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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한 그릇
  • 전체 기사 13
  • [일상 한 그릇]12월입니다
    12월입니다

    12월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연말이라고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리기도 하고, 빨갛고 파란, 은박과 금박을 붙인 작거나 큰 장식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작년 이맘때부터 다시 세 계절을 지낸 어느 가게 앞 먼지 쌓인 트리는 은근슬쩍 또 이즈음의 풍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척 지나가주는 것이 이 계절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경기와 소비심리에 관한 이야기가 뉴스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만, 주위 사람들을 살펴보면 늘 그렇듯 누군가는 고된 시기를 보내고, 또 누군가는 썩 괜찮습니다.가게에서는 크리스마스용 케이크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습니다. 좀 더 맛있고 좀 더 크게 만들어 팔고 싶은데, 호텔만큼 비싸게 팔 수도 없고, 재료비며 인건비며 포장재 비용까지 계산에 넣으면 마냥 하고 싶은 대로 할 수도 없어 머리만 아픕니다. 유통업자는 다른 것에 비해 더 좋고 더 적게 나는 재료에 웃돈을 불러야 마땅하고,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노동자의 수고는 그 가치를 잃지 않아야 마땅하지만...

    2025.12.18 20:05

  • [일상 한 그릇]한류 열풍 타고 제 이름 찾는 ‘한식’
    한류 열풍 타고 제 이름 찾는 ‘한식’

    얼마 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K엑스포가 열렸는데, 내게 현장에서 한식 쿠킹쇼를 진행해줄 수 있겠냐는 제안이 왔다. 행사장에 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빔밥과 김밥, 겉절이나 화채 같은 한국의 일상 속 음식을 만들고 그 과정에 대한 설명과 시식을 진행하는 일이었다. 비록 국내 매체에서 유럽의 레시피를 주로 소개하지만, 나라고 한식에 대한 애착이 없을 리 없기에 큰 고민 없이 일을 맡았다.엑스포에서는 K푸드만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K팝은 물론이고 한국의 드라마·영화·게임·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와 산업을 유럽에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마드리드 시내 한복판에 있는 전시관에서 이뤄진 행사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는데, 아이돌 가수가 몇팀 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기는 했지만, 줄까지 서가며 한국의 다양한 정보와 문화를 유심히 살피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보며 한국의 이미지가 더는 내가 유학을 하던 시절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2000...

    2025.11.20 20:06

  • [일상 한 그릇]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남프랑스, 정확히는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지역에 다녀왔다. 이 길고 긴 이름의 지역은 그 낯선 이름과 발음만큼이나 가는 길도 쉽지 않았던 곳이다. 케이블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프랑스 남부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는 모습을 보며 그곳으로 당장에라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일다가도, 그 먼 길을 이동하는 수고를 생각하며 몇차례 마음을 접었던 것도 사실이다. 원래는 파리 근교 샤를 드골 국제공항에 내려 국내선으로 갈아타거나, 튀르키예 등 다른 나라를 거쳐 마르세유까지 가야만 프랑스 남부에 들어선다. 하지만 국내 어느 여행사가 1년에 4번 전세기를 운영하며 인천~마르세유 직항노선을 만들어 사람들을 모집한 덕에 비교적 편하게 떠날 수 있었다.셰프라는 직업은 음식으로 돈을 버는 일이기도 하지만 음식 때문에 끝도 없이 돈을 쓰는 일이기도 하다. 가끔 남는 돈이 생기면 저축을 하기보다는 남의 가게에 가서 이것저것 시켜 먹는다. 가까이는 국내 도시로, 멀리는 바다 건너...

