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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김봉석의 문화유랑
  • [김봉석의 문화유랑]선하고 이타적인 영웅의 시대
    선하고 이타적인 영웅의 시대

    지난 18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LA 다저스와 밀워키 브루어스의 4차전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이 탄생했다. 다저스 선발투수로 나선 오타니 쇼헤이는 1회초 삼진 3개를 잡아 이닝을 끝내고 1회말 톱타자로 바로 타석에 들어서 홈런을 쳤다. 오타니는 6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잡고,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타자로는 1·4·7회에 홈런 3개를 기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오타니가 음악의 베토벤, 희곡의 셰익스피어, 농구의 마이클 조던, 골프의 타이거 우즈에 필적한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오타니야말로 역사상 최고의 야구 선수라는 찬사가 쏟아진다.한국프로야구는 지명타자가 있어 투타 겸업이 거의 없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해태 타이거즈 김성한이 투수로 10승5패, 타자로 3할대를 기록했는데, 그도 이듬해부터는 타자에 전념했다. 고교야구에서는 투수가 타석에 서고, 보통 투수를 잘하면 타자 재능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말 잘하는 선수들만 살아남는...

    2025.10.23 19:51

  • [김봉석의 문화유랑]뾰족하고 모난 콘텐츠를 만들자
    뾰족하고 모난 콘텐츠를 만들자

    9월11일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얼굴·사진>은 24일까지 77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개봉일 1위였던 <얼굴>은 하루 만에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에 뒤졌다가 15일부터 다시 10일째 1위를 기록했다. 100만명을 넘을지 궁금하다.<부산행>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했고,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과 <기생수: 더 그레이>가 인기를 끌며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이 제작에 참여한 <계시록>을 연출했고, <선산> <괴이> <방법> 등 각본과 제작 등을 맡은 다수의 드라마를 성공시켰고, 일본의 고전 <가스인간>을 리메이크하는 등 국내외 차기작이 줄줄이 늘어선 연상호에게 <얼굴>의 100만 관객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얼굴>의 제작 과정은 특이하다. 2억원의 제작비, 20여명의 스태프, 프리 프로덕션은 2주, 촬영...

    2025.09.25 20:37

  • [김봉석의 문화유랑]제2의 ○○○은 없다
    제2의 ○○○은 없다

    마침내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2억3600만뷰로, 넷플릭스에서 가장 스트리밍이 많이 된 영화에 등극했다. 극장에서 개봉한 싱얼롱 버전은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한편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개봉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일본에선 자국 영화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했고, 미국에선 외국어 영화 최대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미국과 일본에서 만든 두 편의 애니메이션이 한국에서도 돌풍을 일으키며, 많은 말들이 나왔다. 우리는 왜 <케데헌> 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지 못하는가. <귀멸의 칼날>처럼 다양한 미디어믹스가 가능한 거대 지식재산권(IP)이 왜 없는가. 세계를 뒤흔드는 IP가 없고, 애니메이션 산업이 취약한 한국에서 나올 만한 질문이다.하지만 기이한 질문도 있다. K팝은 한국 대중문화인데 왜 남들이 돈을 벌어가는가, <케데헌>에 왜 ‘국악’이나 다른 한...

    2025.08.28 21:07

  • [김봉석의 문화유랑]전지적 ‘독자’ 시점
    전지적 ‘독자’ 시점

    20여년 전, 할리우드는 인터랙티브 영화 개발에 나섰다. 게임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부러워하며, 사람들은 이야기에 주도적으로 개입하는 주인공이 되려는 욕망이 크다고 판단했다. 영화에 게임 방식을 접목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다가 화면이 멈추면 선택지가 나온다. 관객이 좌석에 달린 번호판에서 원하는 버튼을 누르면, 다수가 선택한 이야기로 진행된다. DVD 플레이어에서 영화를 볼 때도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선택한다.실패했다. 분기형 서사를 사용한 영화는 정서적 흐름이 끊기고 몰입도가 약해진다. 게임처럼 많은 선택지를 주는 것도 불가능하다. 스펙터클은 큰 스크린으로 보는 영화가 앞서지만, 직접 주인공이 되어 펼쳐지는 세계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자유도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한 편의 영화에서 다양한 스토리와 결말을 보여주려면 제작비가 너무 많이 올라간다.영화는 감독과 작가가 의도하고 다듬은 서사를 완결된 형태로 관객에게 제시한다. 관객은 수동적으로 감상하며 감독의 메...

