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승패가 명확히 갈리는 스포츠에는 열광한다. 기록과 점수로 증명되는 세계는 깔끔하고 공정하니까. 참가자들이 각자의 노래를 부르며 축제처럼 즐기는 가요제도 괜찮다. 하지만 음악이나 요리처럼 주관적인 영역에서 ‘과제’를 내주고, 우열을 가려 누군가를 탈락시키는 과정은 어딘가 불편하다.기존의 음악 경연 예능들도 별 감흥이 없었다.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처럼 이미 잘 알려진 이들이 나와 펼치는 가창력 대결은 화려한 쇼의 한 장면일 뿐이다. 누군가의 노래를 재해석하는 것이라면 잘 만들어진 리메이크 음원을 듣는 것으로 충분하다. 굳이 그들을 무대에 세워 점수를 매기는 광경을 지켜볼 이유를 찾지 못했다.그런데 지난 1월6일 막을 내린 <싱어게인 4>에는 빠져들었다. 이곳의 무대 위에 선 이들은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린다. 단지 호명을 위한 기호가 아니다. 그들은 ‘무명’이라는 익명성에 갇혀 있던 가수...
2026.01.15 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