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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누적
  • [반복과 누적]‘LA 메탈’은 없다
    ‘LA 메탈’은 없다

    ‘건스 앤 로지스’(사진) 내한이 화제다. 반응은 대략 다음과 같다. “액슬 로즈의 보컬은 예상보다 좋았고, 연주는 (몇몇 순간을 빼면) 훌륭했다.” 이런 독후감도 보였다. “LA 메탈은 죽지 않았다.”‘LA 메탈’은 198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장르다. 잘 들리는 멜로디에 강력한 메탈을 결합한 스타일을 LA 메탈이라고 부른다. 파워 발라드 히트가 하나쯤 있는 것도 특징이다. 우리는 보통 록 발라드라고 하지만 해외에서는 파워 발라드라는 명칭을 흔히 쓴다. 기실 LA 메탈도 비슷하다. 적시하면 LA 메탈이라는 장르는 없다.서구에서는 글램 메탈이라고 한다. 티렉스, 데이비드 보위 등을 중심으로 화려한 이미지를 내세웠던 1970년대 글램 록을 계승한다는 의미다. 그도 아니면 팝 메탈이다. 메탈이면서 팝 접근법을 추구했던 까닭이다.우리가 영미권에 존재하지 않는 장르명을 쓰게 된 건 일본의 영향이다. 건스 앤 로지스를 포함해 이쪽 밴드 중 LA 출신이 많아서 빚어...

    15시간 전

  • [반복과 누적]환상의 사운드 오브 뮤직
    환상의 사운드 오브 뮤직

    “쉽게 읽혀야 좋은 글”이라는 잠언을 믿지 않는다. 때로 변명처럼 비치는 까닭이다. 이렇게 달리 표현할 수 있을 터다. 읽는 내내 어려움이 없다면 그것이 가치 있는 읽기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기서 책을 음악으로 바꾸면 밴드 잔나비(사진)가 떠오른다. 잔나비는 스타다. 히트곡을 여럿 발표했고, 구름 관중이 몰린다. 그런 그들이 신보 <사운드 오브 뮤직 pt.1>을 막 공개했다. 정규작으로 치면 <환상의 나라> 이후 무려 4년 만이다.나는 <사운드 오브 뮤직 pt.1> 이전까지 잔나비 최고작이 <환상의 나라>라고 확신한다. 음반에서 잔나비가 연출한 세계는 광대하고 드높다. 일관된 콘셉트를 바탕으로 인상적인 영토를 개척한 결과물이었다. 다만, 메가 히트가 없었다. “좀 어렵다”는 독후감도 간간이 보였다. 그러나 신보에서 잔나비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그들은 음악을 일부러 대중적인 만듦새로 조각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밥 ...

    2025.05.04 20:22

  • [반복과 누적]우리가 음악을 듣는 이유
    우리가 음악을 듣는 이유

    수많은 음악 관련 실험이 있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예시는 이것이다. 몇몇 과학자가 하나의 상황에 두 가지 조건을 설정하고 반응을 기록했다. 동일한 상황은 누군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다른 조건은 음악이 흐르는 경우와 흐르지 않은 경우였다. 반복 실험을 거친 결과는 이렇다. 음악이 흐르는 상황에서 인간은 타인에게 더욱 친절해진다.지난주 콜드플레이의 공연(사진)이 열렸다. 사랑과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가 아름다운 멜로디와 연주에 실려 공연장 전체를 수놓았다. 수만 관객이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 ‘옐로(Yellow)’ ‘픽스 유(Fix You)’ 등을 합창하는 풍경은 과연 장관이었다. 그렇게, 콜드플레이의 라이브는 위 실험을 완벽하게 증명하는 공간처럼 보였다. 나도 안다. 누구에게는 이런 유의 감상이 순진하게 들릴 수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공연을 보면서 이 생각을 했다. ‘이런 음악을 향유하는 사람이 타인에게 혐오의 메시지를 쏟아낼...

