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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월회의 아로새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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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월회의 아로새김]인간의 길, 기계의 길
    인간의 길, 기계의 길

    공자의 어록인 <논어>는 중국 문명을 빚어낸 문명의 텍스트다. 저 옛날에만 그러했음이 아니다. 사회주의 중국이 1990년대 중반부터 공자를 위시한 유교의 가치를 적극 활용해왔으니, <논어>는 오늘날의 중국을 만들어가고 있기도 하다. 줄잡아 2500년 넘는 세월 동안 문명을 빚어오고 있는 셈이다.종교의 경전을 제외하면 한 권의 책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해온 예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도 얼마 되지 않는다. 도대체 1만여자밖에 안 되는 <논어>에 어떤 힘들이 담겨 있기에 이러한 역할을 줄곧 수행해올 수 있었을까?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인간의 마음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다. 주지하듯이 공자가 내세운 최고 덕목은 인(仁), 그러니까 어짊이다. 많을 때는 3000명이나 됐다는 제자 중 공자가 단연 톱으로 꼽은 이는 안회였다. 다만 공자는 그러한 안회더러 어진 상태를 3개월 정도 유지할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어짊에 대하여 사뭇 엄격하고...

    2026.05.05 20:03

  • [김월회의 아로새김]시간의 늪과 고전
    시간의 늪과 고전

    주변에 100년 된 그릇이 있다고 해보자. 그 그릇을 어떻게 대하겠는가? 십중팔구 소중히 다룰 것이다. 그러면 500년이 된 그릇은 어떻게 할까? 또 1000년이 넘은 그릇은? 잘 모르긴 해도 할 수만 있다면 방탄유리 속에 진공포장이라도 해서 보관하려 들 것이다.공자가 강물을 보면서 저렇게 흘러가는 것이 시간이구나 하며 탄식했듯이, 시간은 어김없이 흐른다. 생명은 그 흐름 속에서 시간의 늪에 함몰되어 사라져간다. 기간의 차이가 있을 뿐 예외란 없다. 천년 넘게 살아온 나무가 드물게 존재하지만 그 나무도 결국은 시간의 늪에 빠져 언젠가는 소멸되고 만다.무생명의 사물도 그러하다. 그래서 시간의 늪을 건너 살아남은 것에 대해 우리는 기꺼이 경탄하며 몹시 아끼고 또 아낀다. 그러면 책은 어떠한가? 특히 고전처럼 때로는 100년을, 또 500년을, 어떨 때는 1000년이나 2000년을 훌쩍 넘기며, 시간의 늪을 건너 살아남은 책들을 우리는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데면데면 대...

    2026.04.21 20:04

  • [김월회의 아로새김]술 반 잔을 버려야 하는 이유
    술 반 잔을 버려야 하는 이유

    TV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상충되는 장면을 종종 접하곤 한다. 흡연하는 장면과 음주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흡연 장면은 철저하게 모자이크 처리된다. 흡연 장면을 통해 흡연에 대한 호기심이나 친근감 등이 유발되지 않도록 방지하자는 취지다.반면에 음주 장면은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방영된다. 아니 무척 과장되게 묘사된다. 등장인물에게 어려운 문제나 힘든 일 따위가 생기면 곧잘 음주 장면이 등장한다. 테이블 위에는 어김없이 술병이 몇 병씩 놓여 있다. 혼술을 하는 장면에서도 소주 두세 병이 기본인 양 놓여 있다. 값이 꽤 나가는 양주를 맥주잔에 부어 벌컥벌컥 마시는 장면도 드물지 않다. 술은 마신다면 모름지기 1인당 두세 병은 마셔야 한다는, 경우에 따라서는 컵으로 들이켜도 된다는 인상을 심어주고자 작정이라도 한 듯하다.그야말로 폭음을 조장하는 장면들이다. 글로벌하게 술에 관대하고 술 권하는 사회다운 자화상이다. 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6.04.07 19:56

