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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의 민주주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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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훈의 민주주의 시간]낡은 정당 체계는 가라
    낡은 정당 체계는 가라

    지난 6·3 지방선거 결과는 흥미로웠다. 모든 정당이 패했다. 여당이 야당에 패배한 것도 아니고 야당이 여당에 승리한 것도 아니다. 정당들은 자신의 내부에서 패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청래 당대표와 싸우느라 패했고, 정청래는 전북을 지키느라 나머지 지역에서 패했다.장동혁은 오세훈과 한동훈에게 패했고, 조국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민주당 때문에 패했다. 주요 정당이 모두 패했지만, 나머지가 기회를 얻은 것도 아니다. 작은 정당들은 더 군소화되었고 최소한의 신뢰마저 상실했다. 다른 때처럼 선거 후의 ‘지못미 현상’이 이번에는 없었다. 당선자는 있어도 승자는 없는, 희귀한 선거였다.한국의 정당 체계는 두 차원을 갖는다. 하나는 의석을 독과점하고 있는 여의도 정당 체계다. 이를 제1의 정당 체계라 부를 수 있다. 이곳에서 정당들은 흔히 말해 ‘극단적으로’ 혐오하며 적대 중이다. 주요 정치인들은 ‘극렬한’ 지지자를 갖고 있다. 그들은 순식간에 후원금을 채우고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2026.07.21 20:07

  • [박상훈의 민주주의 시간]정책 없는 정부
    정책 없는 정부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은 모순덩어리다. 계통이나 체계 같은 것이 없다. 대통령의 생각을 이론적으로 정당화하는 경제학자도 지식인도 없다. 당연히 정책 논쟁이 있을 수 없다. 논쟁이 없으니 정부 정책의 목표나 프로그램, 전략과 체계가 무엇인지 파악이 안 된다. 이 대통령 개인을 위한, 개인에 의한, 개인의 정부인가.이 대통령은 자신의 옳음을 과시하는 데 필요하다면, 반일에서 친일로 자유롭게 오간다. 민족과 역사의식을 강조하다가 곧바로 투자와 돈 버는 이야기로 옮겨간다. 통합을 말하다 다시 적대와 갈등을 자극한다. 진보적인 것 같다가도 돌아서면 저만치 보수 쪽에 가 있다. 이 대통령은 이를 “실용”이라 강변하는데, 원칙 없는 ‘즉응’이다. ‘프래그머티즘’이라 불리는 진보적 실용주의와도 다르고, ‘현실적 최선’을 뜻하는 아리스토텔레스적 실천론과도 다르다. 실용보다는 ‘자기 위주의 실리주의’라고 해야 맞다.정책의 부재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부동산이다. 부동산 문제는 ‘인위적 중산...

    2026.06.23 20:07

  • [박상훈의 민주주의 시간]‘제3시민’이란 무엇인가
    ‘제3시민’이란 무엇인가

    이 나라에서 ‘대표’한다는 것은 누구에게 허락된 특권인가. 거대 양당이다. 양당을 지지하는 제1·제2 시민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들이 진영을 나눠 사활적 투쟁을 벌이는 동안, 어느 쪽에도 속할 수 없는 제3의 시민이 있다. 그들은 누구인가.지방민이다. 대한민국의 정치적 상상력은 서울에서 시작해 서울로 끝난다. 돈도 일자리도 문화도 청년도 수도권에 몰린다. ‘지방자치’라는 말이 있다. 지방이 자율적으로 삶을 설계하고 실현한다는 뜻이 아니다. 지방은 그럴 힘이 없다. 지방민은 투표권을 가졌으나 자신들의 대표를 만들지 못한다.‘지방선거’는 이상한 말이다. 실제로는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공천은 중앙 권력이 주도한다. 중앙에서 파견된 이들이 지방을 지배한다. 그 때문에 중앙이 ‘시스템 공천’이라 부르는 것을 지방에서는 ‘기획 공천’이나 ‘깜깜이 개표’라며 조롱한다. 주권은 지방에 없다. 이번 선거가 끝나면 곧 당대표 싸움이다. 공천의 수혜자들은 중앙의 권력 경쟁에 동...

