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양승훈의 인터페이싱
  • 전체 기사 16
  • [양승훈의 인터페이싱]AI 확산의 생태학적 한계와 조율
    AI 확산의 생태학적 한계와 조율

    AI의 도움을 받아 글을 쓴 지 3년이 되어간다. 초기에는 천연덕스럽게 없는 것을 있다고 거짓말하는 환각 현상을 주의하느라 신경을 썼다. AI의 성능이 발전하고, 프롬프트를 잘 짜게 되면서 논문 작성, 강의 준비, 발표 준비 등 모든 과정에 AI를 쓰게 됐다. 원고를 윤문하거나 외국어를 번역하는 가장 낮은 수준에서, 문헌과 자료를 채팅 창에 ‘쏟아붓고’ 요약하는 중간 수준, 연구 방향을 주고 관련 문헌을 검색해 연구를 설계하는 높은 수준까지, 모든 수준을 오르락내리락하게 됐다.얼마 전부터 앤트로픽에서 출시한 바이브 코딩 도구인 ‘클로드 코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데이터 출처만 알려주고 분석 방법을 말로 표현하면 된다. 틀린 것을 지적할 수 있는 사용자의 지식이 있다면, 작업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진다. 컴퓨터만 켜놓으면 텔레그램을 통한 원격조정으로 작업 지시가 가능하다. AI 서버로 사용하기 위한 맥미니 수요가 폭등했다. 코딩이 얼마나 의미가 있나 고민이 든다. AI...

    2026.03.23 20:19

  • [양승훈의 인터페이싱]두 제자 이야기
    두 제자 이야기

    함께 연구과제를 수행했던 사회학과 제자들이 모두 졸업을 했고, 근황을 전해오기 시작했다. 며칠 전 A를 집 근처에서 만났다. 전국 사회학과 34곳 중 19곳이 수도권에 있다. 본인이 배우고 싶은 스승을 찾아보다가, 서울에 있는 사회학과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다. 문제는 주거다. 자취방 찾는 데 두 달이 넘게 걸렸다. 대학가가 가깝고 자취와 하숙집이 많아 주거비가 저렴하던 동네를 추천해줬는데, 이제는 대부분 재건축·재개발 대상이 되어서 괜찮은 집을 구할 수가 없다. A가 마산에서는 9평 원룸을 보증금 500만원, 월세 20만~30만원에 구할 수 있었는데, 서울에선 5평 원룸에 보증금 5000만원, 월세 50만원이 들었다고 한다.고향에 정착하겠다는 제자와도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늘 우수한 성적을 받던 여학생 B는 하고 싶은 일 찾기를 포기했다. 대신 지역에서 일자리 찾기가 비교적 수월한 사회복지학을 복수전공하고 지역의 청소년 복지시설에서 10대들에게 멘토링을 하고 있다. 특별히...

    2026.02.23 20:16

  • [양승훈의 인터페이싱]청년들에게 AI 겪게 하기
    청년들에게 AI 겪게 하기

    10년 전부터 내 과업은 지역의 문과 대학생들에게 코딩과 통계학을 가르쳐 취업시키는 일이었다. 당시 머신러닝(알고리즘을 활용한 학습)과 빅데이터가 유행이었고, 코딩 열풍도 막 시작됐다. 수업은 프로그래밍과 통계 기초, 몇 가지 머신러닝 기법을 따라 하며 사회적 현안을 데이터로 간단히 분석해 보는 수준이었다. 프로그래밍과 통계학을 교재에 나온 대로 실수하지 않는 것보다, 직접 실제 ‘빅데이터’를 만지며 ‘겪는 시간’이 중요했다.컴퓨터 만지길 좋아했던 학생들을 모아 동아리를 만들었다. 야구 기록을 며칠씩 붙잡는 학생도 있었고, 지자체 민원게시판 글을 모아 지역 교통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빅데이터 공모전’이 늘던 시기라 학생들은 밤새워 데이터를 만지고 그래프를 그리고, 때로는 웹페이지로 시각화해 발표하고 상도 타왔다. 필요하니까 상경계·이공계 수업도 찾아 들었고, 어려운 프로그래밍·수학·통계학도 ‘필요한 만큼’ 체화해 나갔다. 지방대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에게도 ‘데이...