  • [김월회의 아로새김]재미와 목숨 사이
    재미와 목숨 사이

    이솝 우화에는 개구리에게 장난삼아 돌팔매질하는 아이들 이야기가 나온다. 날아드는 돌을 피해 이리저리로 펄쩍 뛰는 개구리들을 보며 아이들은 더없이 즐거워한다. 돌팔매질은 아이들에게는 그저 재미 삼아 하는 놀이였다. 하지만 개구리에게 그것은 절체절명의 사투였다. 누군가에게는 장난거리에 불과한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목숨이 걸린 일이었음이다.중국의 춘추시대에는 이런 군주도 있었다. 진나라의 영공 이야기다. 그는 몹시 형편없는 못난 군주였다. 그의 악행은 다양했는데 그중 압권은 단연 ‘사람 사냥놀이’였다. 그는 종종 궁궐의 높은 누각에서 담장 바깥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향해 활을 쏘고는 화살을 피해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다. 사람들에게는 목숨이 달린 일이 그에게는 단지 놀이였다. 사람의 생명을 군주인 자신의 재미를 위해 기꺼이 없앨 수 있다고 생각했음이다.당연히 아무리 인간이라 해도 개구리의 생명을 가지고 놀 권리는 없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군주라 해도 사람의 ...

    2026.03.24 19:50

  • [김월회의 아로새김]창의력도 계산의 결과?
    창의력도 계산의 결과?

    딱 10년 전 이맘때 세계의 이목이 사람 한 명과 기계 한 대에 쏠렸다. 당시 프로바둑 세계 1위 이세돌 기사와 인공지능(AI) 알파고가 그 주인공이다.둘 간의 대국은 알파고의 완승으로 끝났다. 사람들은 다섯 번의 대국 중 사람이 한 판밖에 이기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그 한 판의 승리 덕분에 10년이 된 지금까지도 이세돌 9단은 AI를 이긴 유일한 인류로 꼽히며 기념되었음을 말이다.이 세계사적 대결이 이뤄질 당시 프로바둑 기사들은 알파고의 수를 두고 “바둑 격언에 어긋난다”느니, “사람이면 저런 수를 두지 않는다” “바둑 역사에 없던 수다” 하며 격하하기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다 알파고가 4 대 1로 완승을 거두고, 그 이듬해 진화된 알파고가 당시 세계 1위였던 커제 9단을 5 대 0으로 완파하고 바둑계에서의 은퇴를 선언하자, 프로바둑 기사들은 AI의 수에 대해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주저함 없이 내렸다.창의력은 인간에게만 있는, ...

    2026.03.10 19:59

  • [김월회의 아로새김]세상으로부터 버려진 학문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학문

    학문이 세상에서 미움을 몹시 받은 지가 오래입니다. 단정히 앉아 깊이 생각할 때는 양심이 살짝 드러나다가도 사람과 마주하고 세상사와 접할 때면 번번이 아첨하며 받아들여지기를 구하곤 합니다. 농부를 만나면 농사일만 말하고, 상인을 만나면 장사 일만 말하는데, 대부분 자신을 버려두고 다른 일만 좇고 있으니 진실로 평생의 고질입니다.(<방산에게 답하다>)18년간의 유배생활 속에서도 늘 학문에 정진했던 다산 정약용의 고백이다. 그가 말하는 학문은 좋은 삶을 빚고 세상을 다스리는 데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핵으로 한다. 오늘날의 인문사회 학술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학문이 세상으로부터 증오된 지가 오래라고 하니, 새삼 언제는 세상으로부터 각광받은 적이 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게다가 다산은 학문이 세상으로부터 심히 미움받는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고 있다. 자신이 닦고 익힌 학문을 제쳐두고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그들의 관심사만 얘기하는 등 기꺼이...

    2026.02.24 20:03

  • [김월회의 아로새김]“현자는 후한 녹봉에서 나온다”
    “현자는 후한 녹봉에서 나온다”

    송대 초엽의 큰 학자 범중엄이 한 말이다. 범중엄은 보수적 가치를 기반으로 제도개혁을 추진했는데, 후한 녹봉을 주는 대신 관리에 대한 감독과 평가를 엄정하게 실시하자고 주장했다.전근대 시기 관리는 전문 역량과 도덕 역량을 겸비할 것을 요구받았다. 그 수준은 백성의 스승이 될 정도였다. 그러니까 백성을 잘 가르칠 정도의 전문 역량과 백성의 모범이 될 정도의 도덕 역량을 갖춰야 했다는 얘기다. 범중엄은 관리가 이런 역량을 제대로 갖췄는지는 엄정하게 평가해야 하지만, 이를 평가 대상으로 삼는다면 그러한 역량을 기준 이상으로 갖출 수 있는 환경을 먼저 갖춰주는 것이 합당한 처사라고 요구한 것이다.범중엄의 이러한 요구를 오늘날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어떻게 바꿔 말할 수 있을까? 이런 말이 있다. 한나라 때 조일이란 문인이 한 말이다. “서적이 뱃속에 가득하여도 돈 한 주머니만도 못하다.”(<질사부(疾邪賦)>) 흥미롭게도 1800년 전쯤 중국에서 한 이 말이 오늘날 ...

