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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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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복과 누적]차트 밖으로 행군하라
    차트 밖으로 행군하라

    현대 대중음악을 듣다 보면 곡이 비슷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연구 결과가 증명한다. 실제로 21세기 이후 히트한 곡의 선율과 코드 개수는 꾸준히 줄었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중 짧아진 곡 길이를 첫째로 들 수 있다. 흔히 하는 말로 3분도 긴 시대가 된 지 오래다.적시하면 경제적인 이유, 스트리밍의 수익 발생 조건 때문이다. 만약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데 29초 안에 멈춤을 누르면 수익은 0원이다. 30초 이상 재생되어야 수익이 나온다. 그 뒤부터는 1초 더 듣는다고 해서 수익이 늘어나지 않는다. 즉 곡이 길 이유가 없다. 따라서 30초 이상 듣는 이를 붙들려면 가창도 가능한 한 빨리 등장해야 한다. 곡을 통해 비교해 볼까. 015B의 1992년 히트곡 ‘아주 오래된 연인들’은 1분58초가 되어서야 본격적인 후렴구가 나온다. 요즘이었으면 곡 종료에 다다를 시간이다.이렇게 바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실질이 형식보다 중요하다고 간주하는 경향이 ...

    2025.12.07 20:27

  • [반복과 누적]혹평을 딛고 전설이 되다
    혹평을 딛고 전설이 되다

    배우 이순재씨가 영면했다. 기분 탓일까. 2025년은 국가를 막론하고 각 분야의 여러 거장이 우리 곁을 떠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그중 헤비메탈의 전설 오지 오즈번(사진)을 빼놓을 수 없다. 2025년 7월22일은 ‘어둠의 왕자’가 숱한 명곡을 뒤로한 채 어둠으로 돌아간 날이었다.헤비메탈의 원조가 누군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 편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헤비메탈의 특징은 ‘블루스 없음’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음악이 건조해야 한다. 블루스의 끈적이는 느낌이 나서는 안 된다. 오지 오즈번이 보컬을 맡았던 블랙 사바스의 음악이 정확히 그랬다. 따라서 오지 오즈번은 헤비메탈을 발명한 몇몇 음악가 중 하나로 인정받는다.이것이 바로 1970년대 비평가들이 오지 오즈번과 블랙 사바스를 싫어한 이유다. 비평 집단은 유구한 블루스 전통이 거세된 그들의 음악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1970년대 초반 당시 비평가들이 썼던 표현을 정리하면 이렇다. “우연히 록 장비를 발견한 네 명의...

    2025.11.30 20:12

  • [반복과 누적]K팝이 특별한 이유
    K팝이 특별한 이유

    음악 전문지 ‘롤링 스톤’이 ‘21세기 최고의 곡 250’을 뽑았다. 뉴진스의 ‘Hype Boy’, 소녀시대의 ‘Gee’, 블랙핑크의 ‘뚜두뚜두’ 등이 포함됐다. BTS(사진)가 빠질 수 없다. 그들의 곡 ‘봄날’은 K팝 중 최고 순위인 30위에 올랐다.격세지감이라는 말도 진부할 만큼 K팝은 대세다. 그러나 K팝을 장르로 인식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아니다. K팝은 일종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심지어 역사적으로 검증된 모델을 따르지 않고, 그것을 전복한 형태로 거대한 성과를 일궈냈다.20세기까지 음악 비즈니스는 이런 순서로 전개됐다. 음악 만들어서 앨범 내고, 공연에서 팬과 만난다. K팝은 역으로 간다. 데뷔 전에 팬의 의견을 수용하고, 음악과 브랜딩을 추후 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K팝에서는 스트리밍과 저작권보다 공연과 상품 판매 등 팬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직접 수익이 중요하다. 여러 버전의 앨범 발매 역시 K팝이 CD를 굿즈로 파악한다는 점을 증명한다....