    2026.01.19 19:59

  • [양승훈의 인터페이싱]대전·충청 통합과 5극3특 메가시티
    대전·충청 통합과 5극3특 메가시티

    행정학이나 정책학에서 쓰는 개념 중에 ‘기회의 창’이 있다. 사회적 이슈가 문제로 인식되는 ‘문제 흐름’, 정책 대안들이 형성·발전되는 ‘정책 흐름’, 그리고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담론 환경인 ‘정치 흐름’ 세 가지가 따로 놀다가 한번에 마주치고 새로운 정책 실현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그때 ‘기회의 창’이 열렸다고 말한다. 기회의 창이 열리는 가장 흔한 계기는 보통 대통령선거처럼 중대한 선거로 인한 변화, 6월항쟁 같은 시민들에 의한 격변,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국가 전 분야의 담론이 요동칠 수밖에 없는 여건을 꼽는다. 그리고 내란 사태, 탄핵과 파면, 정권교체 등으로 연속된 정치적 격변은 한국 사회에서도 기존까지 쉽게 돌파되지 않으리라 여겨졌던 개혁 정책 의제들이 순식간에 연속적으로 실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기존 관세협상, 인공지능 전환에 대한 막대한 투자 등과 같은 경제적 쟁점들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12월은 지역균형발전 분야의 격변이 시작된 것처럼 보인다. 12월5일...

    2025.12.22 19:58

  • [양승훈의 인터페이싱]여성 고용과 지역 그리고 성평등
    여성 고용과 지역 그리고 성평등

    지방사립대에서 진로 지도를 하기 어려운 학생들은 공부를 잘하는데 ‘꿈’이 많은 여학생이다. 취업지도교수를 5년 이상 수행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학점 높고, 현장실습이나 해외 경험이 많은 여학생을 찾는 건 어렵지 않은데, 지역사회에는 그들이 희망하는 일자리가 없다. 예컨대 문화예술계 마케팅 일자리를 찾긴 힘들다. 비수도권 광역대도시의 몇개 되지 않는, 여성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경쟁이 치열하고, 임금은 수도권 대비 낮다. 차라리 경쟁이 치열하고 물가가 비싸도, 모수가 큰 서울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 된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지방의 ‘청년 유출’ 메커니즘이다. 상경했지만 자리 잡지 못해 생애주기를 미루는 현실은 결국 ‘저출생·고령화’의 재생산 구조로 이어진다.얼마 전 국가데이터처는 ‘2025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기혼 여성의 고용 현황’을 발표했다. 결혼, 임신·출산에 따른 경력단절로 가장 낮았던 30대의 고용률(73%)이 40대(66%)를 넘었다. 모 매체는 ...

    2025.11.24 19:53

  • [양승훈의 인터페이싱] 공정한 게임의 역설
    공정한 게임의 역설

    마라톤을 시작한 수년 전, 뛰는 사람 중 다수는 수십년 경력을 자랑하는 40~60대 ‘마라톤 클럽’ 회원들이었다. 칠순을 넘긴 러너를 보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대회 신청은 어렵지 않았고, 장년 러너들의 권유로 현장에서 등록해 뛰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마라톤 대회 풍경이 달라졌다. ‘스타일로서의 러닝’이 유행하면서 메이저 대회 풀코스 신청은 ‘광클’이 필요한 일이 됐다. ‘국민건강 체육’이던 마라톤은 이제 유튜브를 보고 책을 읽고 레슨을 받으면서 ‘정복할’ 대상이 됐다. 주요 대회 주로에는 청년들이 가득하다. 42.195㎞를 천천히 각자의 페이스로 뛰면서 즐기던 ‘노익장’을 주요 마라톤 대회에서 발견하는 일은 점점 어려워진다. 신청 방법이 선착순이거나 굿즈 패키지 구매 방식이기 때문이다. 1200만 관중 시대를 맞은 야구장에서도 올드팬들의 모습은 거의 사라졌다.미국 정책학자 데버라 스톤은 <정책의 역설>에서 “공정함이란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공동체의 ...

    2025.10.27 19:59

  • [양승훈의 인터페이싱]서울대 10개 만들기와 다수의 사립대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다수의 사립대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2021년에 출간된 책이다. 저자는 9개 비수도권 거점국립대에 서울대에 비견할 수준의 투자를 해서 실질적으로 서울대 수준의 대학을 10개 만들자고 한다. 서울대가 10개 생겨나면 학생들의 대학 입시를 향한 극한적인 경쟁 압력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립대 체제를 벤치마킹해 거점국립대 간의 연계 협력을 강화하면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학계의 대학개혁론 중 하나였던 ‘국립대학 네트워크’ 논의를 ‘서울대 10개’라는 선명한 구호로 엮어냈다.사립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새 정부가 출범하는 과정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교육정책의 상징이 됐고, ‘5극 3특’이라는 초광역 메가시티에 기반을 둔 지역균형발전 정책과도 짝이 잘 맞았다. 권역의 혁신을 거점국립대가 이끌 것이다.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3월 경향신문 칼럼을 통해 거점국립대 2개-대학병원 1개-국책연구기관 1개-산업클...

