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에서 안중근 의사를 다룬 영화 <하얼빈>을 보았다. 늦게나마 접한 이 영화는 단순한 역사극을 넘어, 내 안에 오랫동안 잠재해 있던 하나의 상상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그것은 바로 ‘동아시아 평화연합(연방)’이라는 구상이다. 유럽연합(EU)을 닮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상상이다. 우리는 왜 평화를 중심에 둔 지역 공동체를 꿈꾸지 않는가? 왜 동북아는 늘 갈등과 긴장의 지형으로만 남아야 하는가?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은 폐허 위에 협력의 씨앗을 뿌렸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는 과거의 적대감을 넘어서 1952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출범시켰고, 1993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통해 마침내 EU라는 결실을 맺었다. 그들의 선택은 단순한 경제 통합이 아니라, 전쟁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문명적 결단이었다. 전쟁의 참화를 몸소 겪은 이들이기에, 평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었다.반면 동북아는 아직도 제국주의의 상흔을...
2025.11.13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