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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선의 틈
  • [임지선의 틈]모두가 병들었고, 모두가 아픈 청년들
    모두가 병들었고, 모두가 아픈 청년들

    청년층 취업자 줄고 실업자 늘어 학력·성별·지역 격차 ‘소외’ 낳아‘일자리 미스매치’ 문제 심화 전망 정부, 관련 부서 통해 해결 나서야20대 청년 태양의 ‘집’은 지하철 2호선이다. 노숙자가 아니다. 출근길 지하철 객차가 한창 서울 시내를 도는 시각, 그는 전동차에서 잠을 청한다. 차가운 의자 바닥은 침대가 되고 쇠기둥은 베개가 된다. 태양은 밤새 택배회사의 물류창고에서 박스를 내리고 올린다. 여자친구와 구루로 불리는 유튜버에게 사기를 당하고 잠잘 곳조차 없는 20대 청년에게 세상은 딱 ‘지하철 전동차’ 한 자리만 내어준다. 오전에는 ‘지하철 쪽잠’을 자고 오후에는 오토바이를 탄다. 그는 이 시대가 추켜세우는 긱 노동의 대명사 ‘배달 라이더’로 변신한다.동인 ‘월급사실주의’의 소설 모음집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에 실린 주원규의 ‘카스트 에이지’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지하철 역사도 아닌 움직이는 전동차에서 매일 ‘아침 잠’을 자는 20대 청...

    2024.07.24 20:36

  • [임지선의 틈]선을 넘는 자, 누구인가
    선을 넘는 자, 누구인가

    법무부 소관의 배임죄 폐지 주장에사견까지 내며 ‘공매도 재개 욕심’이복현의 잇따른 ‘선을 넘는’ 발언부처 경계 넘나들며 혼선만 부추겨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장이 상품선물거래위원장이던 시절 미국 출장길에 그와 마주친 적이 있다. 어느 행사장에 나와 로비에서 기다리던 기자들과 만났다. 예정된 간담회도 아니었다. 기자들은 질문을 쏟아냈다. 그는 성심껏 답했다. 마지막에는 “질문이 더 없냐”고 물을 정도였다. 기자들의 질문을 꺼리는 국내 관료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에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당시 한 기자가 겐슬러에게 주가지수 전망을 물었다. 여타 질문에 친절하게 답하던 그는 표정을 바꾸었다. “가격 전망은 제 소관이 아닙니다.” 딱 잘라 말했다. 자신이 담당하지 않는 분야라면 언급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선을 긋는 느낌이었다.새삼 이 장면이 떠오른 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잇단 ‘선을 넘는’ 발언 때문이다. 지난 4월로 돌아가보자. 집권여...

    2024.06.19 20:39

  • [임지선의 틈]소란한 한은
    소란한 한은

    오래전 경제부처를 담당할 때마다 들었던 말이 있다. “한국은행은 그 수많은 보고서를 캐비닛에만 넣어두고 대체 뭐해요?” 각각 다른 부처 공무원에게 들은 말이다. 한은에는 ‘한은사’가 있다는 말도 있다. 특별히 시끌벅적한 일이 없고 조용한 절간 같다는 농담이 섞인 별명이다. 근저에는 ‘고급 인력’을 두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깔려 있다. ‘그랬던’ 한은이 요즘 달라졌다. 먼지 쌓인 수많은 보고서가 ‘빛’을 보고 있다. 요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서 화제가 된 보고서가 많다. ‘부족한 돌봄 도우미, 외국인 비자 허용하고 최저임금 차등적용’ ‘지역의 거점도시 위주로 성장 전략을 짜야 수도권 팽창 견제 가능’ ‘연봉보다 근무여건이 더 중요하고, 여성이 더 근무여건 중시’ 등 통화정책에 관한 내용을 넘어 한국사회 전체를 향하는 메시지가 담긴 보고서들이다. 보고서 이외에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사과 수입’을 제안해 파장이 일기도 했다. 형식에도 힘을 쏟...

    2024.05.15 20:49

  • [임지선의 틈]수도권 집중과 ‘지역소멸’
    수도권 집중과 ‘지역소멸’

    ‘먹고살 거리’ 찾아 사람 계속 몰려 악순환에 서둘러 브레이크 걸어야 한동훈 ‘세종시 이전’을 서울서 발표 개발만 강조 ‘균형발전’ 고민은 적어얼마 전 부산 갈 일이 있어 부산 출신 친구에게 현지서 뭘 먹으면 좋을지 물었다. “서울에서 먹어. 부산에서 성공하면 다 서울로 가.” 웃자고 한 말이지만 여운이 길었다.한국만큼 수도권에 ‘다닥다닥’ 밀집해 사는 나라도 없다. 수도권 집중 문제는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도 등장한다.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데이터들은 ‘경각심’을 일깨운다.수도권 인구수가 나라 전체의 절반을 넘은 건 2019년이었다. 통계청 집계 기준, 지난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주민등록을 한 인구는 2601만명이었다. 전체의 50.7%. 지난 한 해 동안 수도권으로 들어온 사람은 4만7000명이었다. 7년 내리 수도권에서 나간 사람보다 들어온 사람이 많았다. 2019년(8만3000명), 2020년(8만8000명)에는 한 해에만 8만...

    2024.04.10 22:14

  • [임지선의 틈]선대인을 탓하지 말자
    선대인을 탓하지 말자

    주변 친구들 중에 “선대인 때문에 그때 집을 못 샀다”고 말하는 경우가 적잖이 있다. 40대에 들어선 지금도 집값 이야기만 나오면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부동산을 키워드로 놓고 검색해도 ‘그때 선대인 때문에 집 못 샀다’며 ‘탓’하는 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어차피 개인 책임이지만 시계추를 12년 전으로 돌려서 따져보자. 선대인은 2000년대 후반부터 한국의 아파트 가격이 ‘거품’이라며 집값의 대세 하락을 외친 대표 주자다. 부동산 전망 기사를 쓸 때 하락한다는 관점을 찾기 위해서는 그에게 전화를 해야 했다.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등 여러 책에 담긴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소득이 오르지 않는데 아파트 가격만 오른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진다. 저출생으로 인구가 줄어든다. 공급이 늘어난 아파트를 감당할 인구가 없다. 가격은 떨어진다’는 논리였다. 핵심 키워드는 아파트 거품, 저출생과 인구 감소였다. 그때는 너도나도 그...

    2024.03.0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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