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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의 세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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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보라의 세상 속으로]참사의 가해자들
    참사의 가해자들

    매월 두 번째 수요일 저녁에 세월호 집중피케팅이 있다. 저녁 5시30분쯤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에 모여서 416연대 사무국 분들에게 피켓을 받아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한다. 광화문에 도착하면 5시40분쯤 된다. 참가자들은 광장 남단, 이순신 동상 주변에 자리를 잡고 한 시간 정도 피켓 시위를 한다. 그리고 6시40분이 되면 모두 모여 광장 북단까지 행진한다. 돌아와서 횡단보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세월호 기억관으로 돌아간다. 피켓을 반납하고, 인사하고 헤어진다.3월 둘째 주 수요일 피케팅에 참가했을 때 광화문광장 남단에서 한 여성청년이 제주항공 참사를 특검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이분은 삼각대에 휴대전화를 설치하고, 확성기를 바닥에 놓고 혼자 외치는 중이었다. 제주항공 참사는 발생한 지 1년이 넘도록 단 한 명의 책임자도 처벌받지 않았다. 문제로 지적된 콘크리트 둔덕에 대해서도 국토교통부는 1년 넘게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올해 초에야 규정 위반 사실을...

    2026.03.17 19:58

  • [정보라의 세상 속으로]차별금지법과 극우
    차별금지법과 극우

    22대 국회에서 두 번째로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되었다. 차별금지법이 한시라도 빨리 제정되기를 기원한다.최근에 차별금지법과 극우에 대한 발표를 하게 되어 극우와 파시즘에 대해 억지로 공부를 했다. 그리고 무지개행동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공동발간한 ‘극우리포트’를 열심히 공부했다. 요약하자면 극우와 파시즘은 민족주의를 표방하며 권위주의, 즉 ‘질서 잡힌 사회’를 이상화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여기서 질서란 수직적인 질서이다. 극우도 파시스트도 어떤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우월하며 그러므로 불평등한 사회가 자연스럽다고 믿는다. 벌써 여기서부터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느껴진다.극우의 특징 중에 토착주의, 즉 자생적인 민족이 국가를 점유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이는 쉽게 인종차별로 이어진다. 내란 일당이 “중국인이 조작한 부정선거”라는 허무맹랑한 거짓말을 내란 사유로 들이댔던 것이 그 예다. 그런데 한국에서 자칭 극우라고 하는 집단의 토착주의는 상당히 이상하다. 중국인은...

    2026.02.10 19:47

  • [정보라의 세상 속으로]성에 대해 이야기하자
    성에 대해 이야기하자

    긴급전화 1366 상담원들이 과중한 노동과 화장실도 가기 힘든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1366은 성범죄 신고와 상담을 돕는 핫라인이다. 예전에 나의 지인이 스토킹을 당하고 있었는데, 신체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처해서 나한테 다급하게 연락한 적이 있다. 나는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는데 지인은 몹시 망설였다. 그래서 1366은 신고가 아니라 상담이니까, 여기에 상담해 보라고 조언했다. 지인은 1366에 상담했고, 상담원분이 경찰에 신고하라고 조언했으며, 그래서 지인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와서 상황이 안전하게 해결되었다. 1366 상담원분이 사람 목숨 구해주신 것이다. 그래서 나는 1366을 깊이 신뢰한다.내가 1366을 아는 이유는 성폭력 전문상담원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해바라기센터에 방문도 했고 거기서 근무하시는 간호사 선생님한테 성폭력 신고와 수사 과정 등에 대해 설명도 들었다. 다른 모든 범죄와 마찬가지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빨리 신고...