    2025.09.22 21:03

  • [양승훈의 인터페이싱]주가 부양과 정책의 난제들
    주가 부양과 정책의 난제들

    새 정부의 주식시장 관련 정책이 지속적인 논란이 되고 있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주가순자산비율(PBR) 10’ 발언에 대한 비판이 여기저기서 일었다. 코스피를 기준으로 PBR은 1을 조금 넘는다. 주가가 기업들의 장부에 적힌 순자산 가격만큼만 반영한다. 미국의 대표 지수인 S&P500의 경우 PBR은 5배가 넘고, 중국과 일본 주요 지수의 PBR은 1.5배, 유럽 주요 증시는 2배 수준이다. PBR 발언은 이미 자본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익숙한 1400만 주식 투자자 관점에서 정책당국과의 넘을 수 없는 강을 확인하는 시점이었으리라.대통령 약속과 정책 불일치가 문제사실 ‘개미투자자’들이 화가 난 것은 ‘코스피 5000 시대’를 약속하며 부동산에 몰려 있는 자금을 증시로 유도하고, 국민들이 배당을 통해서 생활자금을 마련하게 해주겠다는 대통령의 약속과 집권 후 정부와 여당이 보여주는 불일치 혹은 갈팡질팡 때문이다.주식양도세를 부과하는...

    2025.08.25 21:37

  • [양승훈의 인터페이싱]협상 카드가 된 조선업, 기회를 살리려면
    협상 카드가 된 조선업, 기회를 살리려면

    지난 10년간 조선업에 대해선 어려움과 문제점을 주로 말해온 것 같다. 내게 오는 질문도 보통 그랬다. 그런데 최근에는 강점과 기회에 대해서 질문을 받는다. 솔직히 어리둥절하다.외환위기로 나라가 뒤숭숭하던 시절에도 사람을 많이 뽑고 달러를 벌어오던 조선업은 10년 가까이 나라의 근심거리였다. 2015년 대우조선은 막대한 해양플랜트 건조 부실로, 자본잠식이 올 지경의 적자를 내서 공적자금을 20년 만에 투입해야 했다. 한두 해 지나 해양플랜트 공사가 완료되고 수주 절벽이 현실화하자, 20만명에 달하던 업계 노동자의 숫자는 8만명까지 곤두박질쳤고, 최근에야 겨우 11만명을 회복했다. 일손의 대다수를 담당하던 하청노동자들은 업체의 폐업이나 해고로 인해 일터를 잃거나, 스스로 떠나곤 했다. 조선업 메카 울산 동구와 거제시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고용위기지역(고용노동부),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산업통상자원부)으로 지정됐다.2022년 1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가 불발됐고, 엎친 ...

    2025.08.04 20:56

  • [양승훈의 인터페이싱]상대평가 승리자의 불만, 불안한 외부자의 사회
    상대평가 승리자의 불만, 불안한 외부자의 사회

    한국인들은 평생 상대평가를 경험한다. 대입 수능의 경우 원점수를 백분위로 바꾸고 상대평가를 반영해 표준점수와 등급표를 만든다. 내신 성적 역시 4%, 11%, 23%… 등으로 끊어 1~9등급을 매긴다. 대학의 성적 평가 역시 상대평가 비중을 높여왔다. 대학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국내외 평가기관이 매긴 대학 순위는 대학가에 등수 플래카드를 붙이는 풍경을 만든다.‘내부자들’만의 서울 아파트 게임그런데 석차와 등급의 중앙값을 넘어가면 관심 밖이 된다. 8년 전 ‘6~25등 이야기’란 칼럼을 통해 다뤘지만, 한국 사회의 주류 담론은 60%를 점하는 4등급이 넘는 내신이나 수능 성적을 가진 학생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들이 중등교육에서 졸업 후에도 필요한 학습 역량을 온전히 갖추는 일보다는 상위권의 공정한 입시 경쟁에 온 나라가 집중한다. 서울 대치동, 광주 봉선동, 대구 수성구 학원가의 상위권 대학 입시 컨설팅은 관심의 대상이지만, 동네 보습학원이 어떻게 초중등 ...

    2025.06.30 21:10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