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이 터지듯 피어오르던 로마를 떠나던 날, 테헤란에는 폭탄이 쏟아졌다. 나는 간드러진 봄바람 속을 가로질러 공항으로 향했고, 다른 누군가는 폭탄이 떨어지는 두바이 공항에서 필사적으로 빠져나오고 있었을 것이다. 계절은 제시간에 도착하는데, 인간은 번번이 제정신에 도착하지 못한다.전쟁이 시작되면 넘쳐나는 것은 피란민만이 아니다. 말도 함께 넘쳐난다. 패권, 억지력, 안보, 자유. 텔레비전 화면 아래로 흘러가는 그 단어들은 하나같이 크고 단단하다. 마치 세상의 운명이 정말 그런 말들 사이에서 결정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말들은 한결같이 파괴와 죽음을 가리키면서도 어김없이 평화와 생존의 이름으로 발화된다. 살육을 계산의 언어로 번역하는 일은 인간의 오래된 습속이다.전쟁의 약속은 내 가망 없는 친구의 말과도 닮았다. 약속시간에 늦는다고 재촉하면 이제 곧 내려간다고 한다. 그런데 실은 이제 겨우 샤워를 마치고 젖은 머리를 말리고 있다. 전쟁도 늘 그렇게 말한다. 이번...
2026.03.24 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