    2025.07.31 20:43

  • [김봉석의 문화유랑]K컬처의 새로운 피
    K컬처의 새로운 피

    지난 6월2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부문에서 4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미국·일본·영국·독일·프랑스 등 41개국에서 1위였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는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 등에서 1위를 기록했고, 삽입곡인 ‘골든’(Golden)과 ‘소다 팝’(Soda Pop)은 유튜브 공개 10여일 만에 1000만뷰와 600만뷰 이상이 나왔다.최고 인기 걸그룹 ‘헌트릭스’ 멤버인 루미·미라·조이의 숨겨진 임무는 인간계를 침범하는 귀마를 퇴치하고 막는 것이다. 헌트릭스에 대항해 인간의 영혼을 훔치기 위해 귀마의 하수인인 보이그룹 ‘사자보이즈’가 나타난다. 헌트릭스는 사자보이즈의 매력에 끌리지만, 그들은 싸워야만 한다. 헌터, 슬레이어의 운명을 타고난 소녀가 악마와 싸운다는 설정은 서양의 어번 판타지에 흔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익숙한 어...

    2025.07.03 21:14

  • [김봉석의 문화유랑]인간에게 필요한, 사소한 것들
    인간에게 필요한, 사소한 것들

    휴머니즘을 좋아하지 않았다. 인간이 너무나 추악하고 잔인한 짓을 해도, 결국은 사랑과 우정 그리고 연민이 가장 중요하다고 외치는 것에 반발심이 들기도 했다. 나치의 유대인 탄압을 그린 <쉰들러 리스트>와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며 휴머니즘의 위대함을 느꼈지만, 반세기가 지난 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탄압하고, 학살하고 있다. 인간은 이기적이며 자신의 욕망을 위해 거리낌 없이 타인을 짓밟는 존재인 것일까? 인간은 사악하게 태어난 걸까? 그런 생각으로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모두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라는 대사에 공감하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조금 생각이 변한다.대통령 선거가 끝난 4일에 개봉한, 클레어 키건의 소설을 각색한 <말없는 소녀>를 봤다. 2023년 영화의 재개봉이다. 1980년대 아일랜드의 시골. 아버지는 도박 중독의 망나니고, 어머니는 네 딸을 키우며 임신까지 해 신...

    2025.06.05 20:54

  • [김봉석의 문화유랑]지구의 해피엔드
    지구의 해피엔드

    인류는 멸종할 것이다. 소행성 충돌, 바이러스, 핵전쟁… 무엇이든 간에 인류는 언젠가 사라진다. 지구 역사에서 인류의 존재는 아주 잠깐의 일이다. 인간이 없어도 지구는 사라지지 않는다. 환경 파괴를 하면서 문명을 확장해 온 인간이 사라지는 결말은, 지구의 관점에서 본다면 해피엔드가 아닐까? 행복과 불행을 가릴 필요도 없는, 자연의 순환 같은 것.그러나 목전의 종말을 기다리는 인간은 유쾌하지도, 평온하지도 않을 것이다. 지난 4월30일 개봉한 <해피엔드>는 근미래를 그린 영화다. ‘머지않아 일어날 것이라고 관측되는 난카이 트로프 지진이 한동안 일어나지 않은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네오 소라 감독은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에 끊임없이 노출되면서 점점 더 압박감만 커지는 사회.’근미래의 일본은 감시 사회다. 지진으로 벌어질 위험을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사회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한다. 검문이 강화되고, 일본인이 아니라면 반드...

