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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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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복과 누적]장르는 도구일 뿐
    장르는 도구일 뿐

    대중음악계의 오랜 신화가 있다. 록에 관한 것이다. 20세기까지만 해도 록이 음악적으로 더 탁월하다는 믿음이 설득력을 얻었다. 비평가 집단이 만든 고정관념이라고 볼 수 있다. ‘롤링 스톤’을 비롯한 음악 전문지가 1960년대 중반부터 록을 심오한 예술로 특별대우하면서 록 우월주의가 뿌리내렸다.1950년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1950년대 로큰롤은 그냥 댄스 음악이었다. 당시 10대는 격렬한 로큰롤에 맞춰 몸을 흔들고 고함을 질렀다. 가사는 사랑 혹은 이별 타령이 거의 전부였다.현대 대중음악의 대세인 장르가 하나 있다면 디스코다. 한데 디스코가 탄생한 1970년대에 록 진영은 디스코를 경멸했다. 프랑스 출신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듀오인 ‘다프트 펑크’(사진)는 디스코 기반 음악으로 그래미를 휩쓸기도 했다.1970년대 록 팬들이 디스코를 싫어한 이유 중 하나가 정신이 육체보다 고결하다고 여기는 경향이었다. 로큰롤과 달리 1960년대 록은 정신을 고양하는 음...

    2025.08.03 21:16

  • [반복과 누적]분노를 경영하라
    분노를 경영하라

    가끔 음악 관련 심사를 맡는다. 이유는 명확하다. 새로운 재능을 먼저 포착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심사를 통해 여러 뮤지션을 만났다. 그중 이 가수를 처음 접한 순간을 잊지 못한다. ‘입춘’(2022)이라는 곡으로 널리 알려진 한로로(사진)다.인터뷰에 따르면 ‘입춘’의 주인공은 ‘우리’다. 그러나 제목과는 다르게 내용은 설렘과 거리가 멀다. 곡에서 주인공은 “아슬히 고개 내민” 자신에게 봄 인사 건네줄 누군가를 기다린다. 한로로의 말을 듣는다. “넘어지더라도 꽃피우고 싶은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달라는 의도다.” 한로로는 후렴구의 폭주하는 록 기타 연주를 통해 화자의 간절함을 인상적으로 표현한다. 그가 Z세대의 록스타로 불리는 가장 큰 바탕이다.얼마 전 한로로의 신곡 ‘도망’이 공개됐다. 주제는 ‘입춘’ 때와 유사하다. 우리에게 밝아오는 천국은 아무 상관 없다. 추락은 고통이지만 그것이 “끝없는 추락”이라면 고통 또한 없을 것이다. 롤랑 바르트식으로 말하...

    2025.07.27 21:06

  • [반복과 누적]모든 음악은 평등하다?
    모든 음악은 평등하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말한다. 음악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얘기한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연구에 따르면 인구의 5% 정도는 음악에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때 음악 감상은 그럴듯한 취미였다. 음악에 관심 없는 친구도 취미를 적는 칸에 음악 감상이라고 쓰는 시절이 있었다. 음악 감상을 취미라고 생각하고 쓰는 것 자체가 왠지 근사하다고 여겼을 것이다.괜찮다. 취미의 양대 산맥은 역시 음악 감상과 독서 아니겠나. 대중문화란 기본적으로 허세를 먹고 사는 생물이다. 이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없다. 우리는 끊임없이 영향을 받으면서 음악을 듣고, 문화를 즐긴다.요컨대 우리는 귀로만 음악을 듣지 않는다. 속살을 들여다보면 거기에 어떤 욕망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멸균 상태의 감각이라는 건 애초에 없다. 예를 들어 클래식 팬이 클래식을 좋아하는 건 클래식이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클래식이 음악적으로 더 탁월하다는 믿음 때문이기도 ...

