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한 근 35전, 인조견 여섯 자 1원32전, 설탕 한 근 35전, 명태 한 쾌 1원, 탁주 한 말 60전. 누님이 아파 점쟁이에게 건넨 복채 10전까지 빠짐없이 적혀 있는 장부가 있다. 전북 진안의 정영수 어른이 3대에 걸쳐 이어온 생활의 기록, 바로 ‘경제일기’다.정 어른이 지켜온 장부는 단순한 가계부가 아니다. 부친 회갑 때 들어온 선물을 적은 ‘물선기’에는 국수 한 봉, 돈 100원, 생꿩 한 마리, 유기 식기 한 벌, 고무신 한 켤레 등이 줄지어 있다. 가장 흔한 선물은 국수였다고 한다. 살림 형편에 맞추어 성심껏 보탠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또 머슴들의 새경을 기록한 ‘고군기’, 품일꾼들의 삯을 적은 ‘고용기’, 돈의 흐름을 정리한 ‘치부책’, 각 도와 고을 이름을 정리한 지리지에 토지대장과 축문까지 생활의 거의 모든 단면이 담겨 있다.기록의 시작은 조부 때로, 1920~1930년대에 이른다. 낡은 시험지 뒷면을 반으로 접어 만든 ...
2025.10.23 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