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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상의 하이퍼 파라미터
  • 전체 기사 10
  • [황경상의 하이퍼 파라미터]왜 열심히 일하느냐 묻는다면
    왜 열심히 일하느냐 묻는다면

    어렸을 적 컴퓨터 잡지를 즐겨봤다. 어느 날 반팔 티셔츠, 반바지에 ‘쓰레빠’를 꿰고 사방에 뭔가 덕지덕지 붙은 지저분해 보이는 사무실에 출근해 게임을 만드는 이들의 인터뷰를 발견했다. 문화 충격이었다. 그들은 나의 우상이 됐다. 고작해야 일하는 모습인데 왜 그리 가슴이 쿵쿵 뛰던지. 게임을 만들겠다고 밤새 한 줄 한 줄 명령어를 입력하던 시절이었기에, 언젠가 그 대열에 끼고 싶었다. 다큐멘터리 <세이브 더 게임>을 보니 그 옛날 우상들도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었다. 게임 제작은 그들에게 일 이상의 무엇이었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이원술 손노리 대표는 당시 폐결핵이 걸릴 정도로 밤낮없이 일했다고 했다. 채윤호 ‘리니지’ 초기 아트디렉터의 일화도 기억에 남는다. 그는 ‘리니지’ 서비스 초기, 게임을 둘러보다 선착장 부근에 서 있는 한 유저를 발견했다. 1~2시간 뒤 다시 가 봤는데 그 유저는 아직도 거기 그대로 서 있었다. 궁금해서 말을 걸었더니 유저는 “배를 기...

    2026.01.21 19:48

  • [황경상의 하이퍼 파라미터]월E인가, 아이언맨인가
    월E인가, 아이언맨인가

    최근 열린 인공지능(AI) 활용 대회 ‘AI TOP 100’에 참가했다. 팀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처리해본 경험이 있는 터라 기세 좋게 온라인 예선 시각에 맞춰 컴퓨터 앞에 앉았다. 텍스트 추출 등 아주 새롭지는 않지만 결코 쉽지도 않은 문제들이 나왔다. 나름 계획을 세우고 AI에게 지시를 던졌다. 결과는 참패였다. 정답을 다 채우지도 못했다. 본선에서 우승한 개발자 김진중씨는 “기존 경험과 지식을 버리고 ‘AI 딸깍’을 시전했다”는 비결을 전했다. AI에게 문제와 데이터를 던져주고 풀라고 한 뒤, 마우스만 딸깍 눌렀다는 의미다. AI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면,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고 조건과 목적만 상기시켰다고 한다.확실히 AI의 코딩과 데이터 처리 실력은 놀랍다. 내 경우 AI가 더 잘하는 영역을 뭘 좀 안다며 개입했다가 화를 자초한 셈이다. 그러나 현시점 AI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오픈AI의 수석과학자로 일했고, 세이프슈퍼인텔리전스(SSI)를 창업한 일리야 수...

    2025.12.17 20:01

  • [황경상의 하이퍼 파라미터]경청할 용기
    경청할 용기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는 분노의 기록이기도 하다. 스페인 내전에 참여해 목숨 걸고 프랑코가 이끄는 군부 파시스트 세력과 싸웠건만, 오웰이 소속된 통일노동자당은 스페인 인민전선 정부로부터 도리어 ‘파시스트의 앞잡이’로 몰린다. 가진 것을 모두 포기하고 스페인에 달려와 함께 전장을 누빈 용기 있고 재능 있는 청년들이, 다름 아닌 같은 편에게 체포된 뒤 간첩 누명을 쓴 채 더러운 감옥에서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며 오웰은 비통함을 느낀다.지옥 같은 상황이었지만 인간적 감격을 느꼈던 한 순간도 있었다. 오웰은 함께 싸운 동료이자 상관인 콥 소령이 체포되자 그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군의 고위층을 만나 편지를 전달하려고 시도한다. 수소문 끝에 사무실을 찾아갔다가 비서 격인 한 장교를 만난다. 이 장교는 묻는다. “콥은 어느 부대에 근무했소?” “통일노동자당 의용군입니다.” 장교는 큰 충격을 받고 침묵에 빠졌다. 오웰도 극도로 긴장한다. 당장 간첩이라며 끌...

