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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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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과 오늘]사적 인간의 공적 역할
    사적 인간의 공적 역할

    서울에서 일을 마치면 종종 광역버스를 타고 경기도 모처 집으로 향한다. 광화문이나 신촌이 회차 지점인 광역버스의 자리는 늘 넉넉하다. 대개의 사람들은 창가 좌석에 먼저 자리 잡고, 어떤 이들은 복도 좌석에 앉는다. 두어 정거장 지나 승차한 사람들이 앉을 자리를 찾을 때, 복도 좌석 사람들은 창가로 들어가거나 상대가 들어갈 수 있도록 일어난다. 하지만 아주 가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발생한다. 가방 등을 주섬주섬 챙기면서도 ‘여기도 내 자리인데 왜 비켜달라는 거야’라는 듯한 얼굴로 상대방을 쏘아보는 이가 없지 않다. 언젠가는 자는 척하며 나 몰라라 하는 사람도 있었다. 공공의 것을 개인의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 우리 주변에 여전히 많다.절대왕정 시대를 살면서도 ‘공화국’이라는 이상사회를 꿈꾼 토머스 모어는 1516년 <유토피아>를 발표했는데,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는 그곳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네몰리우스라는 나라의 대사들이 유토피아를 방문했는데, 온갖...

    2025.02.12 20:16

  • [예술과 오늘]풍요로운 미술과 메마른 작업
    풍요로운 미술과 메마른 작업

    매년 1월은 다양한 작가 지원금 심사가 있는 달이다. 각 지자체의 문화재단을 비롯한 여러 작가 지원사업의 심의에 간혹 참여하면서 드는 우선적인 생각은 대한민국에 미술인들이 무척 많다는 사실이다. 곧바로 이들은 과연 어떻게 먹고사는지에 대한 의문과 걱정, 동시에 대다수 작업들이 어째서 이토록 진부하고 변변치 못한 것인지에 대한 안타까움, 이런 작업으로는 도저히 먹고살기 어려울뿐더러 미술계에서 인정받거나 선택받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해서 많은 작가들이 과연 자기 작업으로 먹고살려는 이들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도 밀려든다.사실 그런 것까지 고민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자연스레 도태되고 걸러지겠지만 그럼에도 이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미술이 과잉되고 있으며 그 내실은 누추하고 빈약하다는 점을 거울처럼 비춰준다. 작가 수가 많다고, 전시가 늘어나고 온갖 아트페어가 줄지어 이어지고 미술시장이 커진다고 해서 미술이 질적으로 풍요로워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시대에...

    2025.01.22 21:08

  • [예술과 오늘]가요에서 K팝으로
    가요에서 K팝으로

    1985년 6월, 미국으로 떠났던 이수만이 수년간 유학생활을 끝내고 귀국했다. 그런데 정작 그가 갖고 돌아온 것은 학위가 아니라 새로운 음악산업에 대한 비전이었다. 그가 미국으로 떠나기 불과 1년 전인 1980년, 미국은 MTV의 등장과 함께 대중음악의 혁명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제 음악을 ‘보기’ 시작했고, 마이클 잭슨, 프린스, 마돈나와 같은 퍼포머형 가수들이 새로운 팝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듀란듀란과 조지 마이클로 대표되는 영국 팝음악의 뉴웨이브가 뒤따랐고, 흑인들의 강렬한 비트와 춤사위로 상징되는 솔과 힙합이 포크와 컨트리를 밀어냈다. 그리고 보이밴드 열풍의 주역인 뉴키즈온더블록이 데뷔했다. 이수만은 이 새로운 흐름을 현지에서 관찰하고 그것이 한국 대중음악에 미칠 변화에 대해서도 정확히 포착했다.88올림픽 전후로 한국에 불어닥친 댄스음악의 유행 속에서 ‘춤’과 ‘흑인음악’이 중심이 될 가요의 미래를 비교적 정확히 읽고 있었던 그는 이태원을 찾아가 현진영을 발...

