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사진은 사랑이다
  • [사진은 사랑이다] 일상에서의 아우성
    일상에서의 아우성

    무겁게 두려운 시간이었다. 평온하던 일상마저 한순간에 무너졌다. 잠을 못 이룬 채 여러 채널의 실시간 뉴스를 수시로 경청하며 팔딱거리는 가슴을 달랬다. 불안을 채워준 것은 시민들의 행동과 함성이었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 12월3일 밤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의도 국회 앞을 비롯해 전국 곳곳의 아스팔트를 메운 시민들의 가열찬 아우성은 실로 감격스럽기 그지없었다. 동력으로 전환된 그 아우성은 황망하기 그지없는 이 초유의 내란 사태를 주범인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이어질 수 있게 했다. 여전히 두려움을 걷을 순 없지만 그 덕에 호흡을 가다듬으며 나의 일상을 돌아보게 된다. 경기도 양평 서종면의 한 작은 동네로 이주한 지 두 달이 채 안 되었다. 우리 동네는 서쪽으로 북한강을 옆에 둔 채 해발 354m 높이의 작은 산인 푯대봉을 끼고 있다. 산과 강을 품고 있는 아늑하기 그지없는 시골이다. 인근에는 중미산, 유명산 등의 자연휴양림이 수려하게 펼쳐져 있고 흐르...

    2024.12.19 20:41

  • [사진은 사랑이다]사진을 ‘하는’ 사람
    사진을 ‘하는’ 사람

    사진 찍는 이들은 많아도 사진을 ‘하는’ 이들은 드물다. 찍든 ‘하든’ 결국 사진 촬영과 연관된 얘기일 터인데 그 둘은 나름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셔터를 누르는 행위는 같으나 예술작품이나 기록 등 목적으로 사진 이미지의 물성화에 목적을 두는가, 아니면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몰입하면서 자신의 내적 감정과 깊이 교감하는 것에 더 의미를 두는가 정도의 구분이다. 어쨌거나 나는 그 드문 이들을 만나 그들의 즐거운 자기 준동을 듣고 보는 일을 주업처럼 삼아왔다. 각각의 개별적 감성이 생생히 펼쳐지는 그 시간들은 늘 가슴을 부풀게 한다.그중 한 사람, ‘노미애’씨(65)가 풀어내는 사진과 이야기는 몹시 특별하다. 햇수로 5년 넘게 이어지는 그와의 대화를 통해 사진이 가진 회복과 치유의 역동을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지로서의 결과물에 천착하기보다는 자신이 사진을 왜 하는지를 자문하고 자신에게서 답을 찾는 것에 의미를 둔다. 환희와 슬픔, 성취와 상실의 ...

    2024.11.21 20:16

  • [사진은 사랑이다]스마트폰 갤러리
    스마트폰 갤러리

    지금 당장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들을 살펴보자. 어제 담아둔 따끈따끈한 것에서부터 기억도 가뭇한 수년 전 사진들까지 당신의 소중한 순간들이 시기별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당신만의 어느 특정한, 사람과 사람들 그리고 공간과 사물들이 파노라마 풍경처럼 펼쳐지면서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과장하자면 각각의 생명성으로 부각된 모든 사진들이 줄지어서 자기부터 봐달라고 아우성을 칠 것이다. 대충 훑지 못할 당신은 천천히 서두를 일 하나 없이 흐뭇하게 즐기면 된다. 어떤 사진 앞에서 당신은 눈을 못 뗀 채 뭉클해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재차 반복해서 보다가 깊은 상념으로 눈물이 쏘옥 빠질지 모른다. 괜찮다. 모두 괜찮은 순간이다. 이는 사실 사진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통해 자기 삶의 의미를 재탐색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덧대자면 당신과 특정 시간을 공유했던 모든 존재들과 다시 만나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자신과 직간접적으로 얽...

    2024.11.07 20:06

  • [사진은 사랑이다] 소년이 온다
    소년이 온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더없이 반가웠다. 오래전 그의 책 <소년이 온다>를 접하고 느낀 전율감으로 거의 모든 그의 작품들을 읽고 소장해 왔다. 언론과 세간이 주목하고 있는 최근의 호들갑스러운 면면들에서 다소 비켜나 작가에 대한 남다른 공감의 심정이 일렁인다. 소소하게나마 연대감이 들기 때문이다. 스웨덴 한림원이 수상 기준으로 택한 그의 소설 중 하나인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항쟁의 비극적 역사가 배경이다. 주인공 격인 소년 ‘동호’의 입을 빌려 읽히는 단어와 문장들이 아프게 가슴을 짓누른다. 44년 전 푸릇한 봄 햇살 아래 무자비한 폭력과 거침없는 핏빛 살상으로 물들었던 광주. 오월 광주를 망각의 바다 저편으로 넘기는 게 불가한 일임을 다시 알아차리게 된 때문은 아닐까. 거기에 더해 또 다른 ‘동호’들이 눈에 들어서이기도 하다. 도청에서 금남로에서 또 다른 길거리와 도처에서 이름없이 스러지거나 사라진 ...

    2024.10.24 21:04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구독 취소하기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보기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