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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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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과 오늘]사라져야 할 현수막들
    사라져야 할 현수막들

    1970년대에 국민학교와 중학교를 다녔다. 그때는 ‘초등학교’가 아니라 ‘국민학교’였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국민학교’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다. 그 시절을 이야기하려면 반드시 ‘국민학교’여야 한다. 국가가 원하는 국민을 양성하겠다는 당시 정부의 의지는 국민 개개인을 국가에 종속된 존재로 인식했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문, 국민교육헌장의 암기 등으로 훈육된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 되기 위해 꽤나 노력한 편이다. 돌이켜 생각하면 국가 이데올로기의 강압적인 주입 교육에 시달렸던 시기인데 그 어두운 시절이 남긴 후유증은 깊게 침전되어 있다.내가 태어나서 자란 시기는 박정희의 통치 시기와 정확히 겹친다. 1960년대 초 박정희 정권과 함께 시작된 이른바 조국 근대화, 1970년부터 시작된 ‘새마을운동’과 1972년의 ‘10월 유신’ 등 정치·사회적 변동은 고스란히 내 삶에도 흔적을 남겼다. 이 시기 한국 사회는 군사정권 시대가 본격화되고 이른바 근대화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경제...

    2025.10.15 20:48

  • [예술과 오늘]진심 어린 멜로디의 귀환
    진심 어린 멜로디의 귀환

    신승훈이 10년 만에 내놓은 12집 앨범 이름은 <신시얼리 멜로디스(Sincerely Melodies)>다. 진심 어린 선율이라 번역하면 좋을까? 폭발적인 리듬과 화려한 퍼포먼스가 가요계를 지배하고 나아가 그것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된 ‘K팝’의 시대에 신승훈이 내놓은 카드가 어쩌면 지극히도 뻔한 정공법이라는 사실이 퍽 그럴듯해 보이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다. 마에스트로의 귀환은 거창한 행차가 동반된 화려한 잔치라기보다는 어느 카페의 빈티지 스피커에서 나오는 옛 음악처럼 고즈넉하고 푸근하다. 음원보다는 아무래도 CD나 LP가 어울릴 법한, 도드라지지 않게 차분하게 눌러 매만진 소리들이 오랜만에 귀를 두드린다.어쿠스틱한 브릿팝 사운드를 머금은 ‘너라는 중력’과 고풍스러운 스탠더드 팝 ‘트룰리(Truly)’는 이 앨범을 규정하는 더블 타이틀곡이다. 지난 35년간 그의 커리어에서 한번쯤 마주친 것 같은, 하지만 생각해보면 결코 뻔하지는 않은 이 음악들은 공백 기간...

    2025.10.01 22:24

  • [예술과 오늘]‘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며칠 전 음악회에 다녀왔다. 60여명의 연주자가 지휘자의 손끝을 따라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보였다. 대단한 애호가는 아닌지라 누구의 어떤 곡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때론 눈을 감고, 가끔 관심 있는 악기 연주자들을 응시하며 연주를 감상했다. 클래식 음악과 악기에 문외한이라 그랬겠지만,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하나의 소리를 내려면, 적어도 같은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의 동작은 똑같지는 않아도 엇비슷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같은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도 어떤 연주자는 미동조차 없었고, 바로 옆 연주자는 선율을 따라 앞뒤로 양옆으로 몸을 움직였다. 좀 더 집중해서 보니 연주자마다 현을 운지하는 손 모양도 달랐고 활의 움직임도 제각각이었다.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은 서로 다름 속에서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다.2022년 방영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저마다 ‘다른’ 푸릉마을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온갖 상처를 제 탓으로 여기고 산 옥동, 옥동을 살갑게 보듬는 춘희, 순대가게 사장...

