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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주의 세나수|세상에 나쁜 수학은 없다
  • 전체 기사 5
  • [박형주의 세나수|세상에 나쁜 수학은 없다]역문제, 결과에서 원인 찾기
    역문제, 결과에서 원인 찾기

    최근 데이터 과학과 의료 공학 분야에서 뜨겁게 주목받는 수학 분야를 꼽으라면 단연 ‘역문제(Inverse Problem)’일 것이다. 원인에서 결과를 도출하는 통상의 ‘정방향’ 사고 과정에 비해, 역문제는 나타난 결과로부터 보이지 않는 원인을 거꾸로 추적해가는 지적 추론 과정이다. 수학적으로는, 주어진 함수 y=f(x)에서, x라는 입력값이 주어졌을 때 y를 구하는 것은 명쾌한 정방향 문제다. 하지만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데이터가 오직 결과물인 y뿐일 때, 보이지 않는 x를 찾아내는 과정은 훨씬 복잡하고 정교한 계산을 요구한다.밝은 태양 아래 서 있는 물체가 있다면, 그 물체의 모양에 따라 지면에 그림자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정방향 문제다. 반대로 바닥에 비친 일그러진 그림자의 모양만을 보고, 그 그림자를 만들어낸 원래 물체의 입체적인 형상을 완벽하게 복원해내는 것이 바로 역문제다. 어두운 밤길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만으로 상대방의 체격이나 신발 종류를 짐작하...

    2026.05.04 20:08

  • [박형주의 세나수|세상에 나쁜 수학은 없다]커피 한 잔의 여유가 선물한 최단 경로 마법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선물한 최단 경로 마법

    모르는 길 앞에서 스마트폰을 켜는 것은 이제 본능에 가까운 일상이 되었다. 보이지 않는 위성이 내 위치를 속삭여주고, 복잡한 알고리즘이 최적의 경로를 그려낸다. 하지만 이 편리함의 이면에는 냉전 시대의 비극과 한 천재 수학자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써내려간 20분의 직관이 숨어 있다. 길 찾기의 설움을 기술의 축복으로 바꾼 수학사의 드라마라고 할 만하다.예전의 ‘길치’들은 여러 번 간 길도 기억하지 못해 집 근처만 맴도는 설움을 겪곤 했지만, 목적지만 입력하면 손바닥 안의 지도가 길을 인도하는 시대가 도래하자 모든 게 바뀌었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길을 헤맨다’는 말을 아예 이해하지 못한다.이러한 시대가 오기까지는 두 가지 기술의 진보가 필요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지구상의 내 위치를 위성으로 파악하는 GPS 기술이 등장했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내 위치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가장 빠른 경로를 파악하는 수학 알고리즘이 출현했다.지구상의 내 위치를 위성으로 파악...

    2026.04.06 19:57

  • [박형주의 세나수|세상에 나쁜 수학은 없다]분해의 마법을 만든 푸리에
    분해의 마법을 만든 푸리에

    고대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가 “모든 물질은 쪼개지지 않는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한 이래, 사물을 기본 단위로 분해하려는 시도는 전 분야에서 일어났다. 화학자는 원소를, 생물학자는 세포를 발견했다. 이러한 ‘분해의 관점’은 근대 과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수학도 예외는 아니어서 고대 그리스 수학자들은 자연수를 소수(素數)로 쪼개는 법을 찾아냈다. 분해의 관점을 ‘함수의 분해’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2000여년이 흐른 19세기에 이르러서였다. 함수(函數)를 직역하면 ‘상자(函) 속의 수’라는 뜻으로, 입력값이 상자에 들어가면 특정 출력값이 나오는 관계로 해석할 수 있다. 입력 x를 출력 y로 바꾸는 상자를 f라고 할 때, 이를 흔히 y=f(x)라 표현한다. 한편 수학사 학자들은 중국에서 처음 영어 ‘function’을 번역할 때 그 발음을 따 ‘han shu’로 음차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자판기의 1을 누르면 콜라가 나오고 2를 누르면...

    2026.03.09 20:13

  • [박형주의 세나수|세상에 나쁜 수학은 없다]합리적 사고의 언어
    합리적 사고의 언어

    최근 CES 등 글로벌 기술 전시회에서 확인되듯, 가상세계에 머물던 인공지능(AI)은 이제 로봇과 자동차 등의 물리적 실체로 구현되고 있다. 고전적 컴퓨터와 전혀 다른 구동 방식을 가진 양자컴퓨터에 대한 기대감도 예사롭지 않은데, 이러한 기술 진보의 이면에는 세상을 움직이는 ‘생각의 틀’에서 일어난 거대한 전환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원인을 알면 결과를 완벽히 특정할 수 있다’는 결정론적 세계관의 붕괴다.이 흐름의 기원은 17세기 아이작 뉴턴의 고전역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런던 인구의 4분의 1이 전염병으로 사망한 1666년, 대학의 휴교령으로 고향에 머물던 23세 청년 뉴턴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만유인력을 깨달았다. 그는 무거운 두 물체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원리(무거울수록 더 세게, 가까울수록 더 강하게)를 수식으로 명쾌하게 정의했고,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과 거대 행성이 태양 주위를 도는 것이 결국 동일한 보편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입증해 냈다....

    2026.02.02 19:59

  • [박형주의 세나수|세상에 나쁜 수학은 없다]소수와 양자컴퓨터
    소수와 양자컴퓨터

    인류가 수를 처음 발견한 것은 셈(counting)의 필요 때문이었다.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기원전 2만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 뼈인 ‘이샹고 뼈’에 칼로 그어진 선들은 원시 부족에서의 셈의 흔적을 보여준다. 요즘 초등학교에서도 처음 수를 접할 때 셈의 개념에서 출발해 자연수를 배운다.이런 수들로 사칙연산을 하면 뺄셈에서 음수가 나오고 나눗셈에서 분수가 나와서 유리수의 개념으로 확장된다. 유리수(有理數)는 ‘합리적인 수’라는 뜻의 영어 표현인 ‘rational number’를 번역한 말이다. 자연수로 사칙연산을 하는 과정에서 ‘합리적으로 파생되는 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리수끼리 사칙연산을 해도 여전히 유리수 안에 머무르니, 유리수는 사칙연산에 관해 자기 완결적인 우주다. ‘연산은 수를 자기 완결의 체계로 확장한다’는 철학은, 현대 군론(group theory)으로 체계화되었다.고대 그리스인들은 만물을 잘게 쪼개면 어떤 기본단위로 이루어져 있을 것으로 생...

    2026.01.0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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