    2025.04.27 20:24

  • [반복과 누적]천부적 재능, 악마적 태도
    천부적 재능, 악마적 태도

    카녜이 웨스트(사진)는 스타다. 자신이 속한 힙합 신을 넘어 대중음악 전체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 따라서 그는 빌보드가 규정한 것처럼 ‘팝’ 스타가 된다. 그렇다. 스타는 장르로 구속할 수 없다. 시제마저 뛰어넘어 과거의 유산을 호출하고,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카녜이 웨스트는 걸작이라 인정받는 음반도 여럿 발표했다. 상업적, 비평적 업적에 관한 한 그의 성취에 이견은 있을 수 없다.그중 2010년의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와 2016년의 <The Life Of Pablo> 등은 음악적으로 깔 구석이 거의 없다. 전자가 수많은 장르를 탐욕스럽게 먹어치운 팽창의 앨범이었다면 후자는 지독한 절제의 결과물이었다. 감탄을 부르는 음악적 재능. 듣는 순간 천부(天賦)란 이런 게 아닐까 싶은 음악으로 빼곡했다.데뷔하고 20년이 지난 지금, 카녜이 웨스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는 예술가가 겪을 수...

    2025.04.20 20:12

  • [반복과 누적]위대한 쇼맨, 로비 윌리엄스
    위대한 쇼맨, 로비 윌리엄스

    밖에서는 전설인데 한국에서 인기 없는 음악가가 몇 있다. 로비 윌리엄스가 그렇다. 윌리엄스는 영국 팝이 낳은 왕 중 하나다. 기록이 증명한다. 밴드 ‘테이크 댓’ 시절을 제외해도 영국 싱글 차트 1위 곡이 7개이고, 톱 10으로 하면 30곡이다. 전 세계 앨범 판매 약 7500만장. 영국의 그래미라 할 브릿 어워즈에서는 18번 트로피를 가져갔다. 역대 최다 수상이다.윌리엄스는 1990년대 후반 EMI 코리아의 미스터리였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윌리엄스의 음악은 속된 말로 흠잡을 구석이 없다. 히트의 기반이라 할 멜로디가 분명하고, 어려운 곡도 없다. 한국이 정서적으로 빌보드와 더 가깝긴 하지만 어쨌든 영국에서 인기 최고다. 그렇다면 다 차려진 밥상이다. 홍보 조금만 하면 앨범은 잘나갈 것이다.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한국에서 윌리엄스의 음반 판매량은 오르지 못했다. 그를 정상으로 이끈 수많은 곡을 통해 영국과 유럽을 정복했지만, 그 기운이 한국까지 닿는 ...

    2025.04.13 21:18

  • [반복과 누적]품격을 잃지 않는 멜랑콜리
    품격을 잃지 않는 멜랑콜리

    밴드 이름은 ‘일본식 아침’인데, 한국인이다. 정확하게는 한국인 피가 흐르는 미국인이다. 생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로 활동하는 미셸 자우너(사진)는 미국에서 꽤 큰 존재다. 그 유명한 ‘지미 팰런쇼’에 출연하고, 오바마와 코난 오브라이언이 그의 책 <H마트에서 울다>를 향해 찬사를 보냈다. 미셸 자우너는 탁월한 뮤지션이다. 감정을 섬세하게 짚는 그의 음악과 노랫말은 이미 세계적인 입지를 단단하게 굳혔다. 무명에 가까운 인디였던 미셸 자우너는 어느덧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그래미 후보에 오른 음악가다.재패니즈 브렉퍼스트가 4집 ‘포 멜랑콜리 브루넷츠 & 새드 위민’(For Melancholy Brunettes & sad women)을 막 발표했다. 음반의 정서는 제목 그대로다. 멜랑콜리다. 그러나 미셸 자우너의 멜랑콜리는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 이 점이 중요하다. 뭐랄까. 이것은 삶의 온도로 딱 적당한 과잉 없는 ...

    2025.04.06 20:44

  • [반복과 누적]흑마법이냐 백마법이냐
    흑마법이냐 백마법이냐

    하루 최소 10만곡이 쏟아지는 시대다. 어느덧 음악 만들기가 쉬워진 덕분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여러분도 할 수 있다. 노트북을 비롯한 장비 몇개 사고, 프로그램을 깔면 끝이다. ‘장비빨’ 확실히 세우면서 ‘홈 리코딩 음악가’가 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2000년대 이전만 해도 녹음을 하려면 상당한 비용을 내야 했다. 스튜디오 임차 자체가 돈이었다. 풍경이 변한 이유의 9할은 인터넷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기술의 발전이다.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이 작곡하는 시대다. 인간은 인간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블라인드 테스트하면 인간이 만든 음악인지 AI 창작인지 구별할 수 없다.유튜브에 ‘AI Music’이라고 치면 수많은 음악을 찾을 수 있다. 여러 스타 음악가 역시 AI 기반으로 곡을 발표한다. 나는 유발 하라리가 아니다. AI의 영향에 대해 확언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런 생각 정도는 갖고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는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

