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을 ‘하는’ 사람
사진 찍는 이들은 많아도 사진을 ‘하는’ 이들은 드물다. 찍든 ‘하든’ 결국 사진 촬영과 연관된 얘기일 터인데 그 둘은 나름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셔터를 누르는 행위는 같으나 예술작품이나 기록 등 목적으로 사진 이미지의 물성화에 목적을 두는가, 아니면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몰입하면서 자신의 내적 감정과 깊이 교감하는 것에 더 의미를 두는가 정도의 구분이다. 어쨌거나 나는 그 드문 이들을 만나 그들의 즐거운 자기 준동을 듣고 보는 일을 주업처럼 삼아왔다. 각각의 개별적 감성이 생생히 펼쳐지는 그 시간들은 늘 가슴을 부풀게 한다.그중 한 사람, ‘노미애’씨(65)가 풀어내는 사진과 이야기는 몹시 특별하다. 햇수로 5년 넘게 이어지는 그와의 대화를 통해 사진이 가진 회복과 치유의 역동을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지로서의 결과물에 천착하기보다는 자신이 사진을 왜 하는지를 자문하고 자신에게서 답을 찾는 것에 의미를 둔다. 환희와 슬픔, 성취와 상실의 ... -
스마트폰 갤러리
지금 당장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들을 살펴보자. 어제 담아둔 따끈따끈한 것에서부터 기억도 가뭇한 수년 전 사진들까지 당신의 소중한 순간들이 시기별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당신만의 어느 특정한, 사람과 사람들 그리고 공간과 사물들이 파노라마 풍경처럼 펼쳐지면서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과장하자면 각각의 생명성으로 부각된 모든 사진들이 줄지어서 자기부터 봐달라고 아우성을 칠 것이다. 대충 훑지 못할 당신은 천천히 서두를 일 하나 없이 흐뭇하게 즐기면 된다. 어떤 사진 앞에서 당신은 눈을 못 뗀 채 뭉클해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재차 반복해서 보다가 깊은 상념으로 눈물이 쏘옥 빠질지 모른다. 괜찮다. 모두 괜찮은 순간이다. 이는 사실 사진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통해 자기 삶의 의미를 재탐색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덧대자면 당신과 특정 시간을 공유했던 모든 존재들과 다시 만나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자신과 직간접적으로 얽... -
소년이 온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더없이 반가웠다. 오래전 그의 책 <소년이 온다>를 접하고 느낀 전율감으로 거의 모든 그의 작품들을 읽고 소장해 왔다. 언론과 세간이 주목하고 있는 최근의 호들갑스러운 면면들에서 다소 비켜나 작가에 대한 남다른 공감의 심정이 일렁인다. 소소하게나마 연대감이 들기 때문이다. 스웨덴 한림원이 수상 기준으로 택한 그의 소설 중 하나인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항쟁의 비극적 역사가 배경이다. 주인공 격인 소년 ‘동호’의 입을 빌려 읽히는 단어와 문장들이 아프게 가슴을 짓누른다. 44년 전 푸릇한 봄 햇살 아래 무자비한 폭력과 거침없는 핏빛 살상으로 물들었던 광주. 오월 광주를 망각의 바다 저편으로 넘기는 게 불가한 일임을 다시 알아차리게 된 때문은 아닐까. 거기에 더해 또 다른 ‘동호’들이 눈에 들어서이기도 하다. 도청에서 금남로에서 또 다른 길거리와 도처에서 이름없이 스러지거나 사라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