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춥다. 너무 춥다. 처음 서울에 왔던 1984년, 영하 18도의 겨울밤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다시 학생이 되어 교사 시절 모은 돈 몇푼을 들여 운영하던 화실의 모든 물이 얼어붙어 마실 물조차 없던 겨울. 건물주가 화실에 더 이상 세를 주지 않겠다는 바람에 화실을 접은 뒤, 서교동 어느 차고 두어 군데 세를 살다 다시 근처 어느 집으로 세를 들어갔다.내가 세 든 집은 전체가 셋집이었다. 집에는 두 가구가 세 들어 있었다. 중국집을 운영하는 40대로 보이는 부부와 남매로 이루어진 일가, 갓난아이가 있는 신혼부부 황씨네였다. 내가 세를 든 곳은 황씨네 두 방 중 작은 방이었다. 그러니까 집주인이 아닌 황씨네와 계약을 해서 세를 든 것이다. 이른바 겹세였다.이사를 한 첫날 저녁 나는 황씨네로부터 저녁 초대를 받았다. 놀라운 일이었다. 서울에 와서 몇군데 이사를 다녔지만 그런 일은 처음이었다. 지방 도시에서는 셋방에 세를 들면 대개 밥 한 끼는 같이 먹...
2026.02.05 19:54