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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 우리말
  • 전체 기사 47
  • 송년, ‘아보하’

    한 해의 끝자락에 섰다. 말 그대로 내일모레면 2025년이 끝난다.연말이 되면 올해의 10대 뉴스 등 그해를 돌아보며 정리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말글과 씨름하는 사람으로선 올해의 유행어나 신조어에도 관심이 간다. 나름 ‘올해의 10대 단어’를 꼽아볼까 싶었지만 바로 마음을 접었다.수없이 생겨나는 유행어, 신조어 중에는 한철 반짝하고 사라지는 게 많지만 시간이 제법 흘러도 여전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말도 많다. 그렇다 보니 지금의 유행어들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져 퍼지게 됐는지, 실제로 얼마큼 쓰이고 있는지 하나하나 추적하기란 만만찮다. 이 지면에 등장한 ‘칠 가이’ ‘찢다’ 등도 그렇다.10대 단어 선정은 포기했지만 올해 유행어, 신조어들은 어떤 게 있었는지 찾아봤다. 그 뜻과 어원 등을 훑어보노라니 “이런 말이 있었지”와 “이런 말이 있었다고?” 반응이 계속 교차한다. 어떤 말은 기발하고 재치가 있다. 반면 어떤 말은 맞춤법만 그저 파괴하거나 어감이 그...

    2025.12.28 20:00

  • 겨울바람

    찌뿌둥한 하늘에 비가 오락가락했지만 날은 푹하기에 얇은 패딩을 걸치고 외출을 했다. 볼일을 마치고 나오니 해 질 녘,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득한 날씨에 종종걸음을 치며 집에 돌아오니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황소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푹하다’는 ‘겨울 날씨가 퍽 따뜻하다’는 뜻이다. 이와 반대되는 말이 ‘득하다’이다. ‘얻다’의 의미로 많이 쓰는 득(得)하다와 모양이 같아 어색할 수도 있으나, ‘득하다’는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다’라는 어엿한 뜻을 가진 우리말이다. 한나절 사이에 푹한 날이 득하게 된 것은 기온이 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차가운 바람의 영향이 컸을 듯하다.겨울바람을 흔히 ‘북풍’이라고 한다. 북쪽의 시베리아 대륙에서 불어오는 차고 건조한 바람인데 이 계절 체감온도를 확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북풍은 ‘뒤바람’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남향집을 기준으로 뒤쪽, 즉 북쪽에서 부는 바람이란 것이다. 같은 말로 ‘뒤울이’도 있다.북풍을 이르는 ...

    2025.12.21 20:06

  • 별똥비

    지난 주말 화려한 ‘우주쇼’가 있었다. 쌍둥이자리에서 유성우가 쏟아진 것이다. 13일 밤부터 어두운 곳이면 어디서든 맨눈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어떤 소원을 빌까, 순식간에 지나갈 그때를 상상하며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날, 종일 궂었던 날씨는 끝내 개지 않았다. 새벽까지 틈틈이 창밖을 내다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유성, 이제는 순우리말 ‘별똥별’이 더 익숙하다. ‘별똥별’ 또는 ‘별똥’이 비처럼 쏟아지는 것은 ‘별똥비’라고 한다. ‘별똥비’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오르진 않았지만 학계에서도 쓴다. 유성이 지구에 떨어진 것을 운석이라 하는데, 순우리말로는 ‘별똥돌’이다. 북한에서는 ‘별찌돌’이라고 하는 것 같다. 별똥돌, 별찌돌 뭔가 동글동글 예쁘고 귀여운 느낌이다.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긴 꼬리를 달고 태양 주위를 도는 혜성은 ‘꼬리별’ ‘꽁지별’로 부르고, ‘살별’이라고도 한다. ‘살’은 화살, 햇살처럼 멀리 뻗치며 날아가는 것을 뜻한다. 은하수의 수많...

