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있는 빚이 있고, 말할 수 없는 빚이 있다. 말할 수 있는 빚은 ‘반은 은행 거야’라는 말로 자신의 집을 소개하거나, 운영에 부침을 겪는 업주가 희망을 찾을 때의 것이다. 겸손하고, 성실하고, 명예롭다. 반면 말할 수 없는 빚은 말해진 적 없기에 예를 들 수가 없다. 생존이나 중독에서 기인했을 것이라 짐작할 뿐. 숨기고 감추느라 어둠 속에서 축축해진 그것들의 이미지는 오만하고, 나태하고, 굴욕적이다.말할 수 없는 빚에 대한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나는 지극히 사적인 채무에 대해서만 말하자고 다짐했다. 병든 몸으로 여러 직장을 전전하며 얻은 괴로운 부채, 이자를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야 했던 슬픈 밤, 빚을 갚으며 많은 사람들이 내게 내어준 손과 품 같은 것을. 내게 빚은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힘든 수치스러운 절망이었고, 그 고립된 언어로 나는 나 자신을 회복시키는 글을 쓰고자 했다.그러나 나의 부채감이 내가 속한 사회와 긴밀하게 얽혀 있다는 것을 안 ...
2025.06.22 2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