엔날레의 두 축이다. 예술총감독이 진두지휘하는 본전시에는 300명 이상의 작가(팀)가 참여한다. ‘미술 올림픽’답게 각 국가 기관에서 운영을 맡는 국가관 전시에는 한국을 포함해 90여개의 나라들이 참가해 자국의 미술 역량을 겨룬다.제60회를 맞은 올해에는 10여개의 기획전과 30개의 병행전시도 함께한다. 기획전에선 피에르 위그, 크리스토프 뷔헬 등 유명 작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약 10억원의 혈세를 쓰면서까지 베니스로 날아가 전시를 치르는 광주 비엔날레를 빼면 병행전시엔 대체로 마카오미술관이나 피터 후자(미국 사진가) 재단, 루이비통 재단처럼 미술관 및 사립 예술단체들이 이름을 올렸다....

    2024.03.20 20:02

  • [예술과 오늘]K팝의 선택적 경호
    K팝의 선택적 경호

    나는 중학생 때 음악방송 방청석 입장을 기다리다 경호원에게 멱살을 잡힌 적 있다. 그때의 트라우마인지 30대 후반이 된 지금까지 경호원을 보면 몸과 마음이 위축된다. 출근 준비는 10분 컷이지만 K팝 팬이 모이는 오프라인 행사에 갈 때는 신중히 옷을 골라 다려 입고 하나밖에 없는 명품 가방을 들기도 한다. 한주먹거리로 보이지 않겠다는 속물적인 자구책이다. 이런 내게 지난해 놀라운 사건이 벌어졌다. 방탄소년단 슈가의 콘서트에서 경호원이 팬들에게 박수받는 모습을 본 것이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자연의 섭리에 관객의 열기까지 더해져 냉방을 해도 공연장 내부가 후덥지근했다. 그 속에서 경호원과 안전요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스탠딩 구역 관객에게 물을 나눠주고, 컨디션 난조를 호소하는 사람들을 부축해 휴게공간으로 이끌었다. 그 모습에 조금 얼떨떨한 마음으로 박수를 보냈다. 팬을 제압이 아닌 보호의 대상으로 대하는 경호원의 모습이 새로웠기 때문이다. 슈가의 콘서트는 공연장인 케이...

    2024.03.13 22:07

  • [예술과 오늘]퍼져라, 동네책방 ‘삶의 향’
    퍼져라, 동네책방 ‘삶의 향’

    최은영의 단편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는 ‘영인문고’라는 중고책방이 등장한다. “천장까지 이어지는 책장이 책방의 삼면에 자리했고, 가운데에는 기다란 평대”가 있는,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런 중고책방(사실 ‘헌책방’이라는 표현이 더 정겹기는 하다) 모습이다. 화자(話者) 희원과 대학교 영어강사인 그녀가 거기서 함께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그곳이 있었기에 두 사람은 일종의 정서적 연대감 같은 것을 경험한다. 서점, 책방 등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곳에 가는 일을 즐거워하는 내게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희원이 “계산대에 가만히 앉아서 손님이 오는지 가는지 신경쓰지 않던” 책방 주인 덕분에 “책방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는 고백이었다. 그 어떤 책도 권하지 않는 그곳에서 희원과 그녀는 오히려 책이라는 세계에 더 빠져들었을 것이다.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주인공 영주에게 서점을 연 후 몇달간은 “겨우 하루하루를 버틸 뿐”...

    2024.03.06 20:18

  • [예술과 오늘] 표절공장 ‘생성형 AI’
    표절공장 ‘생성형 AI’

    도둑질은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빼앗는 짓을 말한다. 당연히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사회적으로도 부정되는 행동이다. 그래서 들키지 않도록, 몰래 한다. 그런데 ‘생성형 인공지능’(이하 AI)은 대놓고 한다. 인간 창작자들이 공을 들여 만들어놓은 데이터를 훔쳐 제 것인 양 내놓는 뻔뻔함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합당한 제재가 없거나 있다 해도 턱없이 미약하다. 소유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지만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것도 아니다. 아직 기준조차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작자 허락 없이 사람의 정신적 결과물을 수집해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도작(盜作)을 유도함으로써 창작생태계를 파괴하는 행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우리가 알고 있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인 ‘미드저니’를 포함한 ‘스테빌리티 AI’, ‘달리2(DALL-E 2)’ 등의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AI 시스템은 창작자의 콘텐츠를 무단 습득해 표절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장’이다. 이들은 타인 소유의 재산을 슬쩍 가져다가 자기...