    2026.05.26 20:07

  • [박상훈의 민주주의 시간]더러운 정치 vs 고결한 반정치
    더러운 정치 vs 고결한 반정치

    김부겸을 두고 논쟁을 했다. 출마 선언을 한 뒤 권력자처럼 웃고 있는 정청래와 손잡고 찍은 사진을 예로 들며, 한국 정치의 ‘절망’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 말마따나 득의양양한 정청래 옆에서 김부겸은 기뻤을까.필자는 동의할 수 없었다. 김부겸에겐 ‘수모’와 ‘책임감’의 감정이 더 크지 않았을까. 그 수모를 잊지 않고 정치를 바꿔보겠다는 책임 있는 결심, 그것이 고결함과는 거리가 먼 사진 속 김부겸의 손에 쥐여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정치에서 ‘더러운 손(dirty hands)’은 늘 뜨거운 주제다.도덕적으로 선한 인간이 정치의 길에 나선다고 해보자. 그의 선함은 자기과시가 아닌 진정한 것이라 가정하자. 그렇다면 그는 도덕적으로 잘못된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도덕적으로 나쁜 선택이 정치적으로는 꼭 필요한 수단일 때, 그는 그 선택을 하고 내적으로 괴로워해야 맞다. 그것이 정치적으로 선한 선택이다.정치가가 그 불편한 선택을 회피...

    2026.04.26 20:04

  • [박상훈의 민주주의 시간]신종 정치 지배계급
    신종 정치 지배계급

    9월10일 ‘세계자살예방의날’이 되면 국회에서는 ‘자살예방유공자표창’ 행사를 한다. 아이러니다. 자살률이 줄었다면 모를까 현실은 그 반대이니 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은 한국이 가장 높다. 20년째 1위다. 우리를 뺀 국가들의 자살률은 꾸준히 줄었다. 최근 20년 평균을 계산하면 10만명당 10명 정도다. 우리는 반대다.이달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5’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자살률은 10만명당 29.1명까지 늘었다. 2위 국가인 슬로베니아의 17.5명에 비해서도 압도적이다. 국회의 행사는 자살 예방을 위한 게 아니라 ‘자살예방의날’을 위한 것이라 해야 맞다. 본말의 전도다.얼마 전 ‘세계여성의날’에도 같은 문제를 느꼈다. 이날 많은 의원이 영상을 올렸다. 모두가 “성평등 민주주의의 실현”을 약속했다. 공허하게 들렸다. 때가 되면 ‘하게 되어 있는 말’을 담아 영상을 올리는 것으로 “한 건 했다”고 여기...

    2026.03.29 20:03

  • [박상훈의 민주주의 시간]한국의 부르주아 민주주의
    한국의 부르주아 민주주의

    2세기 전 민주주의는 ‘신분질서 폐지’를 뜻했다. 1835년 출간된 토크빌의 <미국에서의 민주주의>는 이를 잘 보여준다. 미국엔 이미 세습 군주와 귀족이 없었다. 프랑스 귀족 출신 토크빌이 보기에 신분 불평등의 종식은 피할 수 없는 ‘섭리’ 같았다.1세기 전 민주주의는 ‘재산에 따른 권리 부여 제도의 철폐’를 의미했다. 한 지역이 걷은 세금의 크기로 의원 수를 결정했고, 재산 없는 이는 투표할 수 없는 시기가 있었다. 영국에서 재산에 따른 선거권 제한이 철폐된 것은 1918년이었다. 1원 1표에서 1인 1표로 바꾸는 것, 그것이 당시의 원칙이었다.민주주의의 역사를 달리 설명할 수도 있다. 첫째는 배링턴 무어의 <독재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원>에 따라 “부르주아 없이 민주주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봉건제 신분질서의 붕괴를 주도한 사회계급이 부르주아였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의 세계관에 따라 실현된 것이 민주주의이고, 그런 기준에서 보면 1...

    2026.03.01 20:02

  • [박상훈의 민주주의 시간]김병기와 루바쇼프
    김병기와 루바쇼프

    아서 쾨슬러의 <한낮의 어둠>은 당과 개인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든 정치 소설이다. 주인공 루바쇼프는 김병기처럼 정보기관 출신이다. 권력서열 2위까지 올라간 그가 어느 날 반역 혐의로 심문을 받는다.심문의 목적은 진실을 밝히는 데 있지 않다. 잘못을 인정하고 처벌을 받아들여 당과 혁명의 대의를 지키라는 것, 심문관은 일관되게 그것을 요구한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지원도 김병기에게 같은 것을 말했다. “선당후사의 살신성인의 길”을 택하라. 안 그러면 “당이 힘들어진다”.루바쇼프의 심문관은 말한다. 당 앞에 개인은 없다. 개인은 ‘허영’이고 ‘제로’일 뿐, 실존하는 것은 전체로서의 당이다. 당은 개인의 희생 위에서만 전진할 수 있다. 한결같이 옳은 것은 당이지 개인이 아니다. 개인은 사사로운 이해관계에 종속된 존재, “경제적 숙명성이라는 계시 아래 서 있(는)” 가여운 존재다. 경제법칙에 따를 수밖에 없는 개인은 무기력하다.당만이 역사법칙의 수레바퀴를 바꿀 ...