    2025.09.24 21:16

  • [예술과 오늘]미술의 정치성
    미술의 정치성

    ‘대한민보’ 1910년 4월10일자에 ‘배우창곡도’라는 한국 최초의 시사만화가 실렸다. 국권이 위태로웠던 당시 이도영이 그린 이 시사만화는 국권 회복에 대한 간절한 기원을 보여준다. 갓 쓰고 두루마기 입은 소리꾼이 합죽선을 들고 고수와 장단을 맞추면서 판소리 한 소절을 내지르는 것을 창밖에 서 있는 이들이 듣고 있는 그림이다. 판소리 ‘사랑가’의 대사에 나오는 뻐꾸기 소리의 ‘뻐꾹, 뻐꾹…’을 ‘복국(復國·나라를 되찾자), 복국…’이라고 바꾸어 부르는 내용이다.이 날카로운 정치풍자화는 당시 신문 구독자들의 의식을 각성시키는 역할을 했다. 동시에 이미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중요한 인식의 전환을 이루었다.개화기가 되면서 서양의 ‘미술’이란 낯선 개념이 들어오고 다양한 시각 이미지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수용되기 시작했다. 대략 1890년대에서 1910년대에 걸쳐 이런 현상은 빠르게 진행됐다. 인쇄 매체에 각종 그림을 넣는 것이 당시 새로운 미술의 하나로 인식됐다. 개화기에...

    2025.09.10 20:48

  • [예술과 오늘]‘케데헌’과 매기 강
    ‘케데헌’과 매기 강

    넷플릭스 최다 시청 영화, 빌보드 싱글과 앨범 차트 석권.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는 ‘글로벌 센세이션’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어떤 현상이 됐다. 필자는 얼마 전 이 작품을 연출한 매기 강 감독, 걸그룹 트와이스, 프로듀서 알티,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이 함께한 특별 토크쇼에 게스트로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짧은 대화이긴 했지만 현장에서 만나본 매기 강 감독의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과 함께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이 작품을 연출한 매기 강 감독은 한국계 캐나다인, 쉽게 말해 교포다. 어린 시절 이민을 떠난 그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그걸 늘 자긍심으로 여겼다. 어찌 보면 그는 어렸을 때 경험한 한국에 대한 기억, 전통, 그리고 그가 좋아해온 음악들에 대한 헌사로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케데헌>에는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에 제안하기에는 힘들었을 법한 세세하고 소소한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묘사와 인용이 들어갔다. 강 감독...

    2025.09.03 20:57

  • [예술과 오늘]돈·권력에 영혼 판 사람들의 끝
    돈·권력에 영혼 판 사람들의 끝

    요즘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일부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무언가에 영혼을 판 건 아닌가 하는, ‘느낌적 느낌’이 든다. 그 무언가가 대개는 돈과 권력일 텐데, 하물며 반성의 기미조차 없으니 답답함이 찜통더위 저리 가라다.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돈과 권력이었을까. 아니면 돈과 권력보다 더 큰 무언가를 얻고자 했을까. 실제로 그들이 영혼을 팔았는지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오래전부터 영혼을 판 사람들의 끝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아일랜드 출신 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1890년 발표한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1910년 무성영화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 영화로 제작되었고, 국내에서는 뮤지컬로도 만들어진 걸작이다. 도리언 그레이는 스무 살이 넘었지만 “소년의 모습”을 한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화가 바질 홀워드는 홀린 듯 그의 초상화를 그렸고 “세상 사람들의 경박한 눈길에 내 영혼을 드러내고 싶지 ...

    2025.08.27 20:48

  • [예술과 오늘]전통의 사물화 혹은 키치화
    전통의 사물화 혹은 키치화

    전통시대의 모든 이미지는 주술적인 도상들이고 신화나 종교, 지배계급의 이념이라는 특정 텍스트에 기생하는 그림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이미지는 특정 맥락 속에서 이야기를 전달한다. 사회 구성원들은 그 이야기를 구전하고 기록하면서 역사와 문화를 일구었고 삶을 지탱했다. 한국의 근대 이전 그림, 다시 말해 조선시대까지의 그림이란 특정 시대의 세계관, 신화와 종교, 정치적 이념들이 겹을 이루며 포개진 것의 표상화인데 무속화·불화·산수화·사군자·민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전통사회가 붕괴하고 일제강점기를 통해 서구 문물이 유입되면서 이전의 서사와 도상들은 소멸해갔다. 근대 이후 미술은 미술 내적인 담론을 거론하거나 지극히 개인적인 텍스트에 기반하면서 공통된 서사로부터 이탈했다. 근대에 들어와 특정 텍스트에서 해방된 이미지는 이제 순수한 감상을 위한 시각적 이미지가 됐다. 순수미술, 현대미술은 공동체가 아니라 철저한 개인의 문제로 환원된다. 이로 인해 실용적 도구이자 수공예로부...

