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일담부터 말하자면, 6월 어느 날 남편이 데이미언 허스트의 전시를 보는 동안 나는 미술관 카페에 앉아 데이비드 호크니의 책을 읽었다. 나만의 의미가 담긴 미학적 저항으로 끝까지 허스트를 밀어낸 날, 왜 하필 나는 호크니를 선택했을까?손수 제작했느냐 아니냐를 두고 그 두 작가가 격돌한 때가 있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는 호크니가 지키려 한 것이 손의 순수성보다 눈의 능동성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에게 직접 그린다는 것은 화가의 천재성을 증명하는 일이 아니었다. 한 사람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고, 같은 길을 계절마다 걸으며, 나무 한 그루가 어제와 오늘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자신의 몸으로 확인하는 일이었다. 허스트와 달리 호크니는 자신을 한 번도 대표작 속에 가두지 않았다. 수영장 회화로 성공한 뒤에도 사진 콜라주를 만들고 무대미술을 거쳐 풍경으로 돌아왔으며, 여든이 넘어서도 아이패드로 봄이 도착하는 시간을 그렸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에게는 정교한 구조와 공간...
2026.07.30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