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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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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과 오늘]비평계의 붕괴
    비평계의 붕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이 열릴 때마다 한국관 취재기자단을 선발한다. 다수의 기자를 추첨 방식으로 뽑아 왕복 항공료와 숙박에 필요한 경비를 세금으로 전액 지원한다. 이에 비평계 일각에선 비평가들도 해당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내비친다.개인적으론 반대다. 말이 좋아 지원이지, 총 3건의 기사를 필수로 작성해야 한다는 등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조건도 탐탁지 않은 데다 대체로 홍보를 목적으로 하기에 객관적이며 심층적인 평가와 개선점 파악을 우선하는 비평의 직무와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진실한 문화적·예술적 기록 면에서도 주고받음이 정해진 지원은 안 받느니만 못하다.문화예술 정책을 설계·실행하는 문체부와 공공기관들을 향한 비평가들의 주문은 단지 지원 수준에서 논의되지 않는다. 건강한 비평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기초이면서 활동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안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표준계약서’다....

    2024.10.30 21:02

  • [예술과 오늘]국정감사로 간 K팝
    국정감사로 간 K팝

    “K팝 산업을 국정감사로 소환해 주십시오.” 22대 국회의원 선거일 다음날인 4월11일자 지면에 ‘K팝을 사랑하는 의원 당선인께’라는 칼럼을 썼다. 21대 국감에선 ‘달콤왕가탕후루’ 사내이사도 증인으로 소환되어 당 과다섭취로 청소년의 건강을 해쳤다고 질의받았는데, K팝은 왜 안 되느냐가 요지였다. 고작 반년 전이지만, 당시만 해도 이런 급진적인 주장을 해도 될지 수없이 망설이며 원고를 썼다. 그로부터 약 열흘 후, 하이브의 경영권 내홍이 터졌다. 이를 계기로 음반 밀어내기, 사행성 굿즈 판매 등 K팝 산업의 곪은 문제들이 속도감 있게 공론화되었다. 드디어 국감으로도 소환되었다. 그러나 공론화에서 국감까지 오는 시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일까. 기대보다 아쉬움이 컸다.하이라이트는 단연 지난 15일 뉴진스 하니의 참고인 출석이다. 그러나 빈 수레만 요란했다. 안호영 환경노동위원장의 책임이 크다. 이미 충분히 보도된 하니의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정황 파악에만 혼자 20여분을 쓰며, 약...

    2024.10.23 20:57

  • [예술과 오늘]한강의 ‘다음’을 기다리는 이유
    한강의 ‘다음’을 기다리는 이유

    그날 저녁, 나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만을 고집하는 한 배우의 삶을 그린 연극을 보고 있었다. 섬세한 연기, 묵직한 울림, 모든 게 좋았다. 오후 9시30분, 객석을 빠져나오며 스마트폰 전원을 켜자 적잖은 수의 부재중 전화와 문자 수신을 알리는 진동이 울렸다. 문자에는 ‘한강’ ‘노벨 문학상’이란 단어가 선명했다. <더 드레서>의 흥분이 가시기도 전에 일어난 새로운 전율은, 돌고 돌아가는 귀갓길마저 흥겹게 했다. 혼자서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축배를 들이켠 나는, 일의 특성상 대부분 ‘초판 1쇄’일 수밖에 없는 한강의 작품들을 찾아, 다시 책상 위에 올려두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더 드레서>는 제2차 세계대전 와중에, 지방을 전전하며 셰익스피어의 작품만을 공연하는 ‘선생님’과 그의 의상을 담당하는 ‘드레서’인 노먼이 주인공이다. 공연 당일 선생님은 치매인 듯 길거리를 헤매다가 병원으로 실려갔고, 우여곡절 끝에 극장으로 돌아왔지만, 그날 공연할 <리어왕&...