    2025.12.14 19:57

  • 발밤발밤

    갑작스럽게 닥쳐온 한파에 부랴부랴 두툼한 겨울옷을 꺼냈다. 가을옷은커녕 여름옷도 아직 다 넣지 못했는데 부피가 큰 옷이 뒤섞이니 옷장 안이 ‘콩켸팥켸’ 난리가 났다. 주말 동안 한바탕 정리를 해야 했다.지난 4일에는 저녁때 많은 눈이 내렸다. 퇴근길 버스를 타려고 ‘진둥한둥’ 발걸음을 옮기다 눈이 다져져 빙판이 된 길에서 미끄덩하며 넘어질 뻔했다.며칠 전, 인터넷에서 뭔가를 검색하는데 ‘발밤발밤’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작은 동물이 아장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이 말은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걷는 모양’이란다. 모양도 발음도 어감도 귀여운 이 단어에 빠진 나머지, 이렇게 잘 모르는 말이 얼마나 있는지 찾아봤다. 정작 검색하던 ‘뭔가’가 뭐였는지는 까먹었지만 재밌는 우리말들을 만났다.‘콩켸팥켸’도 그중 하나다. ‘사물이 뒤섞여 뒤죽박죽된 것’을 이르는데 ‘콩켜팥켜’에서 왔다고 한다. 시루에 떡을 찔 때 콩의 켜와 팥의 켜가 구분되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2025.12.07 20:25

  • 접수는 ‘받는다’

    종종 행정기관에서 민원서류를 접수할 일이 생긴다. 병원에 가면 진료를 접수하고, 가전제품이 고장 나면 수리를 접수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일상은 수많은 ‘접수’를 하며 굴러간다. 하지만 이 중 내가 실제로 ‘접수’한 건 하나도 없다.접수는 ‘신청이나 신고 따위를 구두(口頭)나 문서로 받는다’ ‘돈이나 물건 따위를 받는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여기에 있는 ‘수’는 ‘받을 수(受)’여서 민원은 행정기관이, 진료는 병원이, 수리는 가전제품 회사가 내가 요청한 내용을 접수한 것이다.부수 하나 붙었을 뿐인데 의미는 정반대가 되는 ‘줄 수(授)’란 한자도 있다. 하필 음이 똑같다 보니 어쩌면 접수의 ‘수’에 이 ‘줄 수’를 추가해 받는 것과 주는 것을 다 아우를 수 있지 않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단어에 있는 ‘접’도 잘 살펴봐야 한다. ‘접(接)’은 ‘잇다, 접하다’란 뜻으로 ‘접속’이나 ‘접촉’ 등에 쓰이는 글자다. 내가 서류를 내거나 어떤 사항을 요청하면 그것...

    2025.11.30 20:11

  • 이빨이 세다, 치가 떨리다

    지난 주말 ‘이’를 점검하러 치과에 갔다. 다행히 별문제가 없어 스케일링, 치석 제거만 받고 끝냈다. 정기적인 과정이지만 윙~ 날카로운 기계음에는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니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이’는 ‘치아’ 또는 ‘이빨’이라고도 한다. 국어사전에서는 ‘치아’를 ‘이를 점잖게 이르는 말’이라고, ‘이빨’은 ‘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이에 ‘이빨’은 짐승에게만 써야 한다고도 한다. 반면에 ‘이빨’은 ‘이+사이시옷+발’에서 온 단어이며 ‘발’은 긴 모양을 가진 것을 뜻해, 이빨은 이가 나란히 늘어서 있는 모양을 표현한 말이란 반박도 있다. 한자어 ‘치아’가 격식 있는 말은 맞지만 그렇다고 우리말 ‘이빨’이 낮춤말은 아니란 것이다. ‘이빨이 아프다’ ‘이빨을 닦다’ 등 일상에서 많이 쓰고 있기도 하다.비유적 표현에도 자주 등장한다. ‘앓던 이가 빠지다’는 평소에 몹시 근심하거나 걱정하던 일이 해결되어 속이 시원함을 나타낸다. 힘이...

    2025.11.23 21:41

  • 어려운 헬스 용어, 한글로 순화를

    “오늘은 레그 익스텐션을 할 거예요.” “네…” “어떤 건지 까먹으셨나요?”지난여름, 미루고 미루던 운동을 드디어 시작했다. 제대로 해보자며 PT, 일대일 맞춤운동에 등록했다. 4개월가량이 지났건만 지금도 수업 때마다 난감한 상황이 있다. 운동 용어와 좀처럼 친해지지 못한 것이다.‘레그니까 다리를 쓰는 거겠고, 익스텐션은 뭐였지?’ 고개를 갸우뚱하니 선생님이 다시 설명해주고 시범을 보여준다. 그제서야 “아, 이거!” 생각이 난다. ‘레그 익스텐션’은 기구에 앉아 무게가 실린 발목패드를 ‘다리를 펴면서’ 들어 올리는 동작으로, 앞쪽 허벅지를 단련하는 운동이다. 반대로 기구에 엎드린 채 또는 앉은 채로 ‘다리를 굽히면서’ 패드를 들어 올리거나 당겨서 뒤쪽 허벅지를 자극하는 운동은 ‘레그 컬’이라고 한다.그나마 ‘레그’나 ‘암’ ‘숄더’가 들어가면 다리나 팔, 어깨와 관련된 운동이구나 싶은데, ‘래터럴 레이즈’ 같은 건 대체 어디를 어찌하는 건지 감도 오지 않는다. ...