    2024.02.21 20:13

  • [예술과 오늘] 포토카드인가, 포커카드인가
    포토카드인가, 포커카드인가

    카드로 지은 집. 포커카드를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은 종이 탑을 말한다. 지반도 기둥도 없는 이 가짜 집은 곧 무너질 듯 위태로운 상황과 계획을 은유한다. K팝 산업도 카드로 지어졌다. 오늘날 K팝 산업의 누각을 지은 건 바로 랜덤 포토카드다. 포토카드는 이름 그대로 신용카드 크기의 작은 사진이다. 보통 K팝 아이돌 얼굴을 크게 인쇄해 앨범에 무작위로 끼워파는 것을 칭한다. 포토카드는 인증샷 문화와 어우러져 덕질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였다. 그러나 K팝 산업이 급격하게 덩치를 불리며 더 많은 ‘판돈’이 필요한 상황이 되고부터 재미도 감동도 없게 됐다. 앨범에 들어 있는 버전별, 멤버별 포토카드에 팬사인회 등 이벤트를 미끼로 한 비공식 포토카드까지 더해 수집이 불가능할 정도로 가짓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포토카드는 작은 사진 한 장의 의미를 넘어 K팝 산업의 사행성 경영전략의 상징이 되었다.랜덤 포토카드의 유해성은 기획사가 지배적 위치를 악용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방향으로 ...

    2024.02.14 20:22

  • [예술과 오늘] 종이책,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종이책,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중국 서진(西晉) 시대, 좌사(左思)라는 문장가가 있었다. 그가 10여년 각고의 노력 끝에 써낸 위(魏), 촉(蜀), 오(吳) 세 나라 도읍의 풍물에 관한 책 <삼도부(三都賦)>는 당대 지식인들의 총애를 받는 작품이었다. 그 책을 베껴 읽는 이들이 늘어나자 당시 도읍이었던 낙양의 종이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낙양지귀(洛陽紙貴), 즉 ‘낙양의 지가를 올리다’라는 말은 그렇게 탄생했다. 시시때때로 베스트셀러가 탄생할 때면 언론 지면을 장식하는 말이었는데, 근자에는 자주 볼 수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렇다 할 베스트셀러도 없는데, 종이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지난 몇년 사이 종이값은 50%가량 올랐다고 한다. 종이의 핵심 재료인 펄프의 국제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 첫 번째 원인이고, 두 번째는 유동적인 원유 가격 탓에 대폭 상승한 해상 운임비 때문이라고 한다. 몇몇 언론 보도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 경기침체 등으로 종이 수요가 정체”된 것도 영향을 줬다. 발등에...

    2024.02.07 19:56

  • [예술과 오늘] 현대미술관에 기생하는 근대미술
    현대미술관에 기생하는 근대미술

    웬만한 선진국과 달리 한국엔 근대미술관이 없다. 1952년 개관한 일본 도쿄의 국립근대미술관을 비롯해 19세기 작품을 집중 소장한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반백년 이상 20세기 유럽의 미술 경향을 보여주고 있는 파리 시립 근대미술관, 미국이 자랑하는 뉴욕의 근대미술관과 같은 독립적인 근대미술관은 존재하지 않는다.미술관의 역사를 보면 대부분 근대로부터 현대가 나왔다. 영국의 현대미술관인 테이트모던은 근대미술관인 테이트브리튼에서 분리됨으로써 근·현대를 잇는 계보를 완성했고, 일본 현대미술관을 잉태한 건 도쿄와 교토의 근대미술관이었다. 그러나 우린 거꾸로 근대를 건너뛰고 현대부터 출발했다. 바로 1969년 총독부미술관 건물이었던 경복궁 별관에서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이다.근대보다 현대가 앞선 배경에는 식민과 전쟁, 분단이라는 혼란 속에서 빚어진 근대미술의 이념 및 양식에 관한 굴절, 근·현대라는 시대 구분에 대한 논의 부재 등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일제강점...

    2024.01.2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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