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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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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과 오늘]전통문화 없는 전통문화거리
    전통문화 없는 전통문화거리

    종로2가와 송현동, 안국동 사이를 잇는 인사동길이 있다. 우리나라 전통문화와 전시를 접할 수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거리다. 갑오개혁 당시 행정개편으로 ‘인사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이 일대는 관가이자 중인들의 주거지였다. 나는 그곳의 작은 표지석을 지날 때마다 조선시대 화원들의 자취를 떠올린다. 어디선가 김홍도가 홀연히 나타날 것만 같다.인사동에 고미술 가게와 헌책방이 들어선 것은 일제강점기였다. 조선이 일제의 식민지가 되면서 조선시대를 지탱하던 사대부 계급은 몰락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양반들은 도자기와 고서화, 고가구 등 자신들이 소유한 골동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를 매입해 장사를 하던 일본인들이 북촌 인근 인사동으로 몰려들면서 이곳에 상점들이 형성됐다.해방 이후 1960~1970년대는 인사동이 성시를 이룬 시기였다. 그러나 위작 판매 논란이 이어지면서 대다수 가게들이 장안동으로 이주했다. 그 자리에 화랑과 표구점, 서화 도구 상점, 전통음식...

    2026.04.01 19:55

  • [예술과 오늘]K컬처팬의 새로운 시선
    K컬처팬의 새로운 시선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드라마월드>라는 흥미로운 작품 하나가 세상에 공개됐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라쿠텐 비키가 공개한 이 한·중·미 합작 시리즈는 출생의 비밀, 불치병, 기억상실 등 이른바 K드라마의 단골 소재와 관련 클리셰를 재치있게 비틀면서 해외 한류팬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작품은, K드라마 시청이 유일한 낙인 주인공 클레어(리브 휴슨)가 우연히 신비한 힘에 이끌려 ‘드라마월드’라는 판타지 세계로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평소 즐겨보던 K드라마의 세계관을 그대로 옮겨놓은 ‘드라마월드’가 위기에 빠진 것을 깨달은 클레어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주요 줄거리다.<드라마월드>는 그 과정에서 K드라마의 진부한 관습들을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하면서 비평적 효과까지 거둔다. 급작스러운 교통사고, 뜬금없는 복근 노출 등 개연성 부족한 장면들의 뻔뻔한 재연이 웃음을 이끌어내고, 수동적 여성과 구원자 남성 등 시대착오적 요...

    2026.03.25 20:00

  • [예술과 오늘]‘작은 나’부터 깨닫기
    ‘작은 나’부터 깨닫기

    트럼프의 이란 침공이 길어지고 있다. 그는 연일 호언장담을 늘어놓지만, 이란의 항전 의지만 돋울 뿐이다. 중동 전역으로 확대된 전선,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이 이란의 명징한 대답인 셈이다. 이란뿐 아니라 러시아에 대항하는 우크라이나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세계 곳곳이 화염에 휩싸이고 있는데, 기실 ‘전쟁이구나’ 실감하는 건 기름값이다. 최고가격제 덕에 그나마 주춤하지만, 주유소에 들어서며 욕 아닌 욕을 내뱉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언감생심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김수영 시인은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로 시작하는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에서 소시민들의 마음을 대변해준다.“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파울 보이머는 꿈 많은 고등학생이었다. 하지만 그가 선 곳은 전장 한가운데...

    2026.03.18 20:05

  • [예술과 오늘]마이클 잭슨과 오즈의 마법사
    마이클 잭슨과 오즈의 마법사

    최근 특정 음악가와 관련된 일이 부쩍 많아졌다. ‘팝의 왕’ 마이클 잭슨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지난해 연재한 경향신문 칼럼 ‘반복과 누적’에서 언급했듯 그의 전기 영화 <마이클>이 오는 5월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마이클 잭슨을 대표하는 노래를 하나만 꼽기는 쉽지 않다. 그는 인류 음악사에서 히트곡이 가장 많은 뮤지션 중 한 명이다. 인지도 역시 속된 말로 ‘넘사벽’이다. 음악을 잘 모르는 어린 팬이라도 그의 이름은 몰라도 노래를 들려주면 “들어본 곡”이라고 말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이 곡을 빼놓기 어렵다. ‘빌리 진’이다.“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어요.” 인터뷰에서 그는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이 여자친구라고 주장하고,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고 말하는 상황을 보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한두 명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사람들을 총칭해 ‘빌리 진’이라는 이름으로 묘사한 노래가 탄생했다. ‘빌리...

