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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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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과 오늘]K팝 세계화의 새로운 국면
    K팝 세계화의 새로운 국면

    그야말로 심상치 않다. 오랜 시간 기획된 ‘글로벌’ 아이돌만이 설 수 있었던 무대, 바로 ‘빌보드 핫100’ 차트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데몬 헌터스) OST에 수록된 7곡이 모두 진입했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지금 K팝의 최고 아이돌은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다. 물론 기존 K팝 아이돌과는 달리 이들은 미국의 자본과 일본의 기술력이 결합된 프로젝트였고, 애니메이션의 인기에 따른 부수적 결과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한국을 전면에 내세운, K팝 특유의 미학과 사운드를 입은 음악이 미국 ‘주류’를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온다.한 유명 K팝 아이돌 그룹의 멤버는 <데몬 헌터스>를 보고 필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처음엔 사람들이 우리를 이렇게 보는구나 싶었고, 나중엔 ‘킹’받다가, 끝날 땐 좀 뭉클하더라고요.” <데몬 헌터스>가 K팝 팬덤 내부에서도 광범위한 공감을 불러일으킨 건...

    2025.07.09 20:48

  • [예술과 오늘]여전히 ‘나’일 수 있기를
    여전히 ‘나’일 수 있기를

    오는 토요일, 어머니와 함께 요양원에 계시는 집안 어르신 한 분을 찾아뵙기로 했다. 평생 활달했으나 아흔을 훌쩍 넘겼으니 기력은 예전만 못하실 게 분명하다. 치매나 알츠하이머는 없다지만, 기억도 그때만 못하실 것은 불문가지. 특별히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으니 공동의 기억 역시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짧은 면회 시간에 무슨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벌써 머리가 하얗다. 그래도 피붙이니 두어 가지 이야깃거리는 있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토요일을 기다린다.한 사람은 기억을 잃어가고 있었다. 내가 없으면 세상도 없는 법인데, 그렇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그이가 걸어온 길의 흔적을 따라 잊었던 기억들을 되찾으며, 때론 안도했고 종종 행복했다. 절판되어 아쉬운 책 목록 중 단연 앞자리에 놓아둔, 오스트리아 작가 아르노 가이거의 <유배 중인 나의 왕>은 알츠하이머로 삶의 희망을 놓아버린 아버지를 곁에서 살펴본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아버지는 열일곱 나이에 나치에 징집돼 아비규환 전쟁...

    2025.07.02 22:03

  • [예술과 오늘]죽음을 기억하기
    죽음을 기억하기

    나이 들면서 지난 일들이 앞날을 대신해 거칠게 들어선다. 과거가 떠오르는 것을 어쩌지 못한다. 특히나 죽은 이들이 지속해서 출몰한다. 그 존재를 결코 망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죽음은 인간의 삶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극적인 사건이다. 죽음에 대한 경험은 작가들의 삶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그것은 미술 속에서도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한국 현대미술은 아직 이 부분에 취약한 형편이다. 대부분 미술을 죽음과는 무관한 것으로 여긴다. 개별적으로는 삶과 죽음에 대해 매일 생각할 것이고 더불어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죽음과 맞닥뜨리면서도 정작 그 문제에 대해 우리 작가들은 오랫동안 침묵을 유지해왔다. 오늘날은 오로지 삶에만, 살아 있는 몸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죽음과 영혼에는 별 관심이 없다. 지금 우리에게 죽음은 시간적으로든 공간적으로든 철저하게 타자화돼 있다.따라서 필요한 것은 삶 속에서 부단히 직접적으로 죽음과 마주치는 훈련이다. 미술 속에...

