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도처에 장벽이 있다. 침략자를 막기 위한 장벽이 있는가 하면, 피아(彼我)를 구분하기 위한 장벽도 있다. 전자의 대표적 예가 우주에서도 보인다는(하지만 보이지 않는) 만리장성이다. 후자는 한때 냉전의 상징물이었으나 지금은 ‘기억’을 위해 일부 보존되고 있는 베를린 장벽이 대표적이다. 베를린 장벽이 상징성만 남았다면, 휴전선은 피아를 구분하는, 분단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연을 극복하려는 인간 의지가 담긴 장벽도 있다. 네덜란드엔 암스테르담, 로테르담처럼 명칭 끝에 담(dam)이 붙는 곳이 많은데, 바다나 강의 범람을 막으려 댐을 설치한 도시들이다. 댐은 ‘막다’ ‘차단하다’ 뜻을 담은 중세 네덜란드어에서 유래했다. 생각해 보면 모든 장벽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편이다. 적을 막는 일도, 피아를 구분하는 일도, 바다의 범람을 막는 일도 결국 삶을 위한 일이다. 하지만 어떤 장벽은 되레 삶을 파괴한다.이탈리아 작가 디노 부차티의 <타타르인의 사막>은 마음속에...
2024.07.24 2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