    2025.05.08 20:48

  • [김봉석의 문화유랑]투명한 승부에 끌린다
    투명한 승부에 끌린다

    바둑은 둘 줄 모른다. 할아버지는 바둑을 즐겨 두셨고, 바둑을 두는 친구들과도 가까웠지만 딱히 배우지 않았다. 잡기를 싫어한 건 아니다. 중국과 일본 장기, 체스를 두고 화투와 포커 등도 한다. 바둑을 볼 줄은 안다. 어릴 때 할아버지의 바둑책을 그냥 읽었고, 신문에 나오는 기보도 매번 들여다봤다.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집에 있던 책과 잡지, 신문을 다 읽을 때라 그랬다. 그러다 보니 서봉수와 조훈현의 스토리를 알게 됐고 차민수, 이창호, 이세돌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지난달 26일 개봉해 120만명이 넘는 관객이 들어 순항 중인 <승부>의 내용도 알고 있었다. 한국 최고 기사였던 조훈현의 유일한 제자 이창호. ‘돌부처’라는 별명을 얻으며 스승을 넘어, 세계 최고 자리에 우뚝 섰던 이창호. 조훈현은 일본에서 세고에 겐사쿠를 스승으로 모시며 바둑을 사사했다. 제자를 가려 받는다던 세고에의 유일한 한국 제자 조훈현은 고국으로 돌아와 천하를 평정했다. 그런 조...

    2025.04.10 21:30

  • [김봉석의 문화유랑]다정함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다정함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혐오의 시대다. 여성을, 장애인을, 중국인을, 또 누군가를 타당한 이유 없이, 나의 이익이나 권리를 침해했다면서 일방적으로 조롱하고, 배척하고, 탄압한다. 초유의 일이 아니고 낯설지도 않다. 희생양을 만들어 진짜 악에서 시선을 돌리려는 음모는 인류사에 항상 존재했다.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가 있었고, 제국주의 일본의 조센징 혐오도 있었다.12일 개봉한 <화이트 버드>는 유대인을 혐오하고 학살한 역사를 그린 영화다. 2017년 개봉해 많은 이들이 감동했던 <원더>의 스핀오프 작품이다. 안면기형으로 태어난 오기는 뒤늦게 학교에 편입한다.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괴롭힘을 당하던 오기는 결국 친구들과 함께 웃음을 되찾는다. 괴롭힘을 주도했던 줄리안은 전학을 간다. 좋은 영화다. ‘다름’을 이유로 차별하고 괴롭히는 행동이 얼마나 그릇된 것임을 잘 보여주었다.<원더>는 해피엔딩이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의 일들은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꽤 ...

    2025.03.13 20:58

  • [김봉석의 문화유랑]폭력은 모든 것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폭력은 모든 것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역사는 때로, 전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개인의 삶을 뒤틀어버린다. 평소에 개인과 집단, 세상, 사회와의 관계를 인식하고 있건 말건 상관없다. 속세를 떠나 인적 드문 곳에서 홀로 살아가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외면해도, 역사의 수레바퀴는 때로 개인의 모든 것을 무참하게 짓밟아버린다. 지진처럼, 해일처럼, 언젠가 우주에서 떨어질지 모르는 소행성처럼 무자비하고 예외는 없다.<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는 보사노바 뮤지션의 실종을 다룬 애니메이션 영화다. 2004년, 보사노바의 황금기를 책으로 쓰려는 제프 해리스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취재를 시작한다. 취재원에게 피아니스트인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음반을 선물로 받는다. 처음 들은 테노리우의 연주에 매혹된 제프는 그의 행적을 파고든다. 1976년 아르헨티나 투어를 간 테노리우는 공연이 끝난 후 새벽에 사라져 돌아오지 않았다.테노리우 주니오르는 실존 인물이다.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의 ...

    2025.02.13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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