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가 의아한 날이 많아졌다. 다른 인간으로부터 내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확인받느라. 수정하고, 수정한 나로 얼마간 살아가다, 그 모든 시간을 깨고 결국 다시 원래 얼굴을 되찾아오느라.내가 아는 장면이 지나간다. 성취라고 부르기엔 작지만 나만 기억하는 결정들. 어디도 남지 않았지만 결정적이었던 골목과 질문들. 그런 건 쉽게 흘리고 세계로 돌아간다. 좋은 것만 빨리 잊어버리는 사람처럼. 어느새 혼날 준비를 마친 사람처럼.합격과 탈락이 분명한 세계에서 우리는 여러 차례 다시 시작된다. 너무 많이 다시 해서 어디부터 시작이라 부를지, 시작이 의미를 잃진 않았는지 의구해본다. 보이지 않고 잡히는 게 없어서, 쌓은 시간이 무색해져서 우리가 언제나 시작 중이라는 사실을 잊는다. 벼랑에서 언덕을 넘는 순간만큼이나 벼랑에서 또 다른 벼랑으로 향하는 순간도 시작이다.잘 살고 싶은 마음이 잘 사는 일로 항상 이어지지는 않는다. 깨끗한 출발과 그렇지 않은 출발 또한 같은...
2025.12.11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