    2026.02.03 19:56

  • [김월회의 아로새김]이럴 줄 알았다면 태어나지 말 것을
    이럴 줄 알았다면 태어나지 말 것을

    <맹자>에 나오는 일화다. 농지세와 시장세, 관세를 과도하게 부과한다는 지적이 있자 조세를 담당하던 대영지란 관리가 말했다. “농지세는 그냥 거두고, 관세와 시장세는 올해에는 폐지가 불가능하니 금년에는 경감해주고 내년에나 폐지하겠습니다.”이를 듣고 맹자가 말했다. “지금 매일 이웃의 닭을 훔치는 자가 있다. 누군가가 그에게 이는 군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자 그는 ‘조금 줄여 한 달에 한 마리씩만 훔치다가 내년이 되면 그만두겠다’고 답했다. 그것이 옳지 않음을 알았다면 얼른 그만둬야지, 어찌 내년까지 기다린단 말인가?”과연 공자의 적통을 이었다고 자부한 맹자다운 이야기다. 공자가, 군자는 잘못하면 고치기를 꺼려 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군자는 대영지 같은 관리를 가리킨다. 지금의 정치인과 공무원에 해당한다. 이들은 국가를 통치하고 세상을 경영하는 위정자다. 맹자는 “옛날의 군자는 잘못하면 바로 고쳤는데 오늘날의 군자는 잘못하면 ...

    2026.01.20 19:59

  • [김월회의 아로새김]나무가 새를 선택하려면
    나무가 새를 선택하려면

    중국 춘추시대의 역사를 전하는 고전 <춘추좌전>에는 이런 일화가 실려 있다. 서기전 484년에 있었던 일이다. 위나라의 대부 공문자는 자신에게 잘못한 태숙질을 치고자 했다. 하여 자기 문하에 와 있던 공자에게 자문을 구했다.평소 의롭지 못한 공격을 반대했던 공자는 “예법은 익혔지만 군사에 대해서는 모릅니다”라고 답한 후 물러나왔다. 그러고는 공문자에게서 떠날 채비를 갖추면서 말했다. “새가 나무를 고르지 나무가 어찌 새를 고르랴?” 여기서 새는 섬기는 이, 나무는 섬김을 받는 이를 가리킨다.나무와 새를 각각 신하와 군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그러니까 공자는 신하가 군주를 고를 수는 있어도 군주가 신하를 고를 수는 없다고 말한 셈이다. 당시는 역량 있는 신하일수록 괜찮은 군주를 가려 섬기던 때였다. 그러니 공자처럼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그런데 나무가 새를 선택하고자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새는 자유롭게 이동한다. 이 나무 저 나무를 옮...

    2026.01.06 20:07

  • [김월회의 아로새김]모르면 그 자리에 없는 듯 있어라
    모르면 그 자리에 없는 듯 있어라

    공자와 제자 자로 간의 대화는 무척이나 직설적이었다. 위나라 군주가 국사를 공자에게 맡기고자 한다는 소식을 스승께 전하려 온 자로는 공자를 뵙자마자 위나라 정사를 담당하게 되면 무엇을 가장 먼저 하시겠냐고 여쭈었다. 그러자 공자는 명분, 그러니까 이름값을 바로잡겠다고 답했다. 이에 자로는 겨우 그거냐면서 세상 물정에 정말로 어둡다며 스승을 들이받았다. 공자도 지지 않았다. “들판 같은 인간이로다” 하면서, 왜 이름값을 바로잡는 것이 모든 정치의 첫걸음인지를 설명했다. 그러고는 결론 조로 군자는 자기가 잘 모르는 바에 대해서는 그 자리에 없는 듯이 있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여기서 군자는 관리, 지금으로 치면 정치인을 비롯한 공무원 등 위정자를 가리킨다. 그러니까 위정자는 자기가 잘 모르는 바에 대해서는 함구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위정자가 잘 모르는 바에 대해 말을 함으로써 국정을 어지럽히고 나라를 힘들게 한 일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대하여 잘 모름에도 그...

    2025.12.2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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