    2025.08.13 21:19

  • [예술과 오늘]팝 음악의 중심축이 이동하다
    팝 음악의 중심축이 이동하다

    팝의 전성기였던 1980~1990년대, 대중음악의 모든 기준은 미국과 영국에 맞춰져 있었다. 우리가 ‘영미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다. 팝의 첨단 트렌드를 이끌던 쪽은 늘 본고장인 미국이었고, 때로는 미국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던 영국이었다. 이는 흔히 ‘아이돌’로 불리는 틴팝 시장, 특히 보이밴드와 걸그룹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졌다.MTV 시대가 열리던 1980년대 이후, 미국과 영국에서는 서로 다른 형태의 아이돌 그룹들이 쏟아져 나왔다. 걸그룹에 시선을 좁혀보면 영국에서는 바나나라마나 스파이스걸스처럼 발랄하고 경쾌한 댄스팝 그룹들이 인기를 끌었고, 미국에서는 R&B와 힙합 등 흑인음악을 기반으로 한 TLC, 엔 보그, 데스티니스 차일드 같은 그룹들이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중에서도 힙합 그룹 콘셉트로 활동한 TLC는 독보적인 존재였으며, 오늘날 소위 ‘걸크러시’ K팝 걸그룹들의 영원한 롤모델이 됐다.21세기 이후 K팝이 대중음악 시장의...

    2025.08.06 21:04

  • [예술과 오늘]자기만의 이야기를 찾아보자
    자기만의 이야기를 찾아보자

    서평이나 신간 리뷰를 쓸 때면 종종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할 때가 있다. 야구 관련 책을 소개할 때는 야구광 아들 이야기를, 불평등 관련 책을 소개하면서는 국민학교 시절 ‘가정환경 조사서’에 ‘중산층’이라고 썼던 기억을 소환했다.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천의무봉(天衣無縫)의 글을 쓸 수 없으니, 사람들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끌어보려는 심산이다. 시시한 내 개인사와는 달리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내면서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들이 있다. 세상 끝날에도 누군가는 읽고 있을 <노인과 바다>는, 쿠바에 머물며 만난 한 어부의 이야기에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상상력을 불어넣어 완성한 작품이다. 낚시광이었던 헤밍웨이는 그 어부와 자주 바다에 나갔다. <노인과 바다>는 타인의 이야기와 자신의 경험을 증폭시켜 완성한, 일종의 자전적 소설인 셈이다.헤밍웨이가 타인의 이야기를 자기화했다면,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는 모든 작품에 ‘자기 이야기’만...

    2025.07.30 20:54

  • [예술과 오늘]산업이 되려는 예술
    산업이 되려는 예술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뒤, 미술대학에 진학하고자 결심했다. 어느 날 밥상머리에서 그 이야기를 어렵게 꺼내자 아버지는 숟가락을 내던지며 화를 내셨다. 굶어 죽을 환쟁이가 되려고 한다면서 절대 허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분노와 폭력 앞에서 나는 기가 죽었다. 당시 어른들은 미술을 전공하면 실업자가 되거나 가난하게 살 것이라는 확신과 믿음이 있었다.지금도 별반 다르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미대에 가려 하면 순수미술보다는 디자인 전공을 택하거나 실용적인 전공이라 여겨지는 것을 찾는다. 대학들 역시 산업과 기술, 미술을 접목한 그럴듯한 제목으로 과의 명칭을 바꾸면서 모종의 세탁을 한다. ‘첨단’으로 보이고 미래 직업이 될 것 같은, 테크놀로지·영상·게임·디자인 등이 뒤섞인 이름의 전공들이 난립하고 있다.모든 것이 실용주의와 산업주의, 성과주의, 취업 우선주의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 그러니 취업이 안 된다고 낙인이 찍힌 순수미술 전공은 당연히 사라져야 하는 것이...

    2025.07.16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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