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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거리는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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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얼거리는 사진 한 장]따뜻한 밥 한 끼
    따뜻한 밥 한 끼

    날이 춥다. 너무 춥다. 처음 서울에 왔던 1984년, 영하 18도의 겨울밤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다시 학생이 되어 교사 시절 모은 돈 몇푼을 들여 운영하던 화실의 모든 물이 얼어붙어 마실 물조차 없던 겨울. 건물주가 화실에 더 이상 세를 주지 않겠다는 바람에 화실을 접은 뒤, 서교동 어느 차고 두어 군데 세를 살다 다시 근처 어느 집으로 세를 들어갔다.내가 세 든 집은 전체가 셋집이었다. 집에는 두 가구가 세 들어 있었다. 중국집을 운영하는 40대로 보이는 부부와 남매로 이루어진 일가, 갓난아이가 있는 신혼부부 황씨네였다. 내가 세를 든 곳은 황씨네 두 방 중 작은 방이었다. 그러니까 집주인이 아닌 황씨네와 계약을 해서 세를 든 것이다. 이른바 겹세였다.이사를 한 첫날 저녁 나는 황씨네로부터 저녁 초대를 받았다. 놀라운 일이었다. 서울에 와서 몇군데 이사를 다녔지만 그런 일은 처음이었다. 지방 도시에서는 셋방에 세를 들면 대개 밥 한 끼는 같이 먹...

    2026.02.05 19:54

  • [중얼거리는 사진 한 장]청와대와 도망자
    청와대와 도망자

    대통령실을 다시 청와대로 옮겼다. 잘한 일이다. 청와대라는 이름을 처음 안 것은 어린이 잡지 ‘어깨동무’에서였다. 그 잡지는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에 매달 한 권씩 배달돼 왔는데 가끔 당시 대통령 아들의 모습이 실렸다. 청와대 잔디밭에서 대통령인 아버지와 축구를 하는 모습, 진돗개와 놀고 있는 모습, 수업 시간에 손을 번쩍 든 사진들이 실려 있다.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대통령 아들은 저 먼 어느 딴 세상 사람 같았다.다음에 청와대가 여러 사람 입에 오르내린 것은 1968년에 일어난 김신조와 북한 무장간첩 사건 때문이었다. 그들의 목표가 청와대를 공격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에 관한 기억은 세상 어딘가 있지만 다가갈 수 없는 곳이거나 공격 목표가 되는 곳이었다.그 이후에도 청와대에 대한 기억은 좋지 않았다. 어쩌다 청와대 앞을 지나면 반드시 검문을 받았고, 검문이 사라진 뒤에는 차를 타고 지나갈 때 멈춰서 행선지를 말해야 했다. 기다란 종이 관에 사...

    2026.01.22 19:56

  • [중얼거리는 사진 한 장]병오년, 1966~2026
    병오년, 1966~2026

    붉은 말의 해라는 병오년이 되었다. 60년 전인 1966년도 같은 병오년이었다. 그때 나는 전라남도 신안군에 있는 작은 섬의 초등학교 분교 5학년이었다. 이상하게도 그해가 병오년이었다는 사실만은 또렷이 기억난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또 하나 떠오르는 것은 그해를 ‘더 일하는 해’로 저 높은 곳에 있던 누군가가 명명했다는 사실이다. 그 전해인 1965년은 ‘일하는 해’였다. 박목월 시인이 작사했다는 “올해는 일하는 해 모두 나서라”로 시작하는 노래도 있었다. 우리는 그 노래를 학교에서 배웠고, 동네 스피커에서도 간간이 들려왔다. 지금도 그 노래의 멜로디가 기억난다.왜 ‘일하는 해’였을까? 개인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되지 않던 시절이니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증산, 수출, 건설’이 국가의 목표였던 때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2025년 수출은 7000억달러가 넘었고, 2024년 기준 국민소득은 3만6624달러로 인구 5000만명 이상인 국가...

    2026.01.0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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