    2026.03.11 20:08

  • [예술과 오늘]인상주의 전시 유감
    인상주의 전시 유감

    방학 기간에 맞춰 대형 전시공간에서는 이른바 블록버스터 전시가 선을 보인다. 신문사나 방송사, 혹은 전시 전문업체가 외국의 미술관 등에서 소장품을 빌려와 치른다. 다른 곳들은 그만한 예산을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열리는 대형 전시는 대부분 서양미술, 그중에서도 인상주의 전시(후기인상주의 포함)가 주를 이루었다.상당한 비용을 투입한 기획사 입장에서 최대한 수익을 보장받으려면 많은 관람객을 동원해야 하니 대중이 좋아한다고 여기는 작품을 전시해야 하고 그런 맥락에서 선택되는 것이 인상주의다. 그림 안에 인지할 수 있는 대상이 있어 난해하지 않고 상당히 익숙해서 거부감도 없는 인상주의 그림이 가장 적합한 사례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대중이 어려워하거나 낯설어한다. 이처럼 블록버스터 전시는 철저히 상업적인 계산 아래 조율된다.그래도 매번 유사한 작품을 빌리는 데 머물지 않고 뛰어난 작품을 잘 선별하는 안목과 능력이 기획사에 요구된다. 뛰어난 미술작품은 ...

    2026.03.04 20:04

  • [예술과 오늘]‘방과후 태리쌤’ 속 공동체의 오늘
    ‘방과후 태리쌤’ 속 공동체의 오늘

    경북 문경시 용흥초등학교는 소백산맥의 수려한 산줄기에 둘러싸여 있다. 학생들 역시 학교의 자랑거리로, 빼어난 자연 풍광을 첫손에 꼽는다. 아이들 말마따나 ‘차원이 다른 단풍’이 절정에 이른 가을, 이 학교에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생겼다. 톱배우 김태리의 연극 수업에 참여하게 된 학생들이 학예회 공연까지 올리게 된 것이다. 지난 22일 방영을 시작한 tvN <방과후 태리쌤>은 바로 이 과정을 담아낸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다. 아름다운 시골 마을, 순수한 아이들, 진정성 넘치는 출연자들 등 얼핏 봐도 ‘힐링 예능’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프로그램의 출발점이 된 현실은 그리 편하지 않다. 용흥초등학교는 현재 폐교 위기다. 촬영 당시 기준으로 전교생 숫자는 18명뿐이고, 1학년은 단 한 명도 없었다. 1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이 아름다운 학교는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수년 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전교생의 사이가 좋다”는 아이들의 학교 자랑 뒤에 따라온, “...

    2026.02.25 20:02

  • [예술과 오늘]다시, 그리고 당장
    다시, 그리고 당장

    진짜 붉은 말의 해, 병오년(丙午年)이 시작되었다. 작심삼일했다면 ‘다시’ 심기일전할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입버릇처럼 말하는 ‘다시’라는 단어에는 적잖은 희망이 담겨 있다. (물론 다시 침몰할 수도 있겠지만) 다시 숙고할 수 있다면, 다시 행동할 수 있다면, 작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겠지만 사람들은 ‘다시’를 남발하곤 한다. 낮고 가난한 사람들, 실의에 빠져 힘을 낼 수 없는 사람들의 환경이나 상황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다시 해보는 거야’ ‘다시 힘을 내보자’ 등등 입바른 소리만 늘어놓을 때가 얼마나 많은가. 선거철이 다가오면 지겨울 정도로 ‘다시’가 난무한다. 표를 얻어야 하는 사람은 ‘다시 한번 부탁한다’고 읍소하고, 표를 주는 사람들은 종종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며 투표할 때가 많다. 다시만큼 ‘다시’ 생각해봐야 할 단어도 드물다.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이었던 류성룡은 <징비록>을 통해 전란으로 갈 길을 잃은 조선을 다시 세울 방...