    2026.01.25 20:08

  • [박상훈의 민주주의 시간]정치적인 것과 민주적인 것의 분열
    정치적인 것과 민주적인 것의 분열

    정치가 왜 이렇게까지 된 걸까. 정치해서는 안 될 성품과 도덕성을 가진 이들이 국회를 이끌고 정당을 대표한다. 그들이 어떻게 저 자리까지 올라갔는지가 경이로울 뿐, 정치가답게 정치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그런데 이는 사태의 일면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지금 정치를 이끄는 이들은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지지자를 가진 사람들이다. 쿠데타로 그 자리에 간 것이 아니고 내란으로 권력을 잡은 것도 아니다. 그들은 모두 ‘당심’이든 ‘민심’이든 지지 여론을 불러일으켜 선출되었다. 정치가로서 그에 합당한 자질과 품성, 실력을 갖췄는지와는 상관없이 그들이 민주적으로 성공했다는 사실만큼은 틀림없다.큰 지지 얻었다고 좋은 정치가 아냐민주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의 부정교합, 지금 우리 정치의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민주적 정당성의 요건으로서 누구보다 큰 지지를 받는 이들이 적대와 혐오를 키우는 정치를 한다. 민심·당심·국민주권·당원주권을 강조하는 이들의 정치가 더 분열적이...

    2025.12.28 19:58

  • [박상훈의 민주주의 시간]민주당이 만들려는 세상
    민주당이 만들려는 세상

    정청래 대표의 말만 들으면, 민주주의는 목소리 큰 당원들이 원하는 대로 하는 서바이벌 게임 같다. 여론조사든 당원 총투표든 오로지 이겨야 살아남는다. 쪽수 많은 쪽이 권력을 갖는 게 ‘당원 주권 민주주의’ 아닌가. 이런 관점의 민주주의도 민주주의인 것은 맞지만, 대신 삭막하고 편협하다. 서로 다른 구성원들이 함께 이끌 정당 공동체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두고 도덕적 질문이 제기될 여지가 없다. 그런 민주주의관에서는 생각이 다른 당원·대의원·의원을 윽박지르고 싶은 열정, 그것밖에는 느껴지는 게 없다.정청래 지도부, 공존보다 ‘배제’정청래 지도부의 정치 언어에는 평화롭게 공존하고 평등하게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이 닫혀 있다. 배제하고 파괴하려는 열망이 그들의 말을 압도한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첫째도 처벌, 둘째도 처벌, 셋째도 처벌이다. 반항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만 한다. 그럴 거면 정치도 없애고 의회민주주의도 폐지하고 민주당을 공안위원회로 만들어 3권을 통합한 뒤...

    2025.11.30 20:09

  • [박상훈의 민주주의 시간]국회의 문제
    국회의 문제

    국회의 역할에 회의감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대개는 의원의 인성을 탓하는 개탄조 얘기다. 그렇게라도 여론을 형성해 제재하는 것이 필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인성론에 한정된 비난은 잠깐이다. 사과하고 비켜 있으면 그만이다. 부여된 권한의 크기에 맞게 책임을 지울 수가 없다.의심 대상·폭정 주체가 된 의원들국회의원은 헌법으로 보장된 정치제도이자 국가기관이다. 개인이 제도이자 기관인 경우는 최고 행정관인 대통령과 입법자인 의원뿐이다. 헌법 제41조는 의원의 권력이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되었기에 발생한다고 적시한다. 인민주권의 원리가 우선 적용되는 공직자는 의원이지 대통령이 아니다. 헌법 제46조에 따르면 의원은 독립 기관이다. “청렴의 의무”가 있고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해야 한다.국회의원은 제1의 권력 부서인 입법부의 공동 운영자다. 총리가 있고 장차관과 그 이하 위계적 구조로 작동하는 행정부와 다르게, 국회는 동등한...

    2025.11.0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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