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일이 내 뜻 같지 않을 때 나는 흐릿한 미래보다는 제법 선명해 보이는 과거를 돌이켜 보곤 한다. 저렇게 또렷한 옛길도 많은 사람들이 수상한 안개를 뚫고 수고스럽게 걸어 온 덕분에 생겼다. 지금 당연한 것이 과거에는 격렬한 의심의 대상이었다는 점을 알게 되면, 가망 없이 갈라져 가는 오늘을 낙관할 힘이 불쑥 솟아나곤 한다. 그래서 오래된 문장이 그럴듯한 새 옷을 입고 우리 주위를 배회할 때면 나는 오히려 반갑다. 나아갈 길이 보이기 때문이다.그러니 세월을 거슬러 가보자. 19세기 영국 의회는 아동노동을 제한하기 위해 연일 논쟁을 벌였다. 찬반 진영은 날카롭게 대립했다. 그때 아동노동이 불가피하다고 한 사람들은 짧고 강력한 문장을 하나 제시했다. “아동노동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아이들이 공장에서 일하는 것은 누군가의 잔혹함 때문이 아니라 가난 때문이라는 것이다. 얼핏 그럴듯한 주장은 곧바로 아동노동의 규제나 철폐는 가족을 더 깊은 빈곤 속으로 밀어넣을 뿐이라는 논리로 연...
2025.12.23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