    2025.11.23 21:41

  • [반복과 누적]절대는 절대로 없다
    절대는 절대로 없다

    연말이면 하나둘 등장하는 게 있다. 결산 리스트다. 미디어가 많아진 만큼 리스트는 1년 내내 여러 주제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그중 갑론을박이 특히 격렬한 리스트가 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록 밴드는?”이다. 이 리스트에서 최소 5위 안에 들 자격이 있는 밴드를 떠올려본다. 록의 전설 레드 제플린이라면 강력한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존재였던 만큼 레드 제플린은 대중문화에서 단골 소재로 쓰였다. 1973년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가 대표적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음악평론가 지망생이다. 그는 음악 전문지 ‘롤링 스톤’에 발탁되어 어떤 밴드의 투어에 참여한다. 이를 바탕으로 글을 써야 하는 게 그의 임무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온다고 하자 한 멤버가 고함친다. “‘롤링 스톤’이야! 에릭 클랩턴을 무시하고, 레드 제플린을 깐 놈들이라고!” 실제로도 그랬다. ‘롤링 스톤’의 1969년 리뷰를 보면 레드 제플린에 대해 “너무 지루하고, 과...

    2025.11.16 21:56

  • [반복과 누적]그가 팝의 왕일 수밖에 없는 이유
    그가 팝의 왕일 수밖에 없는 이유

    마이클 잭슨의 전기 영화 <마이클> 예고편(사진)이 공개됐다. 예고편으로 단언하긴 어렵지만 재현이라는 측면에서 비슷한 느낌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조카인 자파 잭슨이 주연을 맡았다. 예고편에 따르면 역사 전체를 아우르는 작품은 아닐 것이다. 잭슨 파이브 리드 보컬이던 어린 시절부터 1982년 앨범 <스릴러>로 팝의 왕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그 유명한 ‘스릴러’ 뮤직비디오도 잠깐 나온다. 이 뮤직비디오는 보는 음악이라는 개념을 완성한 걸작으로 인정받는다.발매 1년 만에 앨범 <스릴러>는 6000만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사업 부진으로 휘청거렸던 CBS레코드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나 1년쯤 지나면 어떤 음반이든 인기가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마이클 잭슨은 도매가의 47% 인세를 받았음에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길 원했다. 그는 <스릴러>를 다시 1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엄청난 방법을 떠올렸다. 단편 영화에 준하는 긴...

    2025.11.09 22:13

  • [반복과 누적]가끔은 로그아웃을 하자
    가끔은 로그아웃을 하자

    ‘어떻게 새 음악을 찾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매일 최소 10만곡이 업로드되는 세상이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저 인간은 어떻게 보석을 발견할까 궁금할 수 있다. 내 대답은, 음악 관련 콘텐츠를 부지런히 직접 찾아보라는 것이다.예를 들어 나는 스트리밍 큐레이션을 사용하지 않는다. ‘취향이라는 감옥’에 갇히길 원치 않아서다. 물론 과거에도 큐레이션 비슷한 게 있었다. 나는 잡지 리뷰를 보고 앨범을 구입하거나 친구 추천을 믿고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어디까지나 주체는 ‘나’였다. 이렇게 느낄 수 있었던 바탕을 곱씹는다. 실패할 경우까지 내가 책임져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대개 나는 성공했지만 가끔 망했다. 명반이라고 칭송받은 음반이 별로인가 하면 보통이겠지 싶던 앨범에 꽂히기도 했다. 음악평론가의 글과 잡지를 바탕으로 리스트를 뽑고, 알바비를 아껴서 앨범을 샀다. 대박도 있고, 중박도 있었다. 가끔은 쪽박이 출현해 억장을 무너뜨렸다.이게 핵심이다. 갈수록 정...

    2025.11.02 20:15

  • [반복과 누적]무한히 뻗어나가면서 해체되는
    무한히 뻗어나가면서 해체되는

    ‘슈게이즈’라는 장르가 있다. 영어로 Shoegaze. 신발을 보면서 연주한다는 뜻이다. 음악을 좀 듣는 편이어도 “뭐지?” 싶을 것이다. 슈게이즈는 근 몇년간 한국 인디에서 가장 주목받은 장르다.최신은 아니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영국에서 짧은 전성기를 누렸고, 이후 소수 장르로 살아남았다. 특징은 다음과 같다. 보컬은 꿈결을 거니는 듯 흐릿하고, 최면적이다. 기타는 소음 다발을 들려주는데 바다처럼 ‘쏴아아’하고 퍼져나가는 동시에 사라진다. 달리 말하면 단단한 중심이 부재한 연주다. 하나의 소실점에 수렴하는 게 아니라 불확실한 시점이 계속 출현하는 음악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이런 이유로 슈게이즈는 망치로 내리치듯 강력함을 내세운 남근(男根) 록과 대척에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록의 역사는 곧 남근 록의 역사였다. 구성 멤버 역시 남성이 많았다. 레드 제플린, 딥 퍼플 등 1970년대 클래식 록을 떠올리면 된다. 반면 슈게이즈에는 유독 여성...