    2025.01.15 20:46

  • [예술과 오늘]‘아보하’를 빼앗긴 삶
    ‘아보하’를 빼앗긴 삶

    출근 전, 집 앞 자판기에서 캔커피 하나를 뽑아든 그는, 차에 올라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올드 팝을 들으며 가벼운 미소를 짓는다. 샌드위치 하나로 점심을 해결하면서도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필름 카메라에 담는 그의 얼굴에선 어떤 깊이마저 느껴진다. 일을 마친 그는 동네 목욕탕에서 몸을 씻고, 자전거를 타고 간 단골식당에서 간소하게 저녁을 해결한다. 집에 돌아와서는 헌책방에서 산 윌리엄 포크너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등의 소설을 읽다가 잠이 든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으며, 내일도 그럴 것이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 히라야마(야쿠쇼 고지)의 하루는 매일매일이 별다를 것 없다. 구구절절 보여주지 않지만, 히라야마라고 왜 사연이 없을까. 그럼에도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히라야마의 온전하고 오롯한 하루에 집중한다. 도쿄 시내 화장실을 청소하는 일이 직업인 히라야마의 삶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

    2025.01.08 20:50

  • [예술과 오늘]도시 재생과 ‘공공미술’
    도시 재생과 ‘공공미술’

    ‘도시 재생’이란 1차적으론 쇠퇴한 지역을 개선하여 물리적으로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 자연과 인간이 조화로운 도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도시(지역)를 만들자는 것이다. 궁극적으론 사회·경제·환경·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촉진함으로써 도시와 인간 삶의 가치를 새롭게 극대화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도시 재생의 최근 개념은 도시의 역사적 의미와 인문학적 범주는 물론, 개발이 아닌 재생의 관점에서 행해지는 새로운 환경적·공간적·문화적 생태까지 아우른다. 그리고 공공의 장에서 대중과 시대적 사안에 대해 논할 수 있는 촉매로서의 가능성을 안은 공공미술은 그 인문학적, 미학적 가치와 의미를 촉발하는 데 있어 중요 매개임을 의심받지 않는다. 특히 공공미술에 내재된 ‘문화적 공공성’은 예술과 삶에 대한 근본을 묻고 사회적 문제에 관한 대안 제시를 통해 문화적 어젠다 창출을 주요 영역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도시 재생이 추구하는 도시와 지역사회 활성화에 가장 부합하는 장치다. 이처럼 공공미술은...

    2024.12.25 20:49

  • [예술과 오늘]불빛을 꺼뜨리지 마
    불빛을 꺼뜨리지 마

    “가 204표.” 터질 듯한 환호가 국회 앞 대로를 흔들었다. 탄핵소추안 가결을 알리는 의사봉 소리와 함께 거짓말처럼 ‘다시 만난 세계’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그건 정말 거짓말 같았다. 2016년 이화여대에서 시작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 현장, 이후 성평등을 외친 모든 투쟁 현장에 함께했던 이 노래가 역사의 한복판에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2007년 데뷔한 소녀시대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운동화를 신고, 발차기를 하며 박력 있게 춤추는 새로운 시대의 걸그룹이었다. 남녀 관계와 대상화된 여성성이 아닌 주체적인 꿈과 연대를 노래한 ‘다시 만난 세계’는 이 땅의 모든 소녀들에게 언제나 희망의 불빛으로 존재했다. MZ세대 여성의 투쟁가로 빠르게 자리 잡은 배경이다. 칼바람이 부는 여의도에서 이 노래를 힘껏 따라 불렀다. 목이 메일 때마다 응원봉을 더 높이 흔들었다. 그 순간 내가 정말 응원하고 싶었던 것은, 여성 혐오가 공기처럼 만연한 이 세상에 지지 않고, 지치지 않고 싸워온 ...

    2024.12.18 21:06

  • [예술과 오늘]광장에 나선 ‘토끼들’의 함성
    광장에 나선 ‘토끼들’의 함성

    TV 프로그램 <최강야구>를 종종 본다. 프로에서 은퇴한 선수들과 프로 진출을 꿈꾸는 젊은 선수들이 ‘최강 몬스터즈’라는 이름으로 모여 아마추어 팀들과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이 프로그램을 아끼는 이유는, 모든 출연자들에게서 야구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김성근 감독부터 그렇다. KBO 리그 여러 팀의 감독을 지낸 그는 선수들에게 “여러분은 프로 출신이고, (…) 돈 받는다는 건 프로라는 것”이라며, 예능이 아닌 승리를 요구한다. 매사에 엄격하지만 자상함도 넘친다. 땡볕을 피하라고 파라솔을 챙겨놔도 그는 “선수들이 연습하는데 나만 쓸 수 없다”며 고사한다. 연습이 끝나면 함께 공을 줍고, 상대팀 선수에게도 적절한 가르침을 마다하지 않는다. 선수들이 그를 믿고 따르는 이유다.알바니아 출신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의 <피라미드>의 배경은 기원전 26세기경 고대 이집트다. 왕위에 오른 새 파라오 쿠푸는 ‘피라미드를 만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암시를 흘린...