    2024.10.16 21:23

  • [예술과 오늘]권력 향해 진실 말하는 용기
    권력 향해 진실 말하는 용기

    전쟁과 기후위기, 난민과 환경파괴, 탈식민주의와 제국주의의 유산 등은 비엔날레들의 단골 주제다. 여성과 소수자,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인종, 이주, 인권, 노동, 생태 등도 빈번하게 등장한다.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베니스비엔날레는 물론이고 한국의 광주비엔날레도 마찬가지다. 주최 도시와 전시의 규모는 제각각이지만 내용 면에선 오십보백보다.그 이유는 오늘날의 사회가 직면한 글로벌 위기와 도전 과제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이자 변함없이 논의해야 할 화두라는 것이다. 그러나 비엔날레 간 차별성이 없다는 비판도 감내해야 한다.주제 재탕은 논란을 유발하지 않는 가장 안전한 전략이기도 하다. 보편적 거대담론을 택하면 다툼·이견이 줄어든다. 베니스비엔날레 같은 권위 있는 행사의 패러다임을 추종하거나 동시대 예술계 흐름에 부응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의사를 주도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다만 비엔날레이기에 가능한 ‘새로운 역동적 파괴 모델’로서...

    2024.10.02 20:04

  • [예술과 오늘]딥페이크 희생양 된 ‘K팝’
    딥페이크 희생양 된 ‘K팝’

    K팝의 카테고리는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만 있는 게 아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 웹사이트에도 있다. 자료 조사차 여자 연예인, 합성 등 특별할 것 없는 단어 몇개를 조합해 구글링을 하다 의도치 않게 한 딥페이크 성착취물 웹사이트를 발견했다. 접속하여 K팝 카테고리에 들어가니 끝없이 많은 성착취물이 나왔다. 무료도 있고 유료도 있었다. 직접 생성할 수도 있었다. 엑스(옛 트위터)에서 찾은 합성 AI봇 텔레그램 방에도 들어가 봤다. 미성년자인 인기 여자 아이돌의 합성사진이 자동 메시지로 왔다. 돈만 내면 이런 걸 만들 수 있다고 영업하는 일종의 지라시였다. 대단한 기술이나 노력 없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너무나 쉽게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찾을 수 있었다. 실태를 파악한 후 ‘추적단불꽃’의 n번방 추적기인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입장료 70만원입니다. AV도 이것보다 비쌉니다. 연예인 및 온갖 일반 여자들의 믿지 못할 ...

    2024.09.25 20:49

  • [예술과 오늘]있고도 없는 ‘희망’
    있고도 없는 ‘희망’

    긴 (듯 보였던) 추석 연휴가 속절없이 끝났다.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은 유례없는 폭염 속에서도 함께 살아온 어제와 오늘, 함께 살아갈 내일을 이야기하며 정을 나누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달뜬 기분으로 어제는 추억했으되, 마음 놓고 오늘과 내일은 말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 ‘누군가’가 특정 세대는 아니다. 노년, 장년, 중년, 청년, 유소년 세대 모두, 즉 우리 시대 대다수 사람들은 무언가에 쫓기며 오늘을 살고, 하여 내일을 기대하지 못한다. 팍팍한 경제 현실 때문만은 아니다. 각각의 인생은 저마다의 고민이 있고, 그 고민 속에서 희망이 영글어야 하는데, 희망이 사라진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사무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의 주인공 디디와 고고는 ‘고도’(Godot)라는 이름의 희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일정한 거처도 없이 떠돌던 두 사람은 시답잖은 대화로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그 대화의 끝이 묘하다. 디디가 “고도를 기다려야지”라고 말...

    2024.09.18 20:28

  • [예술과 오늘]‘장삿속’ 퐁피두 ‘맞장구’ 부산시
    ‘장삿속’ 퐁피두 ‘맞장구’ 부산시

    우리나라 국공립미술관의 소장품 구입 예산은 형편없다. 해마다 들쑥날쑥하지만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립현대미술관조차 50억원 안팎이다. 지자체 산하 공립미술관들은 언급하기 민망할 정도다. 많아야 10억원대이고 수억원에 불과한 곳도 적지 않다.이런 예산으론 어지간한 작품 한 점도 사기 어렵다. 2022년 기준 작품 구입비로 5억원이 편성된 부산시립미술관이 2019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132억원에 팔린 김환기 작품 ‘05-Ⅳ-71#200 우주’를 소장하려면 무려 26년치 예산을 모아야 한다. 글로벌 미술관을 표방하지만 1만점이 조금 넘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중 90%가 국내 작품인 것도 ‘궁핍’과 무관하지 않다.기증 문화가 뒤처진 한국에선 소장품 구입 예산 대부분을 정부와 지자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원은 매우 박하다. 소장품의 문화적·역사적 가치에 대한 인식 빈약이 원인이지만, 지방정부는 곧잘 재정 부족을 내세운다. 돈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부산광역시 씀...