    2025.11.12 20:14

  • [황경상의 하이퍼 파라미터]편지는 사라지고 확성기만 남았다
    편지는 사라지고 확성기만 남았다

    챗GPT는 인간의 피드백을 학습했다. 이전까지 ‘끝말잇기’ 정도나 가능했던 인공지능 언어모델을 드라마틱하게 향상시킨 핵심 열쇠였다. 챗GPT는 인간이 남긴 텍스트만 기계적으로 학습한 게 아니다. 이후 사람이 만든 예상 질문과 정답 세트를 배웠고, 이를 토대로 챗GPT가 만들어낸 답변에 사람이 다시 점수를 매겨서 돌려줬다. 이른바 인간 피드백을 통한 강화학습(RLHF)이다. 이 피드백을 바탕으로 만든 인공지능 보상 모델이 다시 성능 향상에 쓰였다.막 챗GPT가 화제로 떠올랐던 2년여 전, 언어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한 강의에서 챗GPT의 이 훈련 과정 개념도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10년 뒤 인공지능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 무엇이었냐 물으면 이 그림을 꼽을 것입니다.” 김 대표는 “끝말잇기 기계가 우리 말을 잘 알아듣도록 만들어준 핵심 기본 알고리즘”이라고도 말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챗GPT, 제미나이에 질문하는 우리는 인공지능에 피...

    2025.10.01 22:24

  • [황경상의 하이퍼 파라미터]젠슨 황의 속죄
    젠슨 황의 속죄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테크기업 엔비디아의 초창기에는 여성 직원이 거의 없었다. 수석과학자를 지낸 데이비드 커크의 회고에 따르면 1999년 당시 딱 3명이었다고 한다. 관련 전공자에 여성이 적은 이유도 있었다. 미국공학교육협회 2023년 보고서를 보면 전기·전자공학 전공자 중 여성 비율은 14.6%로 공학 분야 중 꼴찌다.최고경영자인 젠슨 황은 여성 직원을 늘리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2024년에 엔비디아 전체 직원 중 여성은 4분의 1을 넘어섰다. 여성 직원이 늘면서 한때 엔비디아를 상징했던 성적인 이미지의 요정 ‘던(Dawn)’도 2020년 무렵에는 마케팅 자료에서 조용히 사라졌다.최근 출간된 젠슨 황의 공식 전기 <엔비디아 젠슨 황, 생각하는 기계>에 나오는 일화다. 젠슨은 왜 여성 직원을 늘리라고 지시했을까. 전기의 저자인 ‘뉴요커’ 출신 기자 스티븐 위트는 젠슨이 아내 로리 밀스에게 미안함을 느껴 속죄하려는 마음으로 그랬을 거라 추측한다....

    2025.08.27 20:48

  • [황경상의 하이퍼 파라미터]무엇으로 고통받고 있습니까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습니까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에 글을 고쳐달라고 하거나 제목 혹은 표현을 추천받을 때마다 묘한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았다. 일부러 다소 거친 비유를 쓰거나 일반적인 문장 순서를 비틀어둔 곳을 발견하면 인공지능은 대체로 ‘모범생’의 길을 따라야 한다고 권고했다. 제목이나 표현 역시 무릎을 딱 칠 만한 번뜩이는 문구보다는 글의 내용을 적당히 버무린 평범한 것들이 많았다.지극히 개인적인 소감이지만, 챗GPT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의 기본 원리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대의 언어모델은 문장을 만들면서 다음 단어로 뭐가 나와야 할지 맞히는 연속적인 ‘함수’라고 할 수 있다. 언어모델은 수많은 텍스트를 단어에 가까운 토큰 단위로 나누고 각각에 숫자 배열인 벡터값을 매긴다. 이 벡터 공간 속에서 의미가 비슷한 단어들은 서로 가까운 곳에 위치하게 된다. 여기에 어떤 단어에 더 주목해야 하는지를 계산해서 문맥을 이해하는 어텐션(Attention)과 같은 기술이 더해진다.이런 언어...

    2025.07.23 20:49

  • [황경상의 하이퍼 파라미터]왜 같은 사람으로 보였을까
    왜 같은 사람으로 보였을까

    “아니 왜 이재명, 김문수 후보를 같은 사람으로 보는 거지?” 지난 대선 당시 3차례에 걸친 TV토론 영상을 분석해 후보별 ‘단독 샷’ 분량을 측정하던 중이었다. 데이터저널리즘팀은 파이썬 프로그램을 사용해 토론 영상을 분석했다. 발언 시간을 공평하게 관리하더라도 카메라가 단독으로 비추는 시간은 똑같지 않을 수 있고, 이것이 유권자의 주목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계산 결과 가장 많은 단독 샷을 받은 후보는 이재명 후보(37.2분)였다. 이어 이준석(36.9분), 권영국(34.3분), 김문수(34.1분) 후보 순이었다.단순해 보이지만, 자꾸 발생하는 오류가 작업을 더디게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영상을 장면 단위로 쪼개서 각각의 길이를 출력해준다. 이걸 토대로 후보별 단독 샷 분량을 계산하는 것이다. 그런데 2~3명의 후보가 연속으로 단독 샷을 받는 장면이 나오자 이걸 분리하지 않고 한 장면으로 인식했다. 인물이 바뀌면 장면도 바뀌었다고 판단해야 하는데 ...