    2025.03.30 20:48

  • [반복과 누적]차트의 역사는 만들어진 역사
    차트의 역사는 만들어진 역사

    평론가로서 챙겨야 할 직업적 의무가 있다. 그중 하나가 차트 점검이다. 나는 매주 빌보드(사진)를 검색하고, 멜론 차트를 체크한다. 현대 대중음악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함이다.우리는 보통 차트를 객관적 지표로 간주한다. 반면 평론가의 관점은 객관적일 수 없다. 매일 최소 10만곡이 발매되는 시대다. 취향이 갈수록 세분화하는 속에 평론이 겨냥해야 할 최선의 목표는 분명하다. ‘자신의 관점을 잘 설득하는 것’이다.차트 순위 역시 객관과 거리가 멀다. 우리가 자생적이라고 여기는 음악가의 성적조차 철저한 계획의 산물임을 기억해야 한다.일례로 미국에서는 DJ에게 뇌물을 주고 선곡을 청탁하는 행위가 1980년대까지 버젓이 이뤄졌다. 1959년 법의 철퇴를 맞긴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이걸 페이올라(Payola)라고 부른다. 대표적으로, 1970년대 후반 빌보드 차트 디렉터 빌 워들로가 음반사로부터 받은 뇌물은 상상을 초월한다. “워들로에게 돈을 찔러주면 1위 곡으로 보...

    2025.03.23 20:40

  • [반복과 누적]젠트의 D는 묵음이다
    젠트의 D는 묵음이다

    젠트(Djent)라는 장르가 있다. 웬만한 음악 마니아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장르다. 젠트는 헤비메탈의 하위 장르다. 2000년대 말부터 떠오른 흐름으로 시원하게 뻗는 저음역대를 특히 강조한다. 이게 핵심이다. 그냥 저음만 연출하는 건 어렵지 않다. 젠트는 특유의 저음을 구현하기 위해 복잡한 악기 세팅을 요구한다. 계측기처럼 정확하면서도 기술적인 연주 또한 젠트의 특징이다.최근, 이 젠트를 음악에 녹여낸 밴드가 등장했다. 어떤 독자는 긴장할 것이다. 헤비메탈도 익숙지 않은데 젠트는 또 뭔가 싶을 것이다. 괜찮다. 밴드의 존재가 안정감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록을 안 들었어도 알 수밖에 없는 그 밴드의 정체, 바로 YB다.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굳이 분류하면 YB는 대중친화적 록 밴드다. 히트곡을 여럿 발표했고, 두꺼운 팬층을 자랑한다. 요컨대 지금껏 쌓아온 경력을 유지만 해도 뭐라 할 사람 하나 없다. 그들이 새 영역에 도전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예를 들어...

    2025.03.16 20:48

  • [반복과 누적]싱글은 앨범이 아니다
    싱글은 앨범이 아니다

    제22회 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 시상식이 열렸다. 걸그룹 에스파가 3개 부문 수상, 로커 이승윤도 트로피 3개를 가져갔다. 작년 <PSST!>라는 훌륭한 앨범을 낸 존박은 팝 부문 주인공이 됐다. <PSST!>는 정확하면서도 적절한 편곡으로 이뤄진 2024년 최고의 메인스트림 팝 앨범이다. 음악적으로 탄탄한 현재의 대중음악을 듣고 싶다면 강력하게 추천한다.한대음의 하이라이트는 ‘올해의 음반’이다. 그렇다. 싱글이 대세임에도 앨범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렇게 바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싱글이 가능한 차선이라면 앨범은 불가능한 최선이다. 음악가는 싱글로 상업적 성공을 손에 쥐려 하고, 앨범으로는 예술적 완성을 꿈꾼다. 2025년 올해의 음반 수상작은 밴드 ‘단편선 순간들’의 <음악만세>(사진)다. 짐작건대 ‘단편선 순간들’을 아는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리더 단편선은 2010년부터 활동한 인디 음악가다.시상식 다음날 라이브클럽데이...

    2025.03.0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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