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석의 문화유랑]인간에게 필요한, 사소한 것들](https://img.khan.co.kr/news/c/300x200/2025/06/05/l_2025060601000145000017662.jpg)
휴머니즘을 좋아하지 않았다. 인간이 너무나 추악하고 잔인한 짓을 해도, 결국은 사랑과 우정 그리고 연민이 가장 중요하다고 외치는 것에 반발심이 들기도 했다. 나치의 유대인 탄압을 그린 <쉰들러 리스트>와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며 휴머니즘의 위대함을 느꼈지만, 반세기가 지난 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탄압하고, 학살하고 있다. 인간은 이기적이며 자신의 욕망을 위해 거리낌 없이 타인을 짓밟는 존재인 것일까? 인간은 사악하게 태어난 걸까? 그런 생각으로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모두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라는 대사에 공감하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조금 생각이 변한다.대통령 선거가 끝난 4일에 개봉한, 클레어 키건의 소설을 각색한 <말없는 소녀>를 봤다. 2023년 영화의 재개봉이다. 1980년대 아일랜드의 시골. 아버지는 도박 중독의 망나니고, 어머니는 네 딸을 키우며 임신까지 해 신...
2025.06.05 2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