    2025.10.26 19:53

  • [반복과 누적]모든 분류는 억압적이다
    모든 분류는 억압적이다

    자주 강의를 나간다. 많으면 한 달에 서너 번, 전국 방방곡곡 가보지 않은 지역이 없을 정도다. 어느 날 불현듯, 내가 강의하기를 즐기는 편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된 일이 있다. 질문을 꼭 받는 것이다. 이번 강의에서도 질문 하나를 받았다. 기실,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장르 구분이 잘 안 돼요.”장르는 도구다. 음악을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설명하기 위해 발명해낸 결과물이다. 물론 나도 장르에 목매던 시절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하드록과 헤비메탈의 차이에 대해 친구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대학 시절에는 조금이라도 장르를 명확하게 포착하고 싶어 로이 셔커의 <대중음악사전>, 딕 헵디지의 <하위문화>, 사이먼 프리스의 <사운드의 힘>, 한국 음악 평론가들이 공저한 <얼트 문화와 록 음악> 등의 책을 마르고 닳도록 읽고 또 읽었다.한데 이즈음부터였다. 나는 장르로부터 해방되면서 음악을 ...

    2025.10.19 20:37

  • [반복과 누적]기어코 설득하는 수밖에
    기어코 설득하는 수밖에

    33장인 동시에 1장이다. 만약 테일러 스위프트 없이는 못 사는 팬이라면 신보 <더 라이프 오브 어 쇼걸(The Life of a Showgirl)>(사진)은 상당한 지출을 요구할 것이다. 1장의 음반을 33가지 버전으로 발매했기 때문이다. 지난 음반도 만만치 않았다. 25개였다. 불법은 아니지만, 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이 앨범은 음악적 논쟁도 불러왔다. 과거로 회귀한 음악을 추구했지만, 평가는 일관된 찬사를 받았던 2020년쯤과 거리가 멀다. 차트 성적은 그와 별개로 신기록을 경신할 예정이다. K팝에서 배운 다종화 전략이 제대로 먹힌 셈이다.얼마 전 백예린이 정규 3집 앨범 <플래시 앤드 코어(Flash and Core)>를 공개했다. 이제껏 들려준 밴드 음악을 뒤로한 채 어둡고, 실험적인 분위기로 돌아왔다. 상황은 테일러 스위프트와 유사하다. 일렉트로닉, 힙합 등 다채로운 장르 시도를 환영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기왕의 감...

    2025.10.12 21:51

  • [반복과 누적]가을의 사운드트랙
    가을의 사운드트랙

    가을이다. 음악 듣기에 안 좋은 계절은 없지만, 하나만 꼽아야 한다면 가을이라고 생각한다. 가을을 대표하는 곡은 무진장이다. 그중에 ‘오텀 리브스(Autumn Leaves)’가 빠질 수 없다.원래는 프랑스 음악이다. 이브 몽탕의 1949년 버전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후 미국 작사가 조니 머서가 영어 가사를 붙여 발표했다.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프랑스 오리지널은 내레이션으로 시작하지만, 조니 머서는 이를 아예 빼버렸다. 그래야 히트할 수 있을 거라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그랬다. 영어로 불리면서 이 곡은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수많은 커버가 있지만 나에게 최고는 캐넌볼 애덜리의 ‘오텀 리브스’다. 캐넌볼 애덜리는 본명이 아니다. 진짜 이름은 줄리언 에드윈 애덜리. 당대 뛰어난 색소폰 연주자 중 하나였던 그는 <마일스톤스(Milestones)>(1958), <카인드 오브 블루(Kind of Blue)>(1959) 등 마일스 데이비스의 걸작...

    2025.09.2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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