    2025.10.23 19:51

  • [일상 한 그릇]구운 고기든 날고기든 저는 한 점 더 먹겠습니다
    구운 고기든 날고기든 저는 한 점 더 먹겠습니다

    한 방송을 통해 ‘인간의 혀는 생고기 맛을 느낄 수 없다’는 주제가 잠시 주목을 받았다. 어느 요리사가 “생고기의 단백질 분자는 인간의 미뢰가 느낄 수 있는 분자 크기보다 커서 우리가 그 맛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했고, 거기에 수많은 미식가와 요리사들이 소셜미디어로 한마디씩 보태며 소란스러워지는 일이 있었다.생각해보면 육회는 달콤한 배와 양념에 먹고, ‘육사시미’라고 부르는 생육은 알싸한 마늘을 섞은 양념을 곁들이니 참 그럴 법도 하다 하고 말면 될 일이었는데, ‘생고기도 숙성과 부위에 따라 맛이 다르다’든지, ‘구운 고기도 결국엔 소금을 뿌려야 맛이 난다’든지 하는 댓글들을 보며 영상을 한번 찾아봐야겠다 싶었다. 하지만 한참을 미루다 며칠 전에야 찾아보고 적잖은 실망을 했다. 재미난 이야기를 잔뜩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딱 그 두 문장만 나오고 마는 것이었다.그렇다. 방송의 요리 얘기가 대개 그렇다.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

    2025.09.25 20:37

  • [일상 한 그릇]내일을 위한 디저트
    내일을 위한 디저트

    국내 제과제빵 업계에서 양질의 책을 출판하기로 정평이 난 어느 출판사에서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셰프 중 32명을 모아 9월 중순 발간을 목표로 레시피북을 내기로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출판사는 꽤 오랫동안 디저트 관련 책만 만들다 우연한 기회로 나와 처음으로 요리책을 만들기도 한 곳이었는데, 이번 청탁도 그것이 연이 된 듯했다.가게며 방송에서 주로 요리를 하고 있지만 디저트도 함께 만들고 있다 보니 이런 기획에 내 이름이 언급되며 연락이 오는 것에 슬쩍 뿌듯한 마음이 들었고, 평소 흠모하던 셰프들과 같은 책에 실린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기도 했다. 아직도 소셜미디어의 피드를 꾸미는 것보다 손에 잡히는 책과 잡지에 레시피를 올리는 것이 더 재미있는 사람이라 한동안 밤마다 레시피를 고민하며 잠들었다.하지만 그런 책에 마냥 내가 선보이고 싶은 디저트를 제안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기획된 책 내용은 ‘내일을 위한 디저트’였다. 모두가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는 것처럼 디저...

    2025.08.28 21:07

  • [일상 한 그릇]치킨 오어 포크?
    치킨 오어 포크?

    출장 일정이 잡혀 비행기를 탔다. 내게 제안이 오는 해외 업무의 대부분은 유럽과 관련된 것들이라 매번 10시간이 좀 더 걸리는 긴 이동에 공항에서부터 지쳐버리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번에는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가게 되어 고작 6시간 남짓 걸리는 비교적 짧은 이동 덕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유럽행 비행기에서는 식사를 2번 받아먹는데, 동남아시아행은 거리가 짧아서인지 1회의 식사만 준비되는 것 같았다.비행기 안에서의 가장 큰 낙은 기내식보다는 앞좌석에 붙은 조그만 스크린에 나오는 영화를 보며 맥주를 마시는 것이다. 비행기 안에서도 쉬지 않고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전화 연결이 되지 않는 이때가 아니라면 또 언제 쉬겠냐는 마음으로 작정하고 퍼질러진다. 아무 연락도 오지 않는 상황에서 엉덩이를 빼고 불량하게 앉은 채 맥주를 홀짝이면 특급호텔 호캉스가 부럽지 않다.하지만 살짝 아쉬움이 드는 때도 있다. 식사를 받는 시간이다. 음식 맛을 따...

    2025.07.31 20:43

  • [일상 한 그릇]정수기 매니저와 호박잎
    정수기 매니저와 호박잎

    집에서 정수기를 쓴 지가 이제 곧 10년이 되어간다. 최근에는 미세플라스틱의 체내 축적 등 이슈로 플라스틱병에 담아 파는 생수를 사 마시기 꺼리는 분위기지만, 내가 첫 정수기를 집에 들였을 때만 해도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는 잘 하지 않았다. 다만 언젠가 아는 선배가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가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어 설치 신청을 했던 것뿐이다. 그렇게 매달 정해진 요금을 결제하며 정수를 마시고 있다. 어차피 물을 사 먹게 된 세상인데 그 덕에 플라스틱 쓰레기도 덜 버리고, 미세플라스틱도 아마 조금 덜 먹고 있을 것이다.첫날 나이 지긋한 남자가 기계의 배송과 설치를 위해 방문했고, 수년 뒤 좀 더 작은 기계로 교체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매니저라는 명함을 들고 다니는 역시 나이 지긋한 여성이 분기에 한 번씩 집으로 와 기계 안 필터 청소와 교체를 해결해주고 간다. 1년에 네 번 아주 잠깐 보는 것뿐이지만, 서로 때를 맞춰 오래 얼굴을 보다 보니 나름 가...