    2026.02.18 19:34

  • [예술과 오늘]현상에서 일상으로
    현상에서 일상으로

    그래미 어워즈가 지난 1일(현지시간) 열렸다. 1959년 시작해 올해로 68회를 맞은, 말 그대로 세계 최대 음악 시상식이다. ‘그래미’라는 이름의 어원이 궁금한 독자도 있을 것이다. 이 상의 이름은 ‘그라모폰(gramophone)’에서 나왔다. 그라모폰은 1887년 에밀 베를리너가 개발한 역사상 최초의 ‘평평한 원반형 레코드’ 재생장치다. 베를리너는 1898년 음반사도 직접 설립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클래식 음반의 명가가 되는 도이체 그라모폰이다.올해 그래미의 뜻밖의 주인공은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이었다. 올해의 앨범상을 받은 히스패닉 가수 배드 버니, 올해의 노래 부문 수상자인 빌리 아일리시를 비롯한 여러 뮤지션들이 수상 소감 자리에서 ICE를 향해 직접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물론 미국에서도 논란이 없지는 않았다. 특히 공화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무슨 자격으로 그런 얘기를 하느냐”는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지루해지는 국내 시상식을 떠올리면 ...

    2026.02.11 20:03

  • [예술과 오늘]정신분열증에 걸린 벽
    정신분열증에 걸린 벽

    북적이는 병원 대기실에 앉아 무감각하게 순서를 기다리고 있을 때면 벽에 걸린 그림들을 보게 된다. 돈을 쓸어 담는 병원 안에 조악한 이발소 그림 몇개가 창백하게 걸려 있다. 김창열의 물방울 그림을 흉내 낸 짝퉁도 있다. 병든 몸을 치유하는 것도 좋지만 이 공간에 온 이들의 눈과 마음을 행복하게 해줄 빼어난 이미지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 우리나라 대부분의 병원이다.어딘가를 가게 되면 우선적으로 그곳에 걸린 다양한 이미지를 살펴보게 된다. 사실 자신의 집 벽에 무엇이 걸려 있는지 신경 쓰는 이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자신이 걸치는 옷이나 가방 등은 그토록 까다롭고 신중하게 선택하면서도 자신이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는 곳, 살고 있는 곳에 어떤 이미지가 서식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대부분은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 그것들이 어떻게 해서 여기에 걸리게 되었는지 알기도 어렵지만 동시에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들이라 그냥 방치해두었을 것이다. 자기 돈을 주고 작품을 구입...

    2026.02.04 19:54

  • [예술과 오늘]보편적 언어를 향한 여정
    보편적 언어를 향한 여정

    로맨스 장르는 기본적으로 미스터리이기도 하다. 가장 해독하기 어려운 마음의 답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로맨스의 이 같은 성격을 정확히 보여준다. 남주인공 주호진(김선호)은 무려 6개 국어를 하는 다중언어 통역사임에도, ‘사랑하는 사람의 언어가 너무 어렵다’고 말한다. 호진이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의 주인공 차무희(고윤정)는 그에게 애정을 말하면서도 결정적 순간에 숨어버리는 혼돈의 존재다. 물론 무희에게도 사정은 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분열된 무희의 마음은, 호진을 향해 다가가면서도 두려움에 주저한다. 드라마는 그렇게 자주 엇갈리는 두 남녀가 그럼에도 서로의 마음을 끊임없이 해독하려 노력하는, 로맨스의 근본적 여정을 그려나간다.눈여겨볼 점은 이 작품의 작가다. 극본을 쓴 ‘홍자매’(홍정은·홍미란)는 김은숙(<파리의 연인> <도깨비> 등), 박지은(<...

    2026.01.2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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