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를 생각할 때면 왜인지 늘 그의 뒷모습부터 떠오른다. 내가 기억하는 영화 속 그는 언제나 쓸쓸히 길을 걷는 모습이다. 눈 덮인 산속을 헤매던 빨치산(<남부군>)은 물론, 첫눈에 반한 여자에게 끝없는 구애를 퍼붓던 너드(<기쁜 우리 젊은 날>), 악연인 형사의 얼굴에 주먹을 꽂던 조폭 두목(<인정사정 볼 것 없다>), 한물간 록스타를 꾸준히 뒷바라지하며 재기를 성공시킨 매니저(<라디오스타>)까지.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독특한 인상임에도 그의 존재는 왜인지 모두 춥고 언 길을 묵묵히 걷는 뒷모습으로 남아 있다.몇년 전 봤던 만화 <룩 백(Look Back)>은 만화 그 자체를 사랑하는 두 소녀, 후지노와 ‘쿄모토’의 우정과 이별을 다룬다. 작품은 제목 그대로 인물의 ‘등’을 집요하게 그린다. 주인공 후지노는 쿄모토를 이기기 위해, 또 쿄모토의 격려로 포기했던 만화를 다시 그리기 위해 책상 앞에 앉는다. 창밖으...
15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