    2025.07.03 21:14

  • [일상 한 그릇]간식과 건강 사이에서
    간식과 건강 사이에서

    외부 업무로 미팅이 생겨 대로변 카페에 들어갔다. 빵과 음료를 함께 파는 곳이었다. 안에는 아마도 공장에서 납품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다양한 빵이 잔뜩 쌓여 있었다. 우리 일행은 대충 아무 커피나 시켜두고 잠깐 이야기를 나눌 자리가 필요했을 뿐이었지만, 다른 손님이 모두 줄을 서 빵과 음료를 주문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커피 석 잔에 빵 두 개를 더해 주문하고 진동벨을 받아 카페 구석 벽에 기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옆에서 쟁반을 들고 빵을 고르던 초등학교 3~4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자신의 부모에게 “근데 이거 먹으면 혈당 스파이크 오는 거 아냐?”라고 묻는 것을 들었다. 아이는 평소에도 다양한 질문을 꺼내는 편이었는지, 부모는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지만, 나는 그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나도 얼마 전부터 온라인에 무작위로 뜨는 의사와 약사, 또 이른바 ‘웰니스 인플루언서’라고 하는 이들의 짤막한 영상을 보며 혈당에 대한 정보가 유행...

    2025.06.05 20:54

  • [일상 한 그릇]요리 유튜버가 됐다
    요리 유튜버가 됐다

    최근 유튜브에 채널을 하나 열었다. 다른 많은 셰프가 진작부터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것을 보면서도, 유튜브라는 특정 사이트까지 찾아 들어가 영상을 보는 일이 낯설고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 리모컨이나 만지작거리는 것에 익숙했던 나로선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는 사람 하나가 촬영과 편집을 맡겠다고 나서 준 덕에 함께 이런저런 콘텐츠를 시도해 보고 있다. 요리와 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지인들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셰프로 일하고 있으니 카메라 앞에서 요리도 하고 있다.처음에는 평소 가게에서 만드는 요리를 주로 선보일까 했는데, 논의 끝에 좀 더 친숙한 음식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인이 편의점 음식이나 밀키트를 사 오면 거기에 약간의 특별함을 더한 요리를 선보인다. 내게는 유튜브도 매우 낯설지만, 이런 음식들도 그에 못지않게 낯설었다. 요리를 업으로 삼은 사람이라면 마땅히 모든 레시피에 친숙하리라는 생각과는 달리, 대부분의 요리사는 자...

    2025.05.08 20:48

  • [일상 한 그릇]계절이 바뀌면 새로운 것을 보고 싶다
    계절이 바뀌면 새로운 것을 보고 싶다

    봄을 맞아 베란다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물건들을 정리했다. 그중 부피가 제법 큰 것들을 추려 집 앞에 내놓았더니 그야말로 한 무더기였다. 주민센터로 가 대형 폐기물 수거 신청서를 끊고 돌아오는데, 어느 가게 구석에 뜬금없이 크리스마스트리가 아직까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4월이 되어 결국 봄을 맞이했고, 드디어 모두가 벚꽃놀이에 두릅이며 도다리며 제철 재료 이야기를 하면서 바뀐 계절을 이야기하는데, 초록색과 빨간색의 성탄 장식은 꽤 신기한 노릇이었다. 아마 가게 주인이 계절이 변하는 것에 큰 감흥이 없는 사람일 수도 있고, 아니면 딱히 치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하기야 내 지인 중 하나도 자기가 운영하는 가게에 마땅한 여유 공간이 없어, 트리는 사시사철 한자리에 두고 크리스마스 시즌 즈음에만 장식을 달아놓고는 했다.과자와 빵을 파는 곳에서도 철에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종종 본다. 대형 제과점에는 봄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딸기 디저트가 냉장 쇼케이스를 장식하고 ...

    2025.04.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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