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이 세상에서 미움을 몹시 받은 지가 오래입니다. 단정히 앉아 깊이 생각할 때는 양심이 살짝 드러나다가도 사람과 마주하고 세상사와 접할 때면 번번이 아첨하며 받아들여지기를 구하곤 합니다. 농부를 만나면 농사일만 말하고, 상인을 만나면 장사 일만 말하는데, 대부분 자신을 버려두고 다른 일만 좇고 있으니 진실로 평생의 고질입니다.(<방산에게 답하다>)18년간의 유배생활 속에서도 늘 학문에 정진했던 다산 정약용의 고백이다. 그가 말하는 학문은 좋은 삶을 빚고 세상을 다스리는 데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핵으로 한다. 오늘날의 인문사회 학술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학문이 세상으로부터 증오된 지가 오래라고 하니, 새삼 언제는 세상으로부터 각광받은 적이 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게다가 다산은 학문이 세상으로부터 심히 미움받는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고 있다. 자신이 닦고 익힌 학문을 제쳐두고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그들의 관심사만 얘기하는 등 기꺼이...
2026.02.24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