    2025.06.18 21:24

  • [예술과 오늘]30년 전 이승환 미국행의 결실
    30년 전 이승환 미국행의 결실

    ‘내게’와 ‘덩크슛’을 잇따라 히트시키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1995년, 이승환은 별안간 미국행을 결정한다. 미국 대중음악에 대한 특별한 동경이나 해외 진출에 대한 욕심도 아니었다. 그냥 그는 자기 자신을 뛰어넘기로 한 것이다. 그건 음악적인 포부이자 인간적인 증명욕의 발로였다. 물론 천문학적인 돈을 써야 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도전이었지만, 아니 오히려 위험부담이 큰 미국행이었지만 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몇달 후, 그는 가요사의 게임 체인저가 될 작업을 들고 돌아왔다. 그건 바로 그의 네 번째 앨범이자 당시 한국 대중음악이 거둔 가장 위대한 사운드의 혁신인 <Human>이었다.애초에 그는 ‘팝’ 음반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 조용필, 봄여름가을겨울, 이승철이 제각각 미국에서의 결과물을 갖고 왔지만 이승환에게 그건 한국인이 부른 ‘팝’ 음반에 가까웠다. 이승환은 음악 선진국의 연주력과 사운드 기술을 활용하되 어떻게 하면 가요와 접목될 수 있을지 고민했...

    2025.06.11 20:56

  • [예술과 오늘]소탐대실하지 말라
    소탐대실하지 말라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말, 익숙하지만 삶 속에서 그렇게 행동하기란 쉽지 않다. 눈앞 이익을 챙겨야만 내 한 몸 편하게, 아니 남들 위에 설 수 있(다고 믿)는 게 세상 풍경이니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들은 ‘나만은 그렇지 않다’고 호언한다. 나의 걸어온 길이 그렇지 않았고 그에 비춰볼 때 살아갈 날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자기 약속일 수도 있겠다. 이런 사람들에게 해줄 말은 만화가 최규석의 <송곳>에 나오는 이 대사가 제격이다. “당신들은 안 그럴 거라고 장담하지 마.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일찍이 장 자크 루소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 서문 첫 문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류의 모든 지식 중에서 가장 유익하면서도 발전이 가장 덜 된 것이 곧 인간에 관한 지식인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지식이 일천한 인간이 만든 제도는 하물며 말할 것도 없다. 루소의 지적이 이어진다. “인간의 제도는 언뜻 보기에 무른 모래 더미 ...

    2025.06.04 20:15

  • [예술과 오늘]감각과 정치
    감각과 정치

    나의 첫 대통령 선거는 노태우와 김대중, 김영삼 등이 붙었던 1987년이다.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유신체제와 전두환 정권이 연장된 것이다. 두 김씨가 힘을 합쳐 단일 후보를 냈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선거였다. 낙심과 아쉬움이 꽤 오래갔다. 그래도 선거는 나의 유일한 정치적 관점 표명이자 민주적인 사회에 대한 발언 기회라고 여겼다. 그동안 세 명의 대통령은 내가 선택한 이가 됐고 나머지 셋은 내 의지와는 무관한, 다른 이들의 선택으로 뽑혔다. 기쁨과 절망이 그렇게 정확하게 반반을 이뤘다. 그간의 여러 대통령과 정부는 민주적이자 반동적이었고 진보적이자 퇴행적이었다. 이것이 번갈아 가며 우리 사회를 지배했다. 대통령이 바뀌면 새로운 이념과 정책이 들어서고 그것은 내 삶까지 파장을 일으킨다. 정치는 나와 무관한 것이 결코 아니다.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싶다. 전쟁 위협에서 벗어나고 국가권력의 폭력에서도 자유로우며 표현의 자유와 내 삶의 권리를 보장받는 동시에 모든...

    2025.05.21 20:55

  • [예술과 오늘]로컬 청춘의 글로벌 고민들
    로컬 청춘의 글로벌 고민들

    K팝은 글로벌 지향과 확장을 통해 정체성을 만들어 온 산업이다. 초고속 인터넷과 SNS 등장, 미국 주류 시장 정체와 비영어권 문화에 대한 폭발적 관심 등 K팝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고, K팝은 유튜브와 틱톡 등 새로운 미디어를 등에 업고 세계를 사로잡았다. 내수 시장의 한계로부터 출발한 K팝의 불가피했던 글로벌 지향 전략은 결과적으로 기회가 됐고, 이제 K팝은 K를 지우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템플릿’으로 나아가는 단계에 다다라 있다.최근 두 번째 ‘완전체’ 앨범 <ASSEMBLE25>로 돌아온 걸그룹 트리플에스는 그런 의미에서 다분히 이질적이고, 무모하리만치 대범한 그룹이다. 우선 24명에 이르는 가변적인 멤버 구성은 몇몇 고정된 멤버를 한 팀으로 인식하는 고정관념으로는 이해하기조차 어렵다. 팬들의 참여를 통해 활동 멤버와 유닛이 뽑히고, 이들이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면서 트리플에스라는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산업적으로 보면 가능성과 확장성을 열어놓은 ‘모듈’...

