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옛 이름은 한쇼다. 우리말에서 ‘한’은 크다 또는 많다를 뜻한다. 한쇼는 큰 소란 의미다. 어느 날 사람들이 나를 황소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멋진 누런 황금빛 털옷을 입은 건 사실이지만 겉모습만 보고 지레짐작으로 황소라고 부르는 것 같아 살짝 아쉽다. 누런색 털옷 때문에 그렇게 여길 수도 있겠으나 황은 한자 黃과는 다른 우리말에서 비롯되었다.‘한’은 참으로 신기한 글자다. 원형 그대로 활발히 활동하기도 하지만 나처럼 ‘황’ 또는 ‘할’로 다양하게 변주하며 우리말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한숨은 길게 몰아 크게 내쉬는 숨을 말한다. 슬프거나 답답할 때 자기도 모르게 큰 숨을 쉬게 된다. 그게 한숨이다. 한바탕, 한걸음, 한밭도 크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나와 ‘성’이 같은 황새도 마찬가지다. 황새를 보고 누런 새를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황새의 옛 이름은 한새이고, 이는 큰 새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새 중 하나가 황새 아닌가. 예나 지금이나 나와 성...
2025.04.20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