    2025.11.16 21:56

  • 얼굴이 꽹과리 같다

    게임을 하다 보면 좋아하는 캐릭터가 새 의상을 차려입고 등장하곤 한다.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임무에 데려갔는데 막상 새 기술이 그리 좋지 않다. ‘얼굴이 성능’이었던 것이다.‘얼굴이 무기’란 말이 있다. 멋진 외모는 무기처럼 강력하다. 반대로 험상궂은 인상도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무기가 된다. 게임에서 ‘얼굴이 무기’는 성능이 떨어져서 ‘얼굴로만 다 한다’는 의미지만 그러면 또 어떠랴. 보는 눈이 즐거우니 능력치는 낮아도 상관없다.얼굴은 ‘눈·코·입이 있는 머리의 앞면’ 또는 ‘그 전체적 윤곽이나 생김새’다. ‘평판이나 명예, 체면’이란 뜻도 있다. 사람을 마주하면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곳으로, ‘얼굴’이 들어간 표현도 많다. 바로 떠오르는 건 ‘얼굴이 두껍다’이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염치가 없다’는 뜻인데 ‘두껍다’가 붙은 게 재밌게 느껴진다. 예의가 없고 뻔뻔한 행동을 하면 다른 사람의 눈초리에 ‘따끔따끔’할 텐데 전혀 아랑곳하지 않을 만큼 두툼하단 것이겠다...

    2025.11.09 22:13

  • 좋은 말은 회자, 나쁜 말은 구설

    “그의 과거 사기 범행이 회자된다.” “그 영화는 명작이라고 회자된다.”‘회자(膾炙)’는 본래 ‘회와 구운 고기’라는 뜻이다. 회라 하면 흔히 생선회를 떠올리지만 여기서의 회는 날고기, 즉 육회를 가리킨다. 육회는 신선한 고기를 써야 하기에 귀했고, 구운 고기 또한 외식의 단골 메뉴일 만큼 많은 이들이 즐기는 음식이다. 그래서 ‘회자되다’는 사람들이 고기 음식을 즐기듯 어떤 대상에 대해 칭찬하고 좋아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명작은 회자해도 되지만, 사기 범죄가 회자되면 당혹스러운 이유이다.회자와 비슷한 표현으로 ‘입소문이 나다’가 있다. 입에서 입으로 좋은 평가가 퍼져나간다는 뜻이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방식 중 하나인 ‘바이럴 마케팅’이 바로 입소문 전략이다. 지금은 ‘입’보다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이 더 바쁘지만 ‘이거 좋다’고 이곳저곳에 알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반대로 흉이나 나쁜 소문이 도는 것을 ‘구설에 오르다’라고 한다. ‘구설...

    2025.11.02 20:17

  • 경위와 진상 규명

    누구나 일을 하다 보면 실수할 때가 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단순한 문제라면 금방 바로잡고 넘어가겠지만, 종종 업무에 큰 지장을 주는 실수나 잘못이라면 ‘경위서’라는 걸 쓰기도 한다.‘경위’는 날줄(세로실)과 씨줄(가로줄)을 이르는 말이다. 날줄과 씨줄이 얽혀 옷감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어떤 일이 진행된 과정을 뜻한다. 경위서는 사건의 발생 원인, 과정, 결과를 비롯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보고하는 문서다. ‘시말서’도 있다. ‘시말’은 처음과 끝이란 뜻이니, 시말서 역시 어떤 일이 벌어진 처음부터 끝까지 그 경위를 적는 것이다. 둘 다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주려는 것인데, 시말서는 일본식 한자어이므로 ‘경위서’로 바꿔 쓰자.실수를 곱씹는 것은 학교를 다닐 때도 했다. 틀린 문제를 오답노트로 정리하는 것이다. 수학이라면 공식을 확인하고 풀이 과정을 다시 보며 어디가 잘못됐는지 점검한다. ...

    2025.10.2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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