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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페로 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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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페로 보는 시선] ‘나’와 함께하는 ‘우리’를 알게 해준 ‘깍두기’
    ‘나’와 함께하는 ‘우리’를 알게 해준 ‘깍두기’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놀다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 건축 연도가 오래된 아파트 단지를 지나다가 놀이터를 발견하고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렸다.어린 시절, 오후 네 시쯤이면 하교 후 숙제를 마친 아이들이 놀이터로 하나둘씩 모였다. 저녁밥을 먹기 전까지 아이들은 놀이터에 모여 신나게 놀았다. 놀이터에는 각자의 영역이 있었다. 여자애들은 주로 편을 갈라 고무줄놀이를 하고 남자애들은 납작한 돌을 세우고 돌을 던져 쓰러뜨리는 비사치기나 막대로 나무토막을 멀리 보내는 자치기를 하곤 했다. 남녀 구분 없이 술래잡기나 망줍기 같은 놀이를 하기도 했다. 삼삼오오 모여 구슬치기, 딱지치기를 하거나 체력이 좋은 아이들은 정글짐에 빨리 올라가기처럼 단순한 놀이를 하기도 했다. 각자 제일 친한 친구는 있었지만 팀을 나누는 놀이를 할 때는 자연스럽게 규칙에 따라 편을 갈랐다. 나이가 많은 아이들이 어린 동생들에게 놀이의 규칙을 알려주었고, 새로운 아이...

    2024.11.28 21:37

  • [루페로 보는 시선]노동의 가치는 어디로 갔는가
    노동의 가치는 어디로 갔는가

    1993년 개통된 홍콩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세계에서 가장 긴 야외 에스컬레이터이다. 총 800m 길이로 18대의 에스컬레이터와 3대의 무빙 워크로 이어져 있다. 에스컬레이터 중간마다 여러 개의 출구가 있어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도 가능하다. 매일 수천명이 이용하는 이 기계는 홍콩의 혁신을 상징한다. 홍콩의 가파른 지형을 보완해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고 홍콩 시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에스컬레이터 주변의 식당과 바, 아기자기한 상점들은 자연스레 관광지가 되었다. 왕가위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다.홍콩에 도착하자마자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찾았다. 거대한 쇼핑몰과 고풍스러운 건물이 보이고 빼곡하게 놓인 노상 식당의 테이블들 사이로 즐겁게 일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소호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에 탄 순간, 저 멀리서 둥글게 말린 어깨가 보였다. 한 사람이 문 닫힌 가게 앞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잠을 ...

    2024.11.14 20:17

  • [루페로 보는 시선] 맥락을 파악한다는 것, 결국은 독서
    맥락을 파악한다는 것, 결국은 독서

    한강이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스웨덴 아카데미는 한강의 작품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했다. 발표되자마자 각계 반응은 뜨거웠다. 가장 격렬히 환영한 곳은 역시 출판계였다. 수상 발표 후 일주일 만에 한강의 책 판매량이 100만부를 돌파했고, 반동효과로 전반적인 문학서적의 판매율이 같이 오르고 독서모임의 수가 늘어났다. 그러나 책에 대한 환영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민도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성인의 종합 독서비율은 43%로, 1994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최근 젊은 계층의 문해력이 낮아져 단어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다. 문해력은 독서에서 나온다. 올바른 독서는 단순히 단어를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한 권의 책을 읽고 주제를 찾아내는 능력을 길러내는 최적의 방법이다. 독서 경험은 문장을 정확히 이해하고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자연스럽게 키워주며...

    2024.10.31 21:27

  • [루페로 보는 시선]소리 없이 흩어지는 이름들
    소리 없이 흩어지는 이름들

    오키나와 도미구스쿠 언덕에 오르면 오키나와 구해군사령부(旧海軍司令部壕)가 있다. 이 건물은 일본군이 지은 반원형의 지하 벙커로, 오키나와 전투의 거점이었던 장소다. 폭이 좁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지하 30m 아래에 좁고 낮은 방들을 볼 수 있다. 벙커 내부에는 패전을 직감한 해군 장교들이 수류탄을 이용해 집단 자살을 한 흔적이 남아 있다. 그들의 죽음은 누구의 선택이었을까.오키나와 민간인들 또한 일본군에게 강제, 반강제로 죽임을 당했다. 일본군은 민간인을 차출해 전투에 투입시켰고 숨어 있던 주민들의 은신처와 식량을 빼앗았다. 미군의 포로가 되면 끔찍한 일을 당한다는 일본군의 거짓소문에 속은 수많은 오키나와인들이 가족과 함께 자결을 선택했다.이름 없는 죽음들은 전쟁에서 집계되지 않는다. 일본 정부는 전쟁의 비극을 알리고 평화를 위한 공간으로 이용하겠다며 벙커 일부를 개방했지만, 출입구 옆에는 일본제국을 상징하는 야마토 전함의 모형이 놓여 있...

    2024.10.1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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