    2025.07.20 20:59

  • [반복과 누적]서양 악기 위로 흐르는 샤먼의 노래
    서양 악기 위로 흐르는 샤먼의 노래

    ‘타이니 데스크’라는 음악 라이브 쇼가 있다. 유튜브에 업로드되면 수백만회 조회 수를 기록하는 유명 채널이다. 2017년쯤 타이니 데스크는 한국에서 무명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타이니 데스크를 한국에 널리 퍼뜨린 존재가 있다. 민요 록밴드 ‘씽씽’이다. 현재까지 씽씽이 출연한 회차의 조회 수는 900만회에 육박한다.3명의 국악 소리꾼에 3명의 서양 악기 연주자로 이뤄진 밴드다. 민요에 록, 펑크, 사이키델릭을 섞은 독창적인 음악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1년 뒤인 2018년 씽씽은 해체했다. 맥이 끊긴 건 아니다. 음악 감독 장영규는 이날치를 결성해 ‘범 내려온다’를 세상에 내놨다. 이희문은 대중음악과 국악계를 넘나들면서 활동 중이다. 그리고 얼마 전 새 앨범을 발표한 추다혜가 있다.밴드 추다혜차지스의 2집 <소수민족>(사진)은 장르 정의 자체가 불가능한 앨범이다. 한국 전통 무가(巫歌)를 바탕에 두되 여러 서양 장르를 해체하고, 뒤섞고, 재창조한 까닭...

    2025.07.13 21:00

  • [반복과 누적]K팝은 장르가 아니다
    K팝은 장르가 아니다

    K는 여전히 대세다. <오징어 게임 3>는 일부 혹평에도 93개국 1위에 올랐다. K의 승전고는 하나 더 있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사진)다.K팝과 관련해 사라지지 않은 오해가 있다. K팝을 장르처럼 다루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K팝은 음악, 안무, 패션, 강력한 팬덤 기반 비즈니스 등을 더하고 섞은 값이다. 따라서 그것은 종합예술이자 복합적인 음악 사업에 가깝다. K팝이 음악적으로 패턴화된 것은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기본 샘플을 구할 수 있는 사이트를 보면 K팝 카테고리가 따로 있다. K팝이 사운드 면으로 정형화됐음을 의미한다.K팝이 가져온 큰 변화가 여기에 있다. 소수의 음악가가 창작을 맡은 과거와 달리 K팝은 음악을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블록처럼 하나둘 조립한다. 바탕이 되는 비트 만들기는 대개 북유럽 작곡가의 몫이다. 이 분야 세계 톱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이렇다. 북유럽은 국가 차원에서 대중음악을 교육한다. 예를 ...

    2025.07.06 20:50

  • [반복과 누적]언제나 핵심은 기본
    언제나 핵심은 기본

    페스티벌의 계절이다. 얼마 전 DMZ 피스 트레인 페스티벌과 아시안 팝 페스티벌이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이외 여러 페스티벌이 개최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공연시장 매출액은 약 71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형 공연과 페스티벌은 한국을 포함한 현대 음악산업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분야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 콘서트 산업이 꾸준한 성장 속에 380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페스티벌에 가서 몇몇 공연을 봤다. 그중 밴드 바보(BABO·사진)의 무대가 있었다. 바보는 악뮤 이찬혁이 결성한 밴드다. 가면을 쓴 채 활동하지만, 이찬혁이 있다는 건 비밀이 아니다. 나는 악뮤의 오랜 팬이다. 그들의 앨범이 기대에 못 미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2019년 3집 <항해>의 경우, 당대 최고 명반 중 하나라고 확신한다. 모든 게 너무 빨리 진행되어 역사에 남을 겨를조차 없는 세상, 그럼에도 이 음반은 위대한 예외로서 먼 후대에도 기억될 것이다....

    2025.06.29 20:51

  • [반복과 누적]익숙하지만 뻔하지 않은
    익숙하지만 뻔하지 않은

    영화 <하이파이브>(사진)가 화제다. 160만 이상의 관객이 극장으로 향했다. 영화평론가는 아니지만 내 감상은 이렇다. 전반부는 5점 만점에 4점. 그러나 영화는 중반 이후, 특히 후반에 갑자기 에너지를 잃고 좌충우돌한다. 하나 더 있다. 안재홍이 없었다면 영화의 매력은 반감했을 것이다.강형철은 사운드트랙에 신경을 많이 쓰는 감독이다. <하이파이브> 역시 마찬가지다. 정확한 타이밍에 튀어나오는 음악이 즐거움을 더한다. 긴장할 필요는 없다. 딱 1곡을 빼면 어디선가 다 들어본 음악일 테니까. 그만큼 익숙하지만 뻔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감각적인 연출에 탁월한 선곡 센스가 더해진 덕분이다.예외적인 1곡은 미국 밴드 스매싱 펌킨스의 데뷔 싱글 <I Am One>이다. 스매싱 펌킨스는 1990년대 그런지(Grunge) 장르를 대표한 밴드 중 하나다. 출신지는 다르다. 그런지의 발상지인 시애틀이 아닌 시카고에서 결성됐다. ...