    2025.05.14 20:15

  • [예술과 오늘]더불어 사는 마음
    더불어 사는 마음

    스치듯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을 볼 때가 있다. 이리저리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언제 본방을 했는지도 알 수 없는 ‘자연인’들이 잠시 잠깐 내 눈을 사로잡는다. 도시에서 나고 자랐으니 오지의 삶은 마냥 신기할 수밖에 없지만, 이내 관심은 뚝 떨어진다. 체험하듯 한나절은 버틸 수 있겠으나, 거기서 살라면 하루도 못 버틸 게 뻔하다. 초고속 엘리베이터와 깨끗한 화장실 등등으로 둘러싸인 삶은 쉽사리 포기하기 어려운 법이다. 언감생심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빈민들의 삶에 유달리 관심이 많으셨던 김수환 추기경님도 “공동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 등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자고 가라고 할 때마다 슬금슬금 꽁무니를 뺐다”고 하지 않으셨던가.1845년 7월4일, 28세 젊은이가 미국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의 월든 호숫가 숲속으로 찾아들었다. 그는 나무를 베어 통나무집을 지었고, 이내 작은 텃밭도 일구었다. 가능한 한 자급자족을 해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청년을 잘 아는...

    2025.05.07 20:24

  • [예술과 오늘]귀신과 간판
    귀신과 간판

    중학교 시절 한문 선생님의 별명은 귀신이었다. 뒤돌아 칠판에 판서하면서도 졸거나 딴짓하는 학생을 정확히 호명하는 능력이 있어서 붙여진 별명이다. 선생님들의 별명은 좀 살벌했다. 교련 선생님은 살모사, 체육 선생님은 미친개였다. 엄한 한문 선생님 덕분에 신문에 실린 한자 정도는 읽을 줄 알게 되었다. 미술 시간을 통해 형식적이나마 서예라는 것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그것마저도 다 사라졌다. 나는 중학교 시절의 그 짧은 한문 시간과 미술 시간의 소중함을 평생 간직하고 있다. 그런 공부가 계속 이어졌더라면 나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나이 들어 이런저런 일로 중국을 가끔 다니고 있다. 박물관을 다니고 책을 사고 고완품 가게를 순례하는 여정이다. 중국에 가면 가게 간판을 보는 일이 무척 즐겁다. 대부분 행서체나 전서체로 쓴 손글씨들인데 그 솜씨에 놀라고 또 그 전통을 여전히 간직하는 문화가 부럽다. 특히 고완품 상점들의 간판은 일품이다. 뛰어난 서...

    2025.04.23 20:27

  • [예술과 오늘]보이그룹의 시대는 돌아올까?
    보이그룹의 시대는 돌아올까?

    원래 아이돌의 본령은 보이그룹이다. 서구에서 보이밴드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남자 아이돌은 사실 현대 팝 산업의 초창기부터 존재해왔다. 비틀스는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파격적인 무대 매너와 귀여운 머리 모양 덕에 수많은 ‘오빠부대’를 거느리고 다닌 아이돌의 전형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흑인 비틀스라고까지 불렸던 잭슨 파이브를 통해 마이클 잭슨이라는 20세기 최고의 팝스타가 탄생했고, 왬·뉴키즈온더블록·엔싱크·조너스 브러더스·원디렉션 그리고 방탄소년단에 이르기까지 팝 아이콘의 계보는 보이그룹의 계보와도 사실상 일치한다.이는 K팝의 역사만을 따로 떼어놓고 살펴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로지 댄서 출신들만으로 구성된 최초의 그룹 소방차를 필두로 서태지와 아이들, H.O.T., 동방신기, 빅뱅, 엑소 등등… K팝 시대의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보이그룹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산업적으로 봤을 때 보이그룹의 장점은 너무도 명확하다. 가장 적극적인 소비자, 요즘 말로...

    2025.04.1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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