    2026.01.13 19:46

  • [정보라의 세상 속으로]자화자찬 금지
    자화자찬 금지

    12월3일과 그즈음 기간에 내란퇴치 1주년 기념 행사들이 여기저기서 열렸다. 이름을 말하고 싶지 않은 재수 없는 내란수괴의 불법적인 계엄령 선포부터 파면까지 길고도 추웠던 4개월은 ‘젊은 사람들이 예쁜 응원봉을 들고 나와 K팝 음악에 맞춰 거리를 빛으로 물들이며 독재를 타도했다’는 납작한 서사로 빨리도 요약된 듯하다.세종호텔지부 해고자 동지들이 아직 거리에 있고, 고진수 지부장이 고공농성 300일을 맞이했고,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해고자들은 아직도 고용승계를 위해 싸우고 있고, 그 와중에 KBS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투쟁 다큐멘터리 <불탄 옥상> 2부 방영을 취소했고, A학교 성폭력사건 공익제보자 지혜복 교사는 700일째 거리에서 복직투쟁을 하는 중이고, 10월28일에는 베트남에서 온 25세의 뚜안님이 강제단속에 쫓겨 추락사했고, 49재가 지났건만 정확히 어떻게 왜 추락사에 이르렀는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고, 태안화력에서는 7년 전 김용균님의 죽음에 이어 김충현님이 ...

    2025.12.16 19:58

  • [정보라의 세상 속으로]정규직은 없다
    정규직은 없다

    기아 화성공장에 현대차·기아 회장과 국무총리가 온다고 해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동지들이 아침 일찍 긴급 선전전을 했다. 마침 내가 서울에 있어서 연대하러 갔다. 출근 시간이라 차가 밀리고 누군가 접촉사고를 내서 차 두 대가 길을 막았고, 우여곡절 끝에 늦었다. 도착해보니 공장 북문은 벌써 경찰과 경비노동자들이 다 막고 청소노동자 김경숙 동지와 연대하러 온 이수기업 동지들이 경비인력과 한바탕 충돌을 겪은 뒤였다.그다음부터는 ‘버티기’였다. 현대차·기아 회장과 국무총리는 다른 입구로 들어가서 행사를 하고 있단다. (원고 쓰기 전 검색해보니 국무총리가 자동차 산업에 크게 지원을 약속한 모양이다. 참 좋겠다.) 우리는 그대로 현수막을 들고 발언을 이어가며 선전전을 했다.북문을 막은 인원은 대부분 경비노동자들이었는데, 이들도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그리고 하청업체 사장과 관리자들도 형광 조끼를 입은 경찰과 경비인력 옆에 오글오글 모여 있었다. 하청업체 관리자들이 잡담하고 웃고 떠...

    2025.11.18 21:45

  • [정보라의 세상 속으로]4세 고시? 아동학대에 관대한 나라
    4세 고시? 아동학대에 관대한 나라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에 올해 9월 초에 불이 났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인명피해는 없었고 불은 두 시간 정도 지나서 완전히 꺼졌다고 한다. 구룡마을에 처음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1925년이라고 하니 역사가 100년이나 된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 당시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살던 곳에서 쫓겨난 철거민들이 구룡산 자락에 무허가 건물을 짓고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구룡마을은 서울 최대의 판자촌 중 한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2025년 SH공사에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어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재개발을 거쳐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나는 강남에서 중학교에 다녔는데 우리 반에 구룡마을 아이가 있었다. 이름은 기억이 안 나니까 태경이라고 하겠다. 태경이는 만화가 이현세 화백이 그린 ‘까치’ 같은 더벅머리에 눈이 크고 순한 아이였다. 태경이는 학교에 잘 오지 않았다. 당시에는 종이로 된 학급일지라는 것이 있었고, 내가 우리 반 서...

    2025.10.21 20:24

  • [정보라의 세상 속으로]함께 기후정의를 외치자
    함께 기후정의를 외치자

    강릉 가뭄이 걱정되어 계속 소식을 살피다가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RAWRIS)을 발견했다. 여기서 전국 저수지와 담수호의 현재 저수량과 변화 추이까지 살필 수 있다. 이 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전국 평균 저수지 저수량은 평년 대비 97.2%다. 그러니까 올해는 저수량만 본다면 다른 해보다 물이 약간 적은 편이다. ‘가물었다’고 할 수 있겠다.그런데 이상하다. 바로 지난달 이 칼럼에 나는 경남 홍수 상황에 대해 썼다. 합천, 산청, 울산 등 10개 지역이 폭우에 잠겼다. 바로 얼마 전에도, 강릉이 가뭄에 시달리며 그곳 시민들이 제한급수로 버티던 시기에 군산은 ‘200년 만의 폭우’로 시간당 152㎜의 물폭탄을 맞았다. 그러니까 비가 안 와서 가문 게 아니다. 오히려 비가 굉장히 많이, 사납게 온다. 다만 고르게 오지 않을 뿐이다.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지금은 ‘물폭탄’이 내릴 시기도 아니다. 홍수가 나는 건 주로 장마철이기 때문이다. 보통 가뭄이 걱정되는 시기는 건조한 겨울...