    2025.06.18 21:24

  • [황경상의 하이퍼 파라미터]현실을 진짜 모르는 정치인은 누굴까
    현실을 진짜 모르는 정치인은 누굴까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반국가세력은 무엇이었나.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겠다며 계엄을 선포한다고 했을 때, 국가정보원이 대규모 간첩단이라도 포착했나 싶었다. 계엄 선포 전후 변명처럼 덧붙인 발언 어디에서도 그런 건 없었다.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간첩’이라는 단어만 25번 들었을 뿐이다.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은 그 세계관을 파헤치기 위해 윤 전 대통령이 영향을 받았다는 이른바 ‘극우’ 유튜버 채널 12개의 영상 600개를 수집해 분석했다.흩어진 말들을 겨우 긁어모아 보니 그들이 말하는 ‘좌파’ 혹은 ‘간첩’이란 중국, 북한, 민주노총,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당시 대표 등을 뭉뚱그린 말이었다. 윤 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의 머릿속에서 민주당과 좌파언론은 민주노총이 장악하고 있고, 민주노총은 좌파 세력과 북한, 중국의 지령 아래 움직인다. 짧은 경험으로 미뤄볼 때 그렇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면 필시 그건 ‘좌파’ 세력은 아닐 거다. 민주노총과 민주당뿐만 아니라 그들이 말하는 ...

    2025.05.14 20:15

  • [황경상의 하이퍼 파라미터]사람 옆에 사람이 있다는 것
    사람 옆에 사람이 있다는 것

    “우리나라가 간첩, 빨갱이 천국이 되겠구나.”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던 개표 결과가 김대중 대통령 당선으로 기울자, 새벽녘까지 지켜보던 나는 덜컥 겁이 났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고, 내 고향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았다. 이렇다 할 현대사나 정치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던 데다 나고 자란 곳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나는, 그 이상의 생각을 하지 못했다.다음날 아침 무거운 마음으로 등교했다. 평소 좋아한 과학 선생님이 분위기를 살피더니 말했다. “호남에서도 대통령이 나와야지.” 딱히 설득이나 강변도 없었다. 그저 별일 아니라는 투였다. 머리가 쨍하고 울렸다. 말보다 그 태도가 내겐 충격이었다. 체 게바라 얼굴이 커다랗게 박힌 시사주간지를 들고 다니던 그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굳이 선생님께 ‘그 사람이 대체 누구냐’고 물어보고 주간지를 사보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사뭇 다른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우리 자신은 수많은 사람을 통해 만들어진다. 개인의 정체성은 사회적 산물...

    2025.04.09 21:29

  • [황경상의 하이퍼 파라미터]진리가 너희만 자유롭게 하리라
    진리가 너희만 자유롭게 하리라

    한 달이 넘었다. 146건 중 단 1건만 삭제됐다. 지난 1월 말 데이터저널리즘팀이 유튜브, 페이스북, X에 올라온 허위·조작정보나 혐오·폭력 조장 게시물을 해당 플랫폼에 신고한 결과다. 페이스북 7건은 신고가 반려됐다. 그 외에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 99명이 체포됐다든지 하는, 허위로 판명됐고 입에 담기도 어려운 콘텐츠들이 여전히 노출돼 있다.유튜브 등은 게시물 규정이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거대 디지털 플랫폼들은 점점 모니터링에서조차 손을 떼고 있다. 유튜브는 2023년 6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거짓 콘텐츠를 더 삭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 대선을 불과 1년여 앞둔 시점이었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도 지난 1월 ‘팩트체커’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사용자들이 직접 게시물에 추가 설명을 달 수 있는 ‘커뮤니티 노트’ 기능으로 대체한다고 한다. 일론 머스크에게 인수된 X가 걸어갔던 길과 비슷하다.“진리와 허위가 맞붙어 논쟁하도...

    2025.03.0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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