    2025.06.22 21:03

  • [반복과 누적]예술에 완벽은 없다
    예술에 완벽은 없다

    뮤지션을 평할 때 관성적으로 따라붙는 수식이 몇 있다. 그중 하나가 ‘지독한 완벽주의’다. 곱씹어보면 예술에 완벽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뮤지션의 강박에 가까운 태도를 완벽주의라며 칭송한다. 완벽주의는 이를테면 거대한 이불이다. 각각의 의미 있는 요소를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양 뒤덮어버릴 위험이 없지 않다.비판하려는 게 아니다. 어차피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는 약간의 수사적인 인플레이션이 습관적으로 따라붙는다. 쉽게 말해 과장법이다. 언뜻 보기에 과장법은 매력적이다. 글의 전압을 단번에 올려줄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게다가 평론가란 과장하기를 좋아하는 족속이다. 여러분도 “시대를 초월한 걸작” “영원불멸의 클래식” 등의 최상급 찬사를 어디선가 본 적 있을 것이다.그럼에도 경계해야 한다. 최상급이 주는 유혹을 견뎌야 한다. 뮤지션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나는 음악가에게, 더 나아가 예술가에게 요구되는 태도는 완벽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

    2025.06.15 20:55

  • [반복과 누적]신중현과 아이유의 ‘미인’
    신중현과 아이유의 ‘미인’

    아이유의 새 앨범이 나왔다. <꽃갈피 셋>(사진)이다. 나는 ‘빨간 운동화’와 ‘네모의 꿈’을 인상적으로 들었다. 그런데 수록곡을 처음 봤을 때 눈길이 갔던 곡은 따로 있었다. ‘미인’이다. 신중현의 1974년 곡을 2025년의 아이유가 해석했다. 두 곡 사이에는 50년 넘는 세월 차가 존재한다. 리메이크의 첫 번째 미덕이 여기에 있다. 역사적 계승이다.‘미인’을 포함해, 1970년대 한국 대중음악에는 위대한 걸작이 수두룩하다. 당연한 소리다. 아쉬움이 없지 않다. 영미권 팝과 비교할 때 당시 한국의 사운드는 뒤처진 편이었다. 이와 관련, 최근 개봉한 영화 <씨너스: 죄인들>의 감독 라이언 쿠글러의 말을 듣는다. 그는 영화가 다루는 1930년대 블루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930년대 음악을 레코드로 감상할 때 당시에도 이런 사운드로 들렸을 거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절대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요컨대 레코드만으로는 한계가 ...

    2025.06.08 21:01

  • [반복과 누적]브릿팝의 왕, 펄프
    브릿팝의 왕, 펄프

    ‘펄프’가 온다. 8월 열리는 인천 펜타포트 뮤직 페스티벌에 출연할 예정이다. 1978년 결성 후 첫 내한이다. 영국 밴드 펄프는 1990년대 브릿팝의 전설이다. 실제로 2014년 BBC에서 진행한 ‘역사상 최고의 브릿팝은?’이라는 설문조사에서 정상에 오른 곡은 오아시스나 블러의 노래가 아니었다. 펄프의 1995년 곡 ‘커먼 피플(Common People)’이 1위를 차지했다.영국 사회의 언어적 특징을 살펴봐야 한다. 영국에 존재하는 방언은 무려 30개가 넘는다. 즉 영국은 언어로 계급이 갈리는 정도가 굉장히 심한 사회다. 발화하는 순간 출신 성분이 드러나고, 계급이 파악된다고 보면 된다. 펄프의 리더 자비스 코커는 이게 영 못마땅했다. 과연, 음반 제목 그대로다. 그는 5집 <디퍼런트 클래스(Different Class·다른 계급)>(사진)를 통해 영국 사회를 날카로운 유머로 성찰해 찬사를 받았다. 그 중심에 있는 곡이 ‘커먼 피플’이다.보통...

    2025.06.0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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