    2024.09.04 20:41

  • [예술과 오늘]공항은 공항이고, 폭력은 폭력이다
    공항은 공항이고, 폭력은 폭력이다

    강한 플래시를 얼굴에 쏘면 특수폭행죄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최근 알게 됐다. ‘변우석 과잉 경호 논란’이 화제가 되며 언론에서 나온 얘기다. 공항에서 경호원이 팬의 얼굴에 플래시를 발사하는 일은 그간 일상처럼 벌어져왔다. 한데 피해 대상이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라운지 이용객과 일반인이 되니 전대미문의 사건처럼 다뤄지고 있다. 발생 단 5일 만에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질의를 받았고, 현재 경비업법 위반으로 관련자 4명이 입건됐다. 해당 경호업체 대표가 “경호원이 플래시를 비추는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 인정하고 사과도 했다. 나는 이 온도 차가 너무나 얼떨떨하다. 심하게 밀쳐서 넘어뜨리고 폭언을 하는 ‘전통적인’ 팬 대상 폭력과 이번 사건의 내용은 조금 다르다. 해당 경호원들은 플래시를 쐈을 뿐만 아니라, 권한 없이 통로를 막고 탑승권을 검사하는 중대한 업무방해 행위를 했다. 그러나 위력을 과시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해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

    2024.08.28 20:43

  • [예술과 오늘]나이
    나이

    스포츠 중계에, 종종 전성기가 지난 선수가 그에 버금가는 실력을 선보일 때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말이 등장한다. 스포츠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노장의 활약 뒤에는 이 말이 붙곤 한다. 요즘 이 말은 처세의 한 방편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동안이 강조되는 시대다 보니 만나는 사람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거 아냐”라는 말을 인사치레로 하는 경우도 있다. 내남없이 건강한 삶을 꿈꾸는 세상에서 이 말은 그만큼 값어치가 높은 축에 든다.나이를 거꾸로 먹진 않지만, 나이가 멈춰버린 여성이 있었다. 물론 현실에서의 일은 아니다. 2015년 개봉한 영화 <아델라인: 멈춰진 시간>의 주인공 아델라인 보먼(블레이크 라이블리)은 100년째 29세를 살고 있다. 폭설이 내리던 날 그가 운전하던 차가 호수에 빠지고, 목숨은 건졌지만 아델라인은 그날 이후 더는 나이를 먹지 않았다. 처음엔 좋았다.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다니, 이 얼마나 놀라운 복음인가. 하지만 현실을 깨닫는 데...

    2024.08.21 20:48

  • [예술과 오늘]‘한국의 나오시마’가 나오려면
    ‘한국의 나오시마’가 나오려면

    둘레 16㎞에 불과한 일본 세토(瀨戶) 내해의 작은 섬 ‘나오시마’(直島)는 1990년까지만 해도 폐기물로 뒤덮인 쓰레기 섬이었다. 구리제련소가 배출하는 아황산가스를 피해 주민들조차 떠나가던 황무지였다. 그런 그곳에 1987년부터 ‘예술’이라는 옷을 입혔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세계 최초의 지하미술관인 지추(地中)미술관을 비롯해 독특하고도 자연친화적인 미술관을 섬 곳곳에 세웠고 클로드 모네, 이우환, 쿠사마 야요이, 제임스 터렐, 카렐 아펠, 데이비드 호크니와 같은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앉혔다. 모두 장소 특정적인 건축물과 미술이었다.이후 나오시마는 전 세계에서 매해 수십만명이 방문하는 ‘예술의 성지’가 됐다. 빈집을 개조해 마을과 주민의 역사가 작품의 일부이도록 하고, 다양한 기획전과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통한 지속 가능의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시키자 200명에 불과했던 인구는 현재 약 40배 가까이 불어났다. 나오시마를 거느린 가가와현의 경제도 비약적으로 ...

    2024.08.0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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