    2025.09.16 20:55

  • [정보라의 세상 속으로]큰물 진 뒤
    큰물 진 뒤

    ‘큰물 진 뒤’는 최서해 작가(1901~1932)의 1925년 단편이다. 제목대로 마을에 큰 홍수가 나서, 주인공 윤호는 갓 태어난 어린 아들을 잃는다. 그리고 슬퍼할 틈도 없이 출산 직후 찬물에 휩쓸려 병이 난 아내를 돌보다가 막노동이라도 해서 돈을 벌려고 나간다. 그러나 노동 현장에서도 윤호는 “꺼드럭꺼드럭하는 서울말”을 쓰는 감독에게 폭행과 폭언을 당한다. 그리고 일당도 못 받은 채 쫓겨난다. 이렇게 윤호는 극한 상황에 몰려 어떤 결단을 하게 된다.최서해 작품들이 모두 그렇듯 이 작품도 더없이 강렬하고도 고통스럽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마을 전체가 ‘큰물’에 휩쓸리는 순간, 윤호가 아기를 안고 홍수에 휩쓸린 집을 목숨 걸고 빠져나가는 장면, 아기의 죽음 등 이어지는 참담한 사건들이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작품 속 마을에 홍수가 난 원인은 새로 지은 철교였다.마을이 물난리가 자주 나는 곳이라 농민들은 마을로 곧바로 향해 오던 물길을 건너편 산 ...

    2025.08.19 20:03

  • [정보라의 세상 속으로]우리에겐 사람만이 희망이다
    우리에겐 사람만이 희망이다

    지난 6월27일에 독일 보훔대학교 한국학과에서 번역 워크숍과 낭독회가 있었다. 한국학과 학생들이 한국 작가의 단편을 독일어로 번역해서 발표하는 행사다. 내 단편이 한국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번역하거나 연구할 만한 문학적 가치가 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학생들의 실력은 엄청났다. 오전에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번역 워크숍 수업을 했고, 저녁에는 지역 주민들도 참가하는 공개 행사로 낭독회가 있었다. 굉장히 즐겁고 인상 깊은 하루였다.요즘 해외 대학교 한국학과 학생들은 한국어를 정말 잘한다. 스페인 살라망카대학교, 폴란드 바르샤바대학교, 그리고 이번에 보훔대학교 한국학과 수업까지 세 번째다. 모두 학생들과 질의응답을 한국어로 진행하면서 매번 학생들의 실력에 놀랐다. 보훔대 한국학과에서 나를 초청한 교수님은 한국인 여성이며 학생들에게 인기가 아주 좋았다. 어떤 학생은 이 교수님 번역 워크숍을 벌써 몇번째 되풀이해 수강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학생들이 번역한 한국...

    2025.07.22 20:43

  • [정보라의 세상 속으로]차별, 사회 붕괴의 시작
    차별, 사회 붕괴의 시작

    지난 5월14일부터 18일까지 바르샤바 국제도서전에 참여했다. 주빈국이 한국이라 한국 작가님들이 대거 초청받았다. 나는 SF 분야에서 오랫동안 같이 활동해온 김보영 작가, 전혜진 작가와 함께 내가 사랑하는 폴란드에 갈 수 있어서 굉장히 기뻤다. 도서전은 성황이었고, 유달리 날씨가 나빴는데도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그리고 나는 전부터 가고 싶었던 바르샤바 퀴어박물관에 갈 수 있었다. 김보영 작가와 전혜진 작가도 내가 퀴어박물관에 간다니까 흔쾌히 같이 따라나섰다.바르샤바 퀴어박물관은 작은 공간이었고 전적으로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세 번, 하루에 서너 시간만 문을 연다. 상설 전시는 ‘퀴어의 역사’였다. 박물관 내부 벽을 빙 둘러 글과 사진으로 12세기부터 시작해 현대까지 유럽 사회가 퀴어를 탄압한 역사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체성과 삶을 지키며 살았던 사례들을 보여주었다. 나는 12세기 유럽에 “형제 맺기” 혹은 “자매 맺기”라는 방식으로 동성혼이 사...

    2025.06.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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