    2024.12.11 20:42

  • [예술과 오늘]‘저 너머’는 어디인가
    ‘저 너머’는 어디인가

    인간 두개골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해’(2007)는 죽음과 사치, 불멸의 욕구를 담았다. 투명한 아크릴 상자에 실제 상어를 넣은 그의 또 다른 작품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1991)은 인간의 죽음이란 ‘직시’하는 것이 아니라, ‘인식’하는 것임을 보여준다.프랑스의 예술가 소피 칼은 어머니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을 기록한 작품 ‘포착할 수 없는 죽음’(2007)으로 죽음이 갖는 개인적, 보편적 의미에 대해 물었다. 멕시코의 테레사 마르골레스는 시신을 씻기는 데 사용된 20ℓ의 혼합물을 공기 중에 뿌리는 설치작업 ‘Aire(Air)’(2003)를 통해 죽음을 물리적, 감각적 수준에서 체험하게 했다.이밖에도 헌 옷 더미와 크레인, 138개의 스피커 등을 이용해 죽음 이후의 흔적과 사라짐, 부재의 기억을 새긴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의 ‘사람들’전(2010)을 비롯해 빌 비올라, 마크 퀸 등 삶과 죽음의 경계를...

    2024.11.27 21:02

  • [예술과 오늘]‘렛츠 겟 라우드’ 해야만 한다
    ‘렛츠 겟 라우드’ 해야만 한다

    렛츠 겟 라우드(Let’s Get Loud). 큰 소리를 내자는 뜻으로, 제니퍼 로페즈의 데뷔 앨범 <On The 6>(1999)의 수록곡 제목이다. 요즘 조깅하며 이 노래를 자주 듣는다. 흥겨운 라틴 리듬의 댄스곡인데 문득 울컥해서 소매로 눈가를 찍곤 한다. ‘갓생’과 초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석촌호수 트랙에서 내가 청승을 떠는 이유는 이 문장이 라티노, 이민자, 여성인 사회적 소수자로 생존해온 그의 인생을 관통하기 때문이다. 가난한 푸에르토리코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이 되기까지 제니퍼 로페즈는 도전과 증명을 거듭하는 삶을 살았다. 이렇게 훈장처럼 얻은 영향력을 지난 미국 대선 당시 카멀라 해리스 후보 지지 연설에서 발휘했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반이민주의적 발언에 대항해 공동체의 결집을 호소하고, “렛츠 겟 라우드”라고 소리친 것이다. 자막 없이는 연설을 전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선명하게 내 가슴에 울려 퍼졌다.해리스...

    2024.11.20 20:12

  • [예술과 오늘]수능이 뭐길래
    수능이 뭐길래

    수능날이 밝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줄여 흔히 수능이라 부르는 이날, 수험생과 그 가족들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긴장 아닌 긴장을 한다. 얼마나 중요한 날이면, 여타 학생들의 등교시간과 직장인들의 출근시간이 한 시간 늦춰지고, 비행기는 ‘영어 듣기 평가 시간’에 뜨고 내리지도 못한다. 이외에도 수능날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은, 생략한다. 전 세계에 또 이런 나라가 있을까 싶지만, 그 비슷한 또래의 아비이다 보니,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수험생들의 얼굴이 안쓰러울 뿐이다.<관촌수필>로 유명한 이문구의 단편 ‘장평리 찔레나무’의 주인공 김학자는 장평리 부녀회장이자 기본바로세우기운동 장평분회장이다. 이금돈에게 시집와서 엽렵한 솜씨로 살림살이했고, 하나밖에 없는 시동생을 건사하며 남부럽지 않게 장가도 보냈다. 시내에서 당구장을 해보겠다고 들들 볶아대기에 적잖은 돈도 대주었다. 시동생 이은돈은 그걸 반년 만에 남의 손에 넘기고 서울 가서 점방을 차려 앞